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수목원에서 라일락꽃을 찍고 왔는데 문득 제주작가회의 김진숙 시인의 시집 ‘미쓰킴라일락’이 생각나 찾아 펴놓고 몇 편 시를 골랐다.
라일락은 우리 이름으로 수수꽃다리인데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관목이다. 우리나라 중부 이북에 자라는 식물로 잎은 마주나고 심장꼴이며, 윗면은 짙은 녹색이고 뒷면은 연둣빛이다.
꽃은 봄에 피고 보통 연자주색이며, 꽃부리가 긴 통 되어 있고, 짙은 향기가 난다. 관상용으로 심으며, 이와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정향나무와 꽃개화나무 등 7종이 있다.
♧ 미스킴라일락
들리네요, 화분 속에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
눈물로 피고 지던 기지촌의 꽃밥 한 술
미스 킴 혼혈의 언니, 라일락이 웃네요
------ * 해방직후 식물 채집가 미러 교수가 북한산에서 수수꽃다리 종자를 채집, 미국으로 건너가 개량하여 만들어진 꽃.
♧ 오리 날다
나, 이제 병든 계절을 지우려 한다.
무심히 벚꽃 나리는 버스정류장 근처, 낮부터 취기 오른 편의점 간이탁자에 부르튼 꽃잎 한 장을 잔속에 얹히다 말고, 잠이 든 중년 남자의 움푹 파인 계절 속으로 때 절은 오리털 파카 그의 기록을 훔쳐본다. 삐죽이 실밥 사이로 갓 부화한 오리들과 노숙에 익숙한 꽃들이 깃털 한 장씩 내보이며, 서둘러 꽃을 지우려 한다. 붙임성 없는 봄날,
난만히 세상 밖으로 날갯짓 저 오리 떼.
♧ 바다직박구리
때론 떠나는 일이 말처럼 쉽더라고 도항선 바닷길이 실타래를 풀어내듯 한나절 하늘을 향해 바위처럼 앓았다.
변성기 그대 삶은 섬 속에 섬을 짓는 일 누군가 떨구고 간 그리움을 쪼고 있는 여태껏 바다를 섬겨 꼬랑지가 파란 새.
바다와 바다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너와 나 슬픔의 깊이가 또 하나 섬을 이루는, 그 안의 빛나는 가슴, 내 상처를 보았다.
♧ 사월이 길을 낸다
주인 잃은 신발들이 낙엽 따라 흩어지고
뒷마당 동백나무가 오금 저려 툭툭 지던
사월이 붕대를 풀고 성큼성큼 오십니다
먼 길 오시는 밤에 꽃등 하나 켜렵니다
수선스럽지 않도록 마음 한 자락 비워두고
지상이 부시지 않게 소리 없이 켜렵니다
억새풀 젖은 뿌리를 바람이 흔드는 동안
사랑이란 화두 하나 던져놓고 살기엔
청명일 서룬 하늘이 하염없이 붉습니다
♧ 내 안의 봄
겨울 끝 산짐승처럼 모로 누운 오름 둔덕 눈 위에 외발로 찍힌 발자국 발자국 따라 잔가시 박힌 상처를 쓰다듬고 가는 길
추울수록 놓지 마라, 내 뼈를 묻으리라 고집스레 지켜온 청미래덩굴 마른손이 연둣빛 젖살이 오른 애기 송을 어르네
꽁지 긴 장끼 두 마리 기척 없이 나와서 환절기 안부를 묻는 이끼 푸른 오름을 향해 푸두등 차오른 하늘, 끄트머리 부시다
|
출처: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김창집
첫댓글 시조 사진도... 마우스를 몇 번이나 밀어 올렸다 내렸다 합니다.
꽃과 시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사연이 있군요.배웠습니다. 라일락은 오월에야 되어야 피는 줄 았는데 지금 피었다니 함,직접 보고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