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8 물날 날씨: 더워서 여름 같다.
아침열기-글쓰기(자연과 이야기 나누기, 시 읽기, 시 쓰기)-점심-청소-풍물(1,2학년-난타/ 3,4학년-설장구/ 5, 6학년 –해금/사물놀이)-마침회-양재천따라 걸어가기-교사마침회
[시 쓰기]
선생들이 일찍 모두 둘러앉아 리코더를 불며 아침을 시작하니 기분이 좋다.
물을 담아 뒷산에 올라가 텃밭에 물을 주고 뒷산에서 아침열기를 잠깐 한다.
학교생활 겪어보기 하러 온 1학년 유한이 소개도 하고,
유한이를 많이 도와주자는 이야기로 짧게 아침열기를 마치고
어제 못한 탐험을 한다.
길이 아닌 곳을 숲 길을 헤치고 학교 뒤 텃밭까지 70미터쯤 내려가는 게 아이들이 말하는 탐험이다.
비탈길도 있고 중심을 잡아야 넘어지지 않는다. 그리 위험한 길이 아니기에 모두 잘 간다.
승민이도 새로운 길이지만 뒷산이 아주 익숙해져 그네 타는 곳까지 금세 내려왔다.
오늘부터 사흘 동안 3학년 두 어린이와 1학년 한 어린이가 학교생활 겪어보기를 한다.
우리 학교에 전학을 오고 싶어하지만
다니고 싶어 하는 어린이가 다녀서 행복할 수 있는 곳인지,
어린이들과 선생들 모두가 먼저 함께 살아보는 것이 학교생활 겪어보기다.
겪어보기를 마치고 맑은샘학교 어린이로 살기에 알맞은지 서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행복한 길을 찾는다.
옛날 겪어보기를 마치고 난 어린이들 가운데
높은 학년이라 그런지 학교 규칙을 지키기 힘들다 스스로 전학을 하지 않겠다 한 아이도 있다.
반대로 선생들과 아이들이 살핀 뒤 우리 학교에서 행복하기에 힘든 조건이나 어려움이 있어
전학을 받지 않은 적도 있기도 하다.
세 어린이 모두 행복한 길을 찾으면 좋겠다.
1, 2학년 모두 모여 민요를 부른 뒤에
아침나절 공부로 잡힌 기후학교가 다른 날로 바뀌어서 마당으로 나가 글쓰기를 했다.
따뜻한 날씨에 나뭇잎이 숲을 푸르게 하고 개꽃이 가득 피어있는 마당을 내려다 보며
평상 그늘에 앉아 [벼룩처럼 통통]에 실린 형, 누나, 언니, 오빠들 시를 들려주었다.
주로 1학년 때 쓴 시를 읽어주고, 나중에는 아이들도 소리내어 읽어보고,
글모음에 있는 글도 찾아봤다.
나중에 우리 푸른샘이 쓴 글도 글모음이나 시집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하니
글쓰기 공부에 집중하는 힘이 더 좋게 느껴지는 건 선생 기분일까.
조금 놀다 다시 모여 자연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낸 뒤 글을 쓰기로 했다.
저마다 돌, 풀, 나뭇잎, 벌레, 나무, 꽃 어떤 것이든 가서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했더니
저마다 옆산으로 마당 한 켠으로 가서 한참 앉아있다 보고,
만져보고 냄새 맡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옆산에 올라간 강산, 정우, 유한이는 벌레를 찾았는지 소리가 들린다.
평상으로 먼저 온 지빈이와 민주가 먼저 글을 쓰는데 모두 시다.
만져보고 냄새 맡고 맛도 보고 말도 걸고 그때 한 것들을 그대로 쓰라니
푸른샘답게 잘 한다.
강산이가 개미 두 마리를 들고 내려오더니 싸움 붙인다고 한다.
얼른
“형들이 그러면 선생님한테 엄청 혼나는데 푸른샘이라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니 얼른 놔주세요.
어떤 경우라도 생명을 장난감처럼 함부로 하면 안돼요.
모든 게 다 이 세상에 온 까닦이 있으니까요.“
곁에 있던 아이들이 모두 선생 말에 맞장구를 치니
자연스레 개미를 놓아주고 시를 쓰는 강산이가 참 고맙다.
점심시간에 학교 재정일꾼인 지빈어머니랑 안양에 가려고 부지런히 먼저 밥을 받아먹고 있는데
지빈어머니가 민주어머니랑 같이 가기로 했다고 천천히 먹으라고 한다.
창의재단 서류 준비로 하루종일 학교에서, 안양으로, 구로로, 전화와 컴퓨터 일을 하시는
수빈지빈 어머니 모습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우리 학교 일꾼들을 본다.
늘 고마운 분들이기에 하나라도 더 돕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이렇게 애쓰시는 분들이 있기에 학교가 굴러가고
우리 아이들과 선생들, 공동체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점심 먹고 마당 화분과 자루텃밭에 심어놓은 채소에 물을 주고 평상에서 쉬는데,
채연이가 왔다. 어제도 이마밀기 싸움 한 판 했는데, 오늘도 한 판 하잔다.
이마 힘이 아주 세다.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 비밀이 있다고 한다.
나한테만 가르쳐달라니 비밀이라며 말을 해주는데 앗 정말 비밀 이야기다.
가위바위보로 소원들어주기 하며 노는데 청소시간 외침이 들려온다.
높은 학년 되어 윗층에서 살아 자주 못 봐서 그런지 많이 자랐고
오랜만에 채연이랑 둘이 놀아서 참 좋다.
오후나절 공부는 풍물이다.
1,2학년은 난타로 풍물 장단을 익히고, 3, 4학년은 설장구를 친다.
5,6학년은 해금과 사물놀이를 한다.
노래와 악기가 음악에서 큰 노릇을 하기에 모둠마다 노래부르고,
모둠마다 팬플룻은 2학년, 리코더는 3학년, 핸드벨은 4학년, 해금은 5, 6학년이 다룬다.
지난해는 오카리나도 부는 모둠이 있었는데 올해는 리코더를 많이 분다.
푸른샘은 노래를 많이 부르고 나중에 리코더를 할 생각이다.
지난해까지 풍물 선생님을 따로 모셨는데 올해는 선생들이 모두 하기로 해서
풍물 시간에는 모두 바쁘다.
1, 2학년은 송순옥 선생과 권진숙 선생이 난타로 아이들과 놀고,
3학년은 최명희 선생, 4학년은 손호준 선생이 조금 다른 설장구를 익힌다.
5,6학년은 내가 사물놀이를 가르치는데 늘 학년으로 나눠하다
오늘 처음으로 5, 6학년이 함께 맞춰봤다.
민철이가 아파서 못온 탓에 해금 선생님에게 5, 6학년이 같이 해금해도 되는지 묻고
괜찮다 해서 길게 해금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풍물을 했다.
성준이는 장구가 마음에 드는지 늘 장구를 치려고 한다.
근학이는 징을 치고 싶은데 일찍 온 수빈이가 징채를 들고 있어 북채를 잡았다.
6학년 가운데 수빈이와 정빈이, 근학이와 우진이, 윤영이가 쇠를 치고 싶어하고,
유찬이와 세영이는 북을 자주 잡는다. 징도 꽤 인기가 좋다.
지금까지 자리를 돌아가며 치고 모든 장단을 익혔는데 슬슬 자기 자리를 잡아야 할 때다.
더 돌아가며 치다가 자기 기운에 맞는 악기를 찾도록 돕는 게 가장 좋은데,
남달리 그 악기만 치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을 때는 아이들과 선생이 잘 풀어야 한다.
5, 6학년이 함께 치니 장구를 잘 치는 5학년이 장구를 맡고,
6학년들이 자기 악기를 잘 찾으면 괜찮은 사물놀이를 칠 수 있겠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혼자만 잘해서는 안 되고
자기 기운대로 쳐서도 안 된다.
서로 장단과 가락을 맞추고 속도와 호흡을 조절하며 하나된 소리를 만들어가야 하니
익혀야 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우리 인생살이도 그렇긴 하다.
사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수업만으로는 모두 부족해서
2학기에는 자주 집중해서 연습할 때가 많고 아주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6학년끼리 사물놀이도 재미있는데, 5,6학년이 함께 만들어내는 소리와 그림도 좋다.
풍물 고수들이 아닌 서투른 선생들이 아이들과 함께 배워가며 풍물을 가르치지만
아이들 호흡과 기운을 잘 알기에 아이들 집중력이 더 살아난다.
철마다 풍물 고수 공연과 영상, 진짜 풍물 고수 선생을 모셔다
아이들이 빠져들만한 선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아이들이 신명의 세계로, 흥과 끼 맛을 느끼게 하고 싶다.
풍물로 밥 먹고 살아서 꽤 알아주는 친구 녀석 밥 한 번 사주고 불러와야겠다.
첫댓글 와아, 비가 오는 이 아침, 마음이 촉촉해지는 글이네요. 맑은샘의 문사, 전쌤^^
저도 초등학교 때, 무엔지 화가 나서, 학교 앞 운동장에서 죄없는 개미를 발로 밟아 톡톡 죽인 적이 있었는데요.
지나가다 그걸 본 어떤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있었어요.
"너, 그러면, 나중에 개미로 다시 태어난다."
그 말씀이 오래도록 가슴에 있었는데........그 선생님께도 고맙고, 모든 생명이 이 세상에 온 까닭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신 전선생님께도 참 고맙네요.^^
어린시절 마주하게되는, 희미한 안개처럼 무언지 모르겠지만 아름답기만 하던 생명세계들에, 색과 형체를 부여해주시는 모든 선생님들, 이 멋진 오월에도! 화이팅입니다
저도 풍물 고수님의 공연 보고 싶습니다. ^^
저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