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여행으로 미국 뉴올리언스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나는 그 곳에서 평생 잊지 못할 공연을 보았다.
당시 한적함이 배어있는 마을 위주로 돌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옛 재즈를 연주한다는 ‘Preservation Hall’을 발견했다.
1961년에 문을 연 ‘Preservation Hall(보존홀)’은 단어 뜻처럼, 뉴올리언스 재즈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예전 흑인들이 모여서 재즈를 연주하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는 곳이었다.
입구의 허름한 나무문으로 들어가니 간소한 홀이 나왔다. 백열등 몇 개로 비춰진 홀 안은 세월을 그대로 안고 있는 느낌을 줬다. 마이크도 없고 앰프도 없었다. 홀 한 쪽에서는 나무의자 몇 줄에 관람객들이 앉아 있었다.
공연 시간이 되자 10명쯤 되는 밴드가 들어섰다. 백발의 할아버지부터 젊은 청년까지 나이대가 다양했다. 모두 흰 셔츠에 검정바지를 가지런히 차려입고 있었다.
연주자 모두 너무나 즐거워하는 모습이었지만, 나를 사로잡은 건 맨 앞줄에서 트럼펫을 불던 백발의 흑인 할아버지였다. 그는 왜소했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열심히 연주를 하고 있었다. 한 음 한 음 정성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이었다. 그 할아버지에겐 다른 연주자에겐 없는 세월의 흔적 같은 게 엿보였다.
공연 후반부쯤 그의 솔로 차례가 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들고 힘차게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작았고 가사조차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내 가슴을 망치로 내려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모습과 목소리의 조화는 내가 본 그 어떤 공연보다도 힘이 있었다. 그가 노래하는 모습에서 아이 같은 순수함과 경건함을 동시에 느꼈다.
순간, 내 자신에게 질문했다. 나도 저 할아버지처럼 인생을 살수 있을까? 하고... 눈물이 났다.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음악을 이제 막 시작하는 난, 이미 너무 많은 것에 한눈을 팔고 있던 것이었다. 음악을 한다는 게 예술을 한다는 게 무었인지, 그 할아버지는 조용히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잠깐 스쳐간 그 할아버지가 나에겐 너무나 큰 가르침을 주셨던 것이다.
오늘도 그 할아버지는 어둡고 허름한 홀에서 아이와 같은 순수함으로 한 음 한 음 최고의 정성이 담긴 연주를 들려주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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