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물을 마시면 목에서 식도로 위에 머물다가 꼬불꼬불 경사진 대장과 소장을 통해 내려간다. 하루 세끼 음식도 물이 감싸 미끄러져 내려간다. 그러면서 곳곳에 영양과 수분을 장기에 전달하고 전신을 감돌아 살찌운다. 필요 없는 찌꺼기는 노란빛의 소변과 대변으로 거침없이 내보낸다.
몽실몽실한 살점과 몸을 일으켜 세우는 뼈대가 갖추어진다. 머리털, 손발톱이 생기고 눈알이 부리부리 돌아간다. 단단한 잇몸에서 아래위 이가 생기고 유치에서 평생 사용하는 영구치로 바꿔 나니 신기도 해라. 거기다 넘어지지 않고 서서 꼿꼿이 걸어 다니는 게 놀랍다. 뜀박질에다 텀블링, 춤도 춘다.
손을 정교하게 놀려 못하는 게 없다. 덩치 큰 코끼리와 무서운 사자, 호랑이, 늑대가 발바닥에 박힌 가시를 못 빼내 걷지 못하고 상처가 심해져서 어이없이 죽어가는 것을 본다. 무엇보다 생각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문화를 발전시키는 도덕적인 사람이다. 야생에서 아옹다옹 잡아먹고 먹히는 10여 년 머무는 동물에 비하면 서로 도우면서 1백 년 가까이 사는 인간이다.
좌우로 균형을 맞춘 내장이다. 모두 줄줄 내려가도록 만들었는데 올라가는 게 있다. 염통에서 피를 온몸으로 보내면서 정상 머리끝까지 올린다. 동물은 네발로 걸으니 수월하게 수평으로 보내는데 사람은 높은 곳으로 올린다. 목덜미에 손을 대면 팔딱팔딱 맥박이 뛰놀고 있다.
가만히 보니 피만 그런 게 아니다. 입안에 침이 끝없이 나오는 걸 느낀다. 혀 아래쪽에서 조금씩 나와 언제나 촉촉하다. 음식 중에는 마른 건빵이나 팍팍한 물기 없는 빵을 먹으면 침이 스멀스멀 나와 물컹하게 만들어 넘어가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식도로 넘어가겠나 막혀 혼쭐난다.
또 콧물이 나와 늘 젖어있는 것을 본다. 마르면 킁킁거리게 되고 감기에 걸려 열이 날 수 있다. 입은 다물고 지난다. 그러나 코는 늘 틔어있어 벌렁벌렁 숨 쉬어야 한다. 그게 마르지 않고 언제나 축축하다. 입의 침이 올라가겠나 저절로 젖어서 지내니 참 고마워라. 침은 목으로 넘어가지만, 콧물이 훌쩍훌쩍 나와 얼굴로 흘러내리면 그 일을 어찌 감당할까. 저 알아서 다독이고 그친다.
더울 때 땀이 난다. 줄줄 흘러서 닦아야 한다. 옷이 젖을 때가 있다. 매끈한 살갗에 웬 물이 그리 나올까. 일할 땐 얼굴과 목에 땀으로 흥건하다. 속옷이 다 젖어 쥐어짜면 뚝뚝 떨어질 지경이다. 농부의 베적삼이 여러 번 감겼다 말랐다 한다. 소금물이 희뿌옇게 자국으로 남아있다.
눈물이 고여 눈알이 언제나 깨끗하다. 해맑아 멀리 볼 수 있는 게 다 끊임없이 나오는 물 때문이다. 눈꺼풀이 껌벅일 때마다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흘러내려 닦아준다. 그리곤 가장자리 샘구멍으로 들어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어쩌면 그렇게 만들어졌을까 눈물을 삼키면 좀 짭짤하다. 그냥 맹물이 아니다. 세제를 넣어 만들어진 것 같다.
침은 소화제가 들어 있어서 꼭꼭 씹어 천천히 넘겨야, 위장을 돕게 된단다. 콧물은 세균을 붙들어놓아 재채기로 쫓아낸다. 땀은 열을 식혀 몸을 보호하니 사람만 그러한가 보다. 동물은 땀 흘리는 걸 못 본다. 혀를 내서 할딱거리며 침을 질질 흘리는 뜀박질 개와 등짐 나르는 소의 모습이다.
동물은 흑백을 보고 사람에겐 천연색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늘은 푸른색이고 자연은 초목의 녹색이 천지에 깔렸다. 밤은 깜깜 흑색이고 구름은 뭉게뭉게 흰색이다. 눈 덮인 산하는 모두 은세계이다. 빨강과 노랑, 하양의 꽃들이 숲속에 막 피어난다.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사람이다.
소와 말, 개, 고양이가 정말 원색을 볼 수 없을까 궁금하다. 벌 나비는 냄새로 꽃을 찾아다닌다니 그럴까. 시인 묵객이 그렇게 자연을 노래하는 건 다 형형색색을 보고 읊는 것이다. 동물도 슬프면 눈물을 흘릴까 알 수 없다. 부모상을 당하거나 자식이 앞서 가면 하늘이 무너지는 듯 펑펑 쏟아지는 게 눈물이다. 어찌 그리 흘러내릴 수 있을까. 어디서 샘처럼 솟아 나올까.
그 눈물이 어느 날 멎어 우둘투둘하다. 자고 나면 눈이 떠지지 않아 손으로 떼어야 한다. 그래도 안 떨어지면 엉금엉금 기어 세면장에서 물로 씻어낸다. 자나 깨나 조금씩 나와 맑게 씻어주던 게 그만 고장이 나고 말았다. 여러 달 치료받아 인공 눈물을 밀어 넣어줘야 했다. 할 짓이 아니다 수시로 짜 넣어야 함이 쉽나.
어느 날 괜찮다. 모르고 지나다 가만 돌아보니 그렇다. 그동안 훌쩍 몇 해가 지났다. 아 고마워라. 부대끼며 살았던 게 얼마나 힘들었나. 눈물이 나오니 살만하다. 그러나 질금질금 많이 나와 사물이 흐릿하게 보인다. 알맞게 나올 수 없는가 나이 들어서 모든 게 질척댄다. 그렁저렁 걱정 없이 무심코 지났던 세월이 그리워라.
가만 보면 피는 심장에서 내 뿜어 올라오지만 침과 콧물, 땀, 눈물은 어찌 올라올까. 주룩주룩 흐르자면 수돗물처럼 마구 퍼 올려야 한다. 오장육부 어디서 그렇게 펌프질해 댈까이다. 아득하기만 해라.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많이 나와도 좋다 그게 어떤데. 몸속 구석구석에서 하나님을 뵙는다.
첫댓글 모든것은 적당할때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것 같아요. 질병으로 고생하는 옆집언니는 나이들어서 그런가 자꾸만 침이 새어나오고 눈믈이 주르륵흘러내려서 민망하다못해 짜증이 난답니다.손수건들고 다니며 닦아내면서도 남들이보면 얼마나 추접스럽겠냐고...눈앞이 흐릿하데서 집에있는 결명자를 볶아 나눠줬더니 흐릿한게 없어졌답니다.시력좋은 이유가 저희엄마가 생전에 올려주셨던 결명자때문일거라 그랬습니다.친구들중 제가 그래도 시력은 좋거든요.ㅋㅋ
성도님 반가워요.
날씨가 풀리니 살만합니다.
혹독한 2월 추위가 가니 속이 후련합니다.
며칠 전 한재 고향의 봄 식당에서 박채호 회장 부부와 점심했습니다.
우리 카페를 정성껏 보살피는 박회장입니다.
이제 봄이 오려나 봅니다.
두분 쌤들 자주 만나셔서 좋은 이야기도 나누시고...즐겁게 보내시면 좋지요
요즘은 기장이 핫플로 뜬다기에, 기장엘 갔었습니다.
맛집도 많고 이쁜카페도 많아서 정말로 뜨는곳이구나....싶었습니다.
흐린날이라 비바람이 어찌나 세던지요ㅠ
이리 가까이 오셨는데
그냥 보내 어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