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고속 집회에 갔습니다. 날이 추워 일찍 끝나고 늦게 도착한 남편과 저는 천막 안에서 기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집회 때 자세히 듣지못했던 기사님들의 근무조건과 속사정을 알게 되면서 다른 많은 시민분들이 아시면 노조원분들이 사측과 협상할 때 힘을 얻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사측을 압박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서 저도 진흥고속 홈페이지(www.kjbus.com)에 글을 올렸습니다. 시간되시는 분들도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쓰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어제 오간 이야기를 간략하게 메모합니다.
* 생체리듬을 무시한 변칙적인 근무 스케줄:
하루 평균 15시간의 근무를 하고 어떤 경우에는 12시까지 운행을 하고 다음날 오전 10시에 배차가 되거나 심한 경우는 새벽 6시에 배차가 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제대로 잠도 못잘 뿐 아니라 집에 들어가는 것도 불규칙해져서 이혼하신 분들도 계시다고요. 피로가 누적되다보니 졸음과 필사적으로 싸우며 운전하지만 어쩔 땐 불가항력이라 졸 때도 있고요. 얼마전 운전 중 뇌경색이 온 기사님이 있었고 실제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요.
* 노후한 버스:
강변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진흥고속 버스에 관심이 갔어요. 옆에 있는 강원고속과 한 눈에 비교가 될 정도로 오래되고 하단 부분이 녹슬어서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매년 정부보조비 40억원 중 노후버스 교체비로만 7억이 배정되어 있는데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시에서도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건 시에도 건의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기름값을 아낀다고 안전과 직결된 스페어 타이어를 달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럴 경우 엔진과의 무게 균형이 안맞아서 차의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해주셨어요. 정비불량으로 인한 사고도 많다고 합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 철탑 위에 계신 위원장님.
어제 날씨가 정말 추워서 남편과 저는 오늘을 버티실 수 있을까 많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작은 가스난로라도 올려야 하는 거 아닌가 여쭤보니 경찰들이 막아서 하루에 식사와 흔들어쓰는 핫팩만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저희는 황당했어요. 화가 났습니다. 무슨 근거로 난로를 못 올리게 하는지.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데 인권적 차원에서도 정말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번 집회에서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본 위원장님인데 이번에는 서있기도 힘드셨다고 전해들었습니다. 몸을 누울만한 자리도 없고 손이라도 녹일 수 있는 난로도 없는 그곳에서 정말 어떻게 계시는지...오늘을 살아계실 수 있는지...
춘천에는 매일 여러 행사가 있습니다. 특히 연말이라 더 바쁘시구요. 근데 지금 저기 철탑에서 바짝 다가온 죽음과 마주하고 싸우고 있는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 가장 급한 일이 아닌가.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이라도. 하나라도. 말입니다.
첫댓글 촬영하고 있는 고수정님이 그러는데, 제일 필요한 물품이 핫팩이라고, 떡이나 먹을 것 말고 핫팩이 제일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혹시 오늘 춘천터미널 지나가시는 일 있는 분들은 약국에서 핫팩 사서 천막(버스 나오는 출구 건너편)에 전달해드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춘천을 오가며 보았었습니다. 이 추위에 어떻게 버티실까 걱정만하며 스쳐지나갔었는데 반성이 되네요. 다음엔 잊지말어야겠습니다!!
핫팩전달해드리고 싶군요. 그보다 글을 쓰려고하니까 사이트에 안 들어가지는 건 무슨조화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