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자프로골프가 남자프로골프보다 인기가 높은 편이다. 여자대회가 남자대회보다 훨씬 많은 '기형적'인 나라다.
하지만 국내 주말골퍼들의 경우는 아직 남성의 비율이 여성을 압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국내 골프장들은 여자프로골프대회가 열릴 때면 남자라커룸과 여자라커룸을 서로 맞바꿔서 사용하는 ‘편법’을 자주 쓴다. 최근 들어 여성의 비율이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다소 떨어진 골프장의 평일 부킹에서는 경우는 여성골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다. 바야흐로 ‘아줌마의 힘’이 필드에까지 뻗치고 있는 것이다.
▲ 본사진은 내용과는 상관없습니다.
남자 주말골퍼들의 상당수가 ‘접대골프’의 주(主)와 객(客)의 입장에서 필드를 찾는 것과 달리 여성 골퍼들은 친목의 성격이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여성들끼리 조를 이룬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그렇고, 남녀가 함께 조를 이룬 경우는 부부(또는 가족)이거나 ‘불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골프장 관계자들의 귀띔이다.(다 그렇다는 얘기는 절대 아님.)
캐디들에 따르면 부부인지 아닌지는 한두 홀만 지나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아 글쎄, 머리 들지 말라니까.” “또, 또, 또. 아니 힘도 없는 여자가 왜 그렇게 온 몸에 힘을 넣고 있는 거야.” 남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볼 것도 없이 부부 사이라고 봐도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불륜 커플’이거나 적어도 ‘부부가 아닌’ 남녀 골퍼들의 대화 내용은 사뭇 다르다. 일단 남자쪽이 ‘어색한’ 반말을 한다는 점이 주요 특징이다.
“굿 샷. 조금만 더 피니시를 충분히 해주면 좋은데.” “자기 샷이 너무 많이 좋아졌네.”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목소리가 별로 크지 않고 속삭이듯 얘기한다는 것이다. ‘불륜 커플’들의 세 번째 특징은 ‘주위의 시선’때문에 자신의 주 활동무대에서 가능하면 멀리 떨어진 골프장을 찾는다는 점이다. 그런 골프장을 오가는 길목에 이들이 즐겨 찾는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도 또다른 이유라고 한다.
여성들끼리, 특히 40대 이후 ‘아줌마’들끼리 조를 이뤄 나온 경우에는 남자 주말골퍼 팀과는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우선 ‘폼생폼사’(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 경쟁이 심하다.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 브랜드 위주로 클럽을 선택했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게다가 캐디 백과 보스턴 백을 자신의 자동차 색깔과 맞춰서 마련하기도 한다. 차려 입은 골프웨어나 신발 값을 합치면 어지간한 정장보다도 비싸다.
여성들끼리 플레이하는 경우에는 친목의 성격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OK’(기브)가 거의 없다는 것이 캐디들의 전언(傳言)이다. 접대상 만나는 남자들의 경우는 심한 내기가 붙은 경우가 아니면 어지간한 거리에만 붙어도 ‘OK’를 부르지만 여성들은 ‘미묘한’ 차이로 서로 감정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OK’를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자신의 퍼터 헤드를 컵에 넣어 퍼터 그립 안쪽으로 볼이 떨어져 있다면 동반자들이 ‘OK’를 불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그냥 볼을 집어 든다고 한다. 어찌 보면 입으로는 ‘OK’를 외쳐 놓고는 속으로 “어휴, 저거 그냥 두면 그냥 2퍼트인데...”라고 속앓이를 하는 남자들보다 명쾌하고 깔끔한 방식인 지도 모르겠다.
여성골퍼들에 얽힌 진실 하나. 남성들은 앞 조에 여성 골퍼 4명이 가면 “오늘 또 많이 밀리겠다”고 걱정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계속 ‘땅 볼’로 몰고 다니는 완전 초보가 끼여 있다면 밀리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거리가 별로 나지 않는 여성골퍼들은 파4홀에서도 대부분 3온이나 4온을 노리기 때문에 거의 그린 근처에까지 접근을 해서 앞 조가 빠지기를 기다린다.
먼 거리에서 “2온을 하겠다”며 시간을 끄는 남자들보다는 훨씬 진행이 빠르다는 것이 캐디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