엽기인물 한국사]16ㅡ1.
그녀들은 어쩌다 여왕이 됐을까?-선덕여왕이 된 사연①
고액권 화폐 인물로 신사임당이 선정되면서, 여성계를 중심으로 말들이 많다. 하고많은 인물들 중에서 왜 하필 신사임당이냐는 것이다. 물론, 신사임당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양성평등을 부르짖는 지금 이 시점에서 '현모양처'로 대변되는 신사임당을 화폐인물로 뽑는다는 것은 여성의 가치를 가정에 묶어두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인 것이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내놓은 인물들이 우리 역사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이나, 화가 나혜석, 유관순 열사 같은 분들이다. 가정에서의 여성상이 아닌 사회로 뛰어든 여성상을 내놓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 '의외의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선덕여왕(善德女王)이다. 아니 좀 더 나아가 우리 역사에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세 명의 여왕들이다. 반만년 역사 속에서 여왕 자리에 오른 단 세 명의 여인들!(중국의 측전무후보다 50여년이나 빨리 나왔다) 나름 선정(善政)을 베풀었다며 칭송받기도 하지만, 재위기간 내내 마음고생을 많이 했던 세 명의 여왕들…과연 그들은 여왕으로서 행복했을까?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여자 대통령 한명 나오기가 힘든 마당에 전제왕조 국가에서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위에 올랐던 그녀들…그녀들의 속사정은 어떠했을까?
"이거 참 난감하네."
신라 26대 진평왕(眞平王)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후계자를 골라 세워야 할 상황인데, 마땅히 골라 앉힐 후계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들이 하나 있었다면 모를까, 그 흔한 아들 하나 없는 상황.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만약, 여기서 후계구도가 어그러지면, 이야기가 묘하게 꼬이게 된다는 것이다.
진평왕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왕위에 오른 인물이 아니었다. 25대 진지왕(眞智王)을 '음란하다'는 이유로 몰아내고, 그 자리를 빼앗았던 것이다. 문제는 진지왕의 아들 용춘(金龍春 : 김춘추의 아버지)이 어느새 세력을 키워 제법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 그색희 그거…언제 저렇게 커 가지고…."
처음에는 용춘을 제거하기 위해 나름 꼼수도 써 보았지만, 결국은 용춘을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자신의 딸인 천명(天明)을 주게 된다.
"먹고 떨어져라. 걔가 좀…후궁 소생이긴 해도, 나름 공주 아니겠어? 이제 너랑 나랑은 장인이랑 사위 관계니까, 개기지 말고 내 말 잘 들어야 한다. 알았지?"
당시 진평왕에게는 세 명의 공주가 있었는데, 첫째가 덕만(德曼:후에 선덕여왕), 둘째가 천명, 셋째가 선화였었다. 이 중 덕만은 이미 결혼한 유부녀였기에 둘째인 천명이 용춘에게 갔던 것이다. 문제는 천명의 출신성분이었다.
"기왕 딸 줄 거면, 정처 소생을 줄 것이지…하필이면 세컨드 자식이야?"
그랬다. 천명은 첩실인 손씨 승만부인의 자식이었다. 겉으로 보면,
"진평왕이 용춘이 많이 챙겨주네…자기 딸도 주고 말야."
이렇게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이다. 진지왕의 왕위를 빼앗은 진평왕으로서는 진지왕의 아들이 세력을 넓혀가는 모습이 탐탁치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자신은 아들이 없지 않은가?
"탈해나 눌지처럼 되는 꼴은 못 보지."
탈해왕이나 눌지왕. 신라에서는 가끔 사위가 왕위를 이어받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이들은 정비의 소생인 공주와 혼인을 했었지, 옹주와 혼인해 왕위를 이어받은 건 아니었다. 진평왕은 절대로 용춘에게는 왕위를 넘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던 진평왕에게 희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전하! 옆 나라 일본이 망하려나 봅니다."
"그게 뭔 소리야?"
"일본에서 이번에 새 천황이 즉위했다는데…."
"즉위한 게 뭐?"
"여자랍니다."
"여자?"
"여자가 왕위에 올랐답니다."
"!"
593년 즉위한 일본 최초의 여자 천황 스이코 천황(推古天皇)! 진평왕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래! 아들이 없으면, 딸도 되는 거잖아?"
"뭔 소리심까?"
"야! 넌 지금 당장, 쪽바리 놈들…아니 일본 애들이 어떻게 여자를 왕위에 올렸는지 자세히 좀 알아 봐."
"그건 왜요?"
"이색희가 까라면 깔 것이지, 뭔 놈의 잡소리야?"
"에이, 더 알아서 뭐하게요? 걔들 나라 말아먹으려고 작정 한 거지…딱 보면 견적 나오지 않습니까?"
"죽을래? 후딱 안 뛰어가? 어쭈 발 보인다!"
아들이 없었던 진평왕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일본의 스이코 천황. 과연 진평왕은 무슨 생각으로 스이코 천황의 즉위과정을 조사케 했을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히스토리 '선덕여왕이 왕이 된 사연'은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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