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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개학하고, 아이들하고 다시 함께 한 달을 보냈습니다. 3차원 두레 부모님들 모두 댁내 평안하신지요? ^^
절기 속담의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도 무색한 그래도 가을이네요.
개학 첫날은 동네 마실 갔어요. 옛날 학교 터전 가서 놀기도 하고, 풀팔찌도 만들어 건네줍니다.
여름동안 두레 식구들이 애써주셔서 밭작물들이 잘 자랐어요. 첫 밭일은 오랜만에 만난 밭들을 정리해 호박 덩쿨 아치를 만들었습니다.
긴 호박이라는 토종 호박도 수확했지요. 밭 작물들 사이에서 보물처럼 건져올린 녀석들입니다. 늙은 호박이 된 친구도 있네요. 며칠 뒤, 호박전과 늙은 호박 전을 만들어서 싹터식구들과 나누어 먹었답니다.
쥐이빨 옥수수.
가래팥도 잘 영글어 가고 있어요. 꽃도 피어서 주렁주렁 팥이 달렸네요.
그러던 어느 날, 모두 아시다시피 태풍이 우리 밭에도 불어닥쳤습니다. 둘째주 월요일 아침에 밭에 와보니, 사과참외와 긴 호박 덩쿨 뿌리가 거의 뽑혀 있었고, 콩 사이 사이에는 굵직한 참나무 가지가 후두둑 떨어져 있네요. 하나 남은 대야논의 벼들은 대야 위에서 둥둥 떠 있네요. 대야논은 교사들과 함께 물을 빼고, 묶어서 다시 고정을 시키고, 밭은 아이들과 함께 정리해야 했어요. 콩은 더이상 수확이 어려울 것 같아 영글은 아이들만 말려서 채종할 정도로 남겨두고, 노랗게 익기를 기다린 사과참외의 영글은 모습은 못 보게 되었습니다. 채종하으려고 기다리고 있던 호박 넝쿨과도 모두 이별했습니다.
백로에 비가 많이 오면 오곡백과가 덜영글고 단물이 빠진다고 했는데, 태풍이 오니, 다 휩쓸어 갔네요. 아쉬워하는 아이들, 농사일 덜 해서 좋다는 아이들 ㅎㅎ
그래도 옥수수는 다시 잘 세워주고, 살아남은 팥은 잘 솎아주고, 붉은 땅콩도 잘 돌보아줍니다.
밭벼는 자란다.
아이들도 저도 놀랍고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밭벼가 초록빛 자태로 허리를 빳빳이 세우고 서 있습니다. 촘촘히 뭉쳐서 서 있는 모습처럼 아이들도 서로 기대어 잘 자라길 바라보아요. 그런 벼들을 곤충들도 좋아하는지 잠자리며, 사마귀며, 나비며 많이들 찾아와요. 물론 아이들도 셔틀버스나 엄마를 기다리며 머물다 갑니다. 1학년 효경이도 종종 벌레 잡으러 오는데, 그런 1학년이 밭을 함부로 밟는다며 노심초사 신경을 곤두세우는 아이도 있네요.
아, 추석 전에 빈 밭에 배추랑, 무를 심었거든요. 그래서 1학기에 만든 커피 거름을 부워주기로 했습니다. 커피 토마토 오이 낙엽 등을 넣어 만든 거름통 확인해보니 흙이 되어 있네요. 우웩 우웩 하며 근처에 안 가던 아이들도 손으로 푹푹 흙을 집어 자기 무와 배추, 팥에 열심히 뿌려줍니다.
추석 지내고 와, 며칠 지나니 학교 주변 밤나무, 참나무에서 밤, 도토리가 우두둑 떨어져요. 그 무렵 쥐이빨 옥수수를 수확해 쪄 먹었습니다. 수확할 때 보니, 어떤 옥수수에는 애벌레가 나오기도 했는데, 수호는 도망치고 아리솔은 관찰하고, 또 서현이는 이제 벌레에 대한 겁이 없어졌다고 하네요. 밭 일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벌레들을 마주합니다. 처음 먹어보는 쥐이빨옥수수는 정말 색깔과 모양이 독특하네요. 맛도 좋았는데, 소금 조절을 잘 못해 좀 짜기도 했고, 어떤 튼실한 옥수수는 좀 딱딱해서 끝까지 먹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로 서로 도와 나누어 먹으며, 남기지 않습니다.
10월부터는 붉은 땅콩, 벼, 팥, 무, 배추 수확이 쭉 이어질 것 같아요. 수확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모아 ㅎㅎ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아 9월 마지막 밭 살림은 허수아비 만들기였습니다.
두레대표 율, 주빈, 솔의 진행으로 허수아비 만들기 팀을 짜고, 일사분란하게 산으로 수공예실로 원두막으로~~
아, 가위바위보에서 진 서현이가 옷으로 갔습니다.
나무를 신중하게 골라서, 십자가 형태로 만들어서 망치질을 합니다. 망치질은 정말 힘드네요. 솟대보다 쉬운 작업이었는데도, 못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노을과 힘을 합쳐 박으며 완성했습니다. 집살림 하는 4학년 형님들 과업을 우리가 미리 해보는 것이기도 하니 잘했다고 힘들 수 있다고 토닥여줍니다. 그렇게 완성된 십자형을 들고, 수공예실로 가서 옷을 대어 봅니다. 어떤 옷이 만들어질까요?
수공예를 사랑하는 수아 주빈 서현이가 수공예실에서 엄청난 망토를 만들었습니다. 바깥에서 망치질 하고, 하람이도 좀 다쳐서 잘 들여다 보지 못했는데, 1학년 때 배운 공을 열심히 달아서 화사한 망토를 만들었네요!! 산들바람이 허수아비가 너무 호강을 한다고도 하고, 서현이도 뭔가 아깝다고 내내 이야기하더니 결국, 세명의 수공예 천사들은 ㅎㅎ 주황색 판쵸를 만들어 입히기로 했습니다. 망토는 우리 반 교실 입구에 걸렸습니다.
허수아비 얼굴을 만드는 친구들은 율이가 행동대장이 되어머리를 모아 봅니다. 스펀지도 넣어보고, 볍짚 머리도 만들어 보다, 재활용 공을 주워다 동그란 얼굴을 만들어요. 그리고 나무 단추로 눈도 꿰매고, 모자도 꿰매어 씌웁니다.
삽질을 해서 구멍을 파고 드디어, (손을 다쳤어도 삽질에 유독 적극적인 선우 하람..ㅎ)
그리고 드디어,
멋진 허수아비... 아니 하진아비 ㅎㅎㅎ
사진 찍기 싫어하는 하진이가 도망치려다 결국 한 장 찍으려다 잡혀 하진아비가 됩니다. ㅎㅎㅎㅎ
멋진 단체 사진은 소풍, 들살이 가서 많이 찍기로 합니다.
애쓴 아이들 본인 어깨 친구 어깨 토닥토닥 해주고, 봉사가던 4학년도 멀리서 박수쳐줍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ㅎ 록하도 와서 왜 입이 없냐고 질문하니, ‘그냥’ 그러네요 ㅋ. 아이들 대화가 뭔가 썰렁합니다. 제가 질문해보라고 괜히 시켜서 ㅎㅎ
3차원 놀이
이날은 태하랑 무지개의 생일이었어요. 전날 태하가 좋아하는 놀이로 보호피구를 하고, 태하는 저에게 도움을 요청해 점심시간에 엄마에게 줄 생일 카드를 만드네요.
교실에서의 맨발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 발바닥도 다소 지저분해지고, 신발 벗고 정리하기도 힘들지만, 어느덧 그런데로 적응해서 지내고 있어요. 테이프로 원을 그려 공피하기 놀이를 한 날,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이런 작품을 바닥에 그려 놓았네요.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ㅎㅎ
삿갓 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삿갓 쓴 변장 놀이를 하고 놉니다. 책방 간 솔이와 서현이, 하람이 빼고는 모두. 여자애들 몇몇이 변장을 해주면 남자애들이 열심히 변장을 하고는 요상한 포즈를 취합니다.
사계절 오감자 교실도 급습 ㅎㅎ 표정이 ..
요즘 최애 놀이는 패드민턴입니다. 배드민턴과 탁구를 결합한 놀이인데, 아이들하고 저까지 섞여서 열심히 치고 놉니다.
이 두 친구는 ㅎㅎ 장난감을 개발 중입니다. 제가 집에서 가져온 재활용 나무(빨래바구니 뼈대)로 로봇 놀이를 하다가 결국 하진이가 저 나무 구멍에 연필을 끼워서 장난감을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반에 ‘수호새’가 탄생했지요. 저 새는 음메 음메 우는 특징이 있고, 날개짓을 파닥파닥 잘합니다. ㅎㅎㅎ
이 아이들은 뭘 하는 걸까요?
자기 속도대로 천천히 글씨를 쓰는 서현이가 쉬는 시간에 한자 쓰기를 하니, 갑자기 여자아이들 모두 모여들어 뭐해 서현아 뭐해 서현아(주로 주빈이가 아침에 서현이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하며 애워싸고 있네요. 서현이의 꺅’하는 육성 들리시나요. ㅎㅎ 샌드위치 만들기 처럼 몸으로 엉킬때마다 씩 웃고마는 수아는 이번에도 낄까 말까 고민하고 있어요. :)
남녀 잘 섞여서 노는 아이들이지만 이렇게 나누어져 남자 아이들은 농구를 하기도 하고, 여자 아이들은 숲으로 그네 타러 가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패드민턴, 빅발리볼, 수공예실, 리코더, 책 읽기, 보드게임, 체스 등 아이들의 점심시간은 늘 바빠요. 자기가 스스로 주도하는 놀이와 관계 속의 배움이 이뤄지는 시간이지요. 때로는 각자, 때로는 둘씩, 때로는 남녀, 때로는 남녀따로 여러가지 형태로 노는 그 시간안에서 밭 작물들 처럼 무럭무럭 서로 넝쿨져 마음도 몸도 잘 자라나길 바라보면서 노을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노을과의 공부, 배움
운동장에서 8자놀이를 하고 들어와서 2학기 첫번째 꼴그리기로 주기를 열었습니다. 출렁거리는 원 모양 3가지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꼴입니다. 저 곳에는 아이들의 낯선 외계 나라, 보석, 꽃 들이 있어요.
배움터 다지기 시간에 꾸준히 한자를 배웁니다. 한자 속에 담긴 의미들을 통해 벼농사를 짓는 옛 그리고 오늘의 가을 풍경을 담아봅니다.
수셈 주기 집중으로는 발로 하는 구구단, 구구셈, 나눗셈을 하였습니다. 각자의 속도를 가진 아이들입니다. 집공부는 각 모둠 안에서 검사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배우는 시간이고, 또 비난하지 않으며 기다림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그렇게 서로 배움을 하는 시간입니다. 부모님들께서도 아이의 속도가 모두 다르니, 그 속도를 존중하며 조급해하지 않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수셈은 아이의 삶 속에서/마음 안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배움들 가운데 한 가지일 뿐이니까요. :)
9월 수셈은 작은 변화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3차원의 태하에게 필요한 수셈을 위해 주기집중 시간에만 마루와 함께 그 부분을 공부하고 만들어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통합수업을 지향하는 자유학교에서의 이번 결정은 무지개, 치토스, 태하와의 이야기 안에 조심스레 이루어졌지만, 노을은 교실 안에서 아이들이 이 부분을 잘 받아드릴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10월부터는 쭉 분리 수업 하지 않습니다)
가치수업을 통해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른 지점에 대한 이야기들을 아이들 삶 속의 모습을 예로 들어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예 때문에 제가 말하려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 모두가 똑같지 않기에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책과 놀이를 통해(권정생, 길아저씨 손아저씨) 다가갔고, 혼자 남아서 이기는 것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도 하얀별 놀이(공피하기 놀이) 를 통해 다가갔습니다.
모두가 다 제각각 다르고 또 같기에 더 재밌고, 더 강해지는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배움은 먹거리 교육과의 통합 수업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열매 하나)
이 이야기들이 아이들 삶 안에서 잘 뿌리내리기도 하고, 때로는 여전히 힘겹기도 합니다. 둘러 앉아 길게 이야기 한 사건이 있던 날도 있고, 그 이야기 속에서 서로를 통해 필요한 배움을 합니다. 그리고 이 역시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른들보다 큰 유연함의 힘과 투명함의 힘을 가진 아이들이기에 다음 날은 또 신나게 놀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배워서 노을도 점점 관계 안에서의 유연함과 투명함을 유지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애씁니다 :)
파란 하늘 아래서 열심히 달리고, 뛰고, 접고, 일으킨 체력장. ㅎ 오래달리기를 힘들어 했는데, 앞으로 같이 산으로 들로 나가는 10월 보내려 합니다. 아침 열기로 뒷산 가는 것을 시작하기도 했지요.
이제 곧 울긋불긋 예쁜 가을이 올 것 같아요. 아이들 돌아가면서 조금씩 아프기도 하고, 놀다가, 작업하다 다치기도 했습니다. 감기 걸리지 않게 건강한 10월 보내보아요.
< 알림 >
1. 소풍
날짜 : 10월 4일 (금)
장소 : 우보농장 (고양동) / 벼품종 공부, 벼베기 체험/연습
교통편 : 일상적인 등학교합니다. 학교에서 모여 버스로 이동하고, 학교로 돌아옵니다.
준비물 : 건강한 도시락, 물병, 건강한 간식, 갈아입을 옷, 수건 등 (나중에 아이들 알림장 참고해주세요.)
비용 : 5000원
(강사비 명목으로 드리는데, 학교에서 50%지원합니다.)
2. 통합학년 모임
10월 8일 8시에 학교에서 합니다.
아이들과도 따로 미디어 교육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함께 실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니 ^^ 이 날 가능하면 많이 참석해주세요.
또, 들살이 전에 잠깐이라도 얼굴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니 많이 참석해주시기 바래요.
3. 가을들살이
날짜 : 10월 14일-18일 (4박 5일)
장소 : 자라섬 오토캠핑장/ 축령산 자연휴양림
조만간 자세한 공지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읽다가 숨찰 정도로 긴 글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ㅎㅎ
열매가 영그는 계절에 아이들이 힘들여 일하고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밭일하고도 놀 에너지가 남아서 또 열심히 노는 아이들!
생명이란 그런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넝쿨진다는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 그런 가을이 왔네요, 건강 돌보며 행복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우와~ 한달 이야기가 풍성하네요.
학교 들어가는데 허수아비가 두팔 벌려 환영해주니 기분 좋더라구요~
생각보다 텃밭 수확물이 쏠쏠하네요~~~ ^^ 서현이가 기다리던 쥐이빨 옥수수(?)도 열리고 ^^
처음에는 신나서 하더니 갈수록 텃밭은 귀찮아하더라구요.
그러한 과정을 통해 생명을 길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 알았으면 좋으련만 알란가 모르겠네요~~~ ^^
벌써 찬바람이 부는 것이 3학년도 얼마 안남았나봐요. 아이들과 노을 모두 남은 이 시간이 행복으로 가득차길 항상 기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