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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이 다가오는 9월의 둘째주 이동장터.
어르신들은 추석명절이 다가올 무렵엔 최대한 물건을 안사고 계셨다가 추석 때 많은 물건을 사시곤 합니다. 그래서 추석직전 주간에는 평소보다 매출이 다소 감소하기도 합니다. 명절 이동장터에는 평소에 갖고 다니기 힘들었던 채소류와 청주 등 명절에 필요한 식료품들을 추가로 갖고 다닙니다. 전에 쓰일 동태전감, 송이버섯,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팽이버섯, 숙주, 단무지, 햄, 맛살 등을 챙깁니다.
그리고 방송도 특별하게 다시 바꾸었습니다. 기존에 하던 방송에서 내용을 바꾸어 추가로 안내해드립니다. 어르신들은 사기 위해서 기억하고 오시려지만 막상 이동장터를 만나면 살것들을 까먹으시곤 합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고, 또 들리게 해야 사려고 하셨던것을 사실 수 있습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나오실것을 예상하며 오늘은 혼자가 아닌, 김강선 선생님과 둘이 함께 움직여봅니다.
9시 15분,
우리 어르신 차 보자마자 바로 마당으로 오라고 하십니다. 어르신 손짓보고 차가 가려던 순간, 못보던 꼬맹이가 어르신을 따라합니다.
집에 자녀들이 벌써 왔나봅니다. 실제 추석 명절은 토요일부터이니, 빨리오는 자녀들은 금요일 저녁부터도 오겠지요. 명절에 필요한 것들 술도 사고, 부침가루, 튀김가루, 새송이, 느타리, 콩나물, 숙주나물, 자반고등어, 멸치 등 사시곤 손주 줄 홈런볼, 과자 한 묶음도 사십니다. 물건을 한움큼 내려놓고 명절 인사하고 나옵니다.
돌아가는 길, 윗집 어르신 만나는 길 뒷집 어르신도 함께 나옵니다. 느타리버섯, 간장, 술, 숙주 등을 사십니다. 아랫집 어르신은 고무장갑 사려다가 윗집 어르신이 하나 준다는 말에 안사십니다.
9시 30분.
아랫마을, 일정이 바뀐 사실을 잊으셨는지 나오지 않습니다. 안에 노크하고 들어가니 어르신께서 옷을 다 벗고 계십니다. 추석인데도 엄청 뜨겁습니다. 집에 에어컨이 없으니 옷을 다 벗고 선풍기 쐬고 있습니다. 저는 놀란 나머지 밖에서 말씀드립니다. 어르신 옷 챙겨 입고 나오셔서 물건 고르십니다. 사이다, 꽈리버섯, 당근, 망고쥬스, 표고버섯, 콩나물, 두부, 잡채, 메추리알, 뚝심 등 여러가지 사십니다. 명절은 역시 명절인가 봅니다. 방문할 손주들 위한 햄도 사고, 장조림할 메추리알, 꽈리도 사시고 물건 사는 그 마음이 가족들에게 환대할 그 마음이시겠구나 싶습니다.
9시 55분,
불가리스 어르신, 오늘도 사십니다. 어르신도 오늘은 녹두채도 사십니다. 명절엔 녹두채가 반드시 필수인가 봅니다. 어르신께도 명절에 필요한 물건이 없는지 여쭤보니, 녹두채 말씀해주십니다. 요즘엔 전을 모두 다 해오거나, 안먹는 추세라며 그래도 나물은 있어야한다고 하십니다. 콩나물 한 봉지 1,500원, 녹두채 한 봉지 2,000원, 어르신들에게는 흔히 먹고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나물이라 그런가봅니다.
10시,
어르신들 모두 안계셔서 조합원 어르신 전화드리니
"어~ 왔어? 금방 갈께."
날짜 바뀌는 사실을 미리 알려드려도 까먹습니다. 회관에 붙여놓고 기둥에 붙여놔도 까먹습니다. 어쩔수 없습니다. 한 번 더 알려드리고 말씀드릴 수 밖에.
어르신은
"명절 물품은 아그들이 다 해오니깐 나 커피 젤 큰놈으로 하나 주쇼." 하십니다.
또 선사하시려나 봅니다. 늘 커피를 사주시는 어르신, 감사합니다.
10시 30분,
오늘 이곳은 조용합니다.
유일하게 명절에 조용히 지나가는 마을이 될듯 싶습니다. 괜찮겠죠?
집에 아무도 안와서 안사는 것일까요? 아니면 역귀성을 하셨을까요?
10시 40분,
전화가 옵니다.
"나 나갈테니깐, 오면 전화해`" 하시는 어르신.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외딴 곳에 사시는 어르신입니다.
어르신 체크하며 어르신 마을로 가는 중, 축사에서 한 청년이 뛰어나옵니다. 예전에 몇번 거래했던 피자즈라는 외국인 청년입니다. 늘 바나나 혹은 우유, 빵 등 참일지 식사일지 모르는것들을 샀는데, 오늘도 역시나 바나나 찾습니다. 하지만 없어서 다른 것들 추천해드립니다.
이름이 피자즈가 맞는지 재확인하니 살짝 놀라며 맞다고 해줍니다. 자기 이름을 기억해주는 것이 놀라웠나봅니다.
추석 명절 맞아 매대가 바뀌었음을 이야기하니 알겠다고 하며 이해해줍니다. 한국에서 보내는 명절 잘 보내라고 인사하며 이동합니다.
그러곤 곧 도착한 어르신 집 앞. 골목 끝에 어르신 집이 있습니다. 어르신 집에서 회관까지 오려면 걸어서 15분은 족히 와야할 것입니다. 오늘은 비가 안와서 다행입니다. 날 궂은 날에는 진흙으로 변해버린 땅과 물뭍은 풀들을 지나치면 바지와 신발이 많이 더러워집니다. 그래도 비가 오는게 나을까요? 너무나도 더운 요즘 날씨. 어르신도 땀 범벅된 얼굴로 오십니다. 명절 맞아 어르신은 특별히 느타리 버섯 사십니다. 고맙다며 인사하고 돌아가시는 어르신. 어르신 댁에도 많은 가족들이 오가길 바래봅니다.
회관에가니 어르신 한 분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 어르신은 동태전감
11시 10분,
마을에 어르신들이 안보이셔서 혹시나 싶어 마을 사랑방인 어르신댁에 가봅니다.
집에 계시는 어르신, 명절 맞아 왔다고 말씀드리니
"일단 와서 커피 한 잔 혀~" 하십니다.
어르신께 홍보지로 만들어온 종이 보여드리며 읽어봐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곤 여분으로 더 챙겨드리며 동네분들 나눠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알겠다며 안경쓰시곤 꼼꼼하게 읽어보십니다.
우리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이 단순한 슈퍼가 아니라, 지역사회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자녀들도 알고 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촌의 소멸과 이를 대응하고 있는 민간 단체들의 활동을 말이지요.
11시 30분,
우리 어르신 현관문에서 걸어오십니다. 웃으면서 오시는 어르신. 보는 것만으로도 좋으신가봅니다.
어르신께서 물건을 보시며 손 끝에 쥐어지고 있는 아주 작은 종이를 보시길래 무엇인가 싶었는데 어르신께서 적어오신 종이였습니다.
가로세로 3센치도 안되는 종이에 빼곡하게 적어오신 어르신. 집에 종이 한귀퉁이를 뜯어오셨나 싶습니다. 명절 준비 잘하셔서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바래봅니다.
11시 45분,
윗집 어르신, 마당에서 천천히 오십니다. 어르신도 평소에 사지 않던 술을 사십니다. 자녀들이 오면 일단 술상을 봐야하는것이 어르신인가 봅니다. 그리곤 메추리알 하나 추가로 사시는 어르신. 명절 메추리알장조림은 우리 손주들을 위한 단골메뉴인가 싶습니다.
12시,
차를 끌고 위에집도 가봅니다. 면사무소에서 미리 선결제로 지원한 어르신댁, 방문하니 지난번 병아리가 어르신 옆을 뛰어다닙니다. 그새 엄청컸습니다. 어르신은 미원, 콩나물, 밀가루를 사십니다. 다른것들은 괜찮으시다며 다음주에 또 보자고 하십니다.
12시 15분,
오늘은 어르신이 회관에 안가셨나봅니다. 최근 아랫마을 회관에 자주 가셔서 문이 잠겨있었는데, 오늘은 열려있습니다. 어르신도 두부와 숙주를 함께 사십니다. 숙주를 명절에만 드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평상시엔 잘 찾지 않는 숙주나물.
13시 35분,
어르신 댁 앞에 모르는 차2대가 주차되어있습니다. 자녀들이 왔구나 싶습니다. 집에서 아들로 보이는 분이 나오십니다. 안에서는 어르신 목소리가 들립니다.
"콩나물 하나, 계란 하나, 맛소금 하나~~"
아들은 어머님 말씀으로 장보고 가십니다. 이동장터 차량을 보며 신기해 하십니다. 매주마다 어르신 댁에 들린다고 말씀드립니다. 좋은 일한다며 인사하고 가십니다. 어르신댁에 자녀가 와있음이 맘이 놓입니다.
14시,
회관에 어르신들은 안계시지만, 늘 정차하던 곳에 정차하고 기다려봅니다.
옆집 어르신 오셔서 녹두채 2개, 당근 사가십니다. 명절이 되면 모든게 비싸지지요. 당근 4개 들은 한 봉지가 8천원입니다. 어르신은 하나만 필요하시다는 말씀에 뜯어서 한개만 드립니다. 필요한만큼만 살 수 있는, 그런 장이 동락점빵입니다.
14시 20분,
시정에 나와계시는 어르신. 모르는 남자도 함께 있습니다. 알고보니 어르신 둘째 아들이었습니다. 어르신에게 여쭤보며 이것저것 사시는 아들. 세분이 같이 있으니 닮은 모습에 가족이구나 싶습니다. 유전자의 힘은 무섭습니다.
윗집 이모님도 함꼐 오십니다. 늘 술을 한 병, 두병 사셨는데 오늘은 반찬류도 사십니다. 잡채 한 번 해드실려는지 당면, 느타리, 당근 함께 사십니다. 이모님에게는 신선식품을 필요로 하시는것을 새삼 재확인하였습니다. 매번 사실 때마다 카스 낱병, 낱캔, 소주 낱병 등 주로 술만 사시길래 사실 조금 안좋게 생각했던 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사시는 모습을 보며, 다른 반찬류등을 잘 해드심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14시 40분,
오늘도 추가로 5천원이 더 놓여있는 어르신 댁. 조용히 중멸치 한 봉지 추가로 더 갖다드립니다. 어르신이 쌓여있는 포인트는 약 22,000원. 500원 모지라는 것은 포인트로 사용합니다.
14시 50분,
어르신 댁에 올라가니 어르신 계십니다. 오늘은 두유, 소면, 불가리스, 고등어 요청하십니다. 소면이 2개밖에 없고 중면 1개 있어 어르신께 말씀드려보니 중면도 괜찮다며 3개 갖다달라하십니다. 부족한 2천원, 어르신도 포인트로 해결합니다.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은 구매금액의 1%를 포인트 적립합니다. 해가 넘어가도 포인트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쓸 수 있습니다.
15시,
어르신 댁에 올라가보니 어르신 댁에도 따님 차가 와있었습니다. 어르신은 무엇을 사야하나 고민하시다가 계란이 있는지 확인하셨습니다. 어르신은 집에 계란이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니, 딸이 바로 냉장고 확인해봅니다.
"엄마 계란 없어~~"
어르신은 괜찮을것 같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딸이 사라는 말씀에 사위가 나와서 계란 한 판 갖고 갑니다. 그러곤 바로 결제 해주시는 따님.
어르신께도 명절 인사 드리고 나서봅니다.
15시 15분,
회관에 가니 어르신들께서 날짜 바뀐것을 몰랐다고 하십니다. 지난주에 왔을 때 붙여놨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그 사이 회관을 공사해서 잘 몰랐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동장터 오는지 계속 확인전화하고 기다렸다는 어르신들. 다른 어르신은 못오는 어르신 대신해서 물건 구매하주시기도 합니다. 시정에 어르신하고 같이 있던 아들과 손주는 어르신이 사는 술과 찬들 들고 배달갑니다.
중간중간에 다른 어르신들이 물건달라고 하시며, 갖고가십니다. 명절엔 서로 바쁘고 정신이 없다보니 매대 위에 손이 왔다갔다 자주합니다. 그러다보면 계산이 틀려지거나 물건을 놓칠 수 있습니다. 어르신께 "찬찬히~" 라고 이야기를 해도 소용 없습니다. 까먹을 수도 있기 떄문이지요.
다들 필요하신 물건 모두 고르셨습니다. 다른 한 어르신은 내려오라고 하십니다.
"나 저~ 울 집에서 기달랑게, 내려오소~"
어르신 집에서 끌차 갖고 나오십니다. 무거운것들 필요한것들 모두 담아서 집으로 갖고 가실려는거 한 번에 들어서 갖다드립니다. 어르신 고마워하시며, 명절 안부인사 나눠주십니다. 날짜 바뀌어도 꾸준하게 사주시는 어르신들이 감사했습니다.
15시 30분,
오전에 들렸지만, 명절이니깐 한 번 더 지나가봅니다.
지나가는 순간 바로 들리는 소리,
"잠깐만~~" 하시는 우리 어머님.
아까 오전에도 불렀는데, 안서서 못샀다고 하십니다. 집으로 가자는 말씀에 들어가니 우리 손주들, 깨벗고 빨간 대야에서 물놀이합니다.
명절에 필요한 물건들 다 사시곤, 손주먹을 간식들 많이 사십니다. 매대에 특별하게 올려논 다양한 젤리들, 한움큼 쥐어줍니다. 손주 사랑은 할머니지요?
16시,
늘 명절에 물건을 구매해주시는 우리 반장님.
아얘 리어카까지 갖고 오십니다. 팽이버섯, 새솟잉, 미원, 당근, 카스, 갈비양념, 콜라, 사이다, 환타, 잎새주, 콩나물 숙주....
"어디 더 살거 없나? 돈 맞춰봐~~" 하시는 반장님.
그 남편 되시는 전 이장님도 오셔서 물건 보십니다. 그러곤 집에서 시원한 캔음료 두개 갖다주십니다. 가슴 한쪽엔 현금다발이 있으시길래 무엇인가 싶었는데, 마을 개발 보상비가 나왔다고 하셔서 집집이 보상비를 주고 계신다고 합니다. 이장이 끝나도 마을일을 계속 신경쓰고 계시는 우리 어르신 고마웠습니다.
16시 20분,
우리 총무님 집에 가보니 총무님 고맙다며 요구르트, 음료수 바로 내어주십니다.
집에 필요한거 내려놓으라고하시곤 윗집하고 마지막 할머니집으로 가라고 하십니다. 다들 기다리고 계신다고 알려주십니다.
윗집 할머니댁 가니 콩나물, 계란, 요리당, 잎새주, 등 다양하게 말씀해주십니다. 어르신 바지에는 주머니가 몇개인지 곳곳에서 돈이 나옵니다. 필요한걸 다 사시곤 명절 잘보내라고 해주십니다.
내려가는 길 우리 어르신댁에 아드님 차가 와있었는데 우리어르신 나오십니다. 명절만되면 늘 사시는 해물동그랑땡, 이번에도 사십니다. 어르신과 해물동그랑땡은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 유일하게 어르신만 사시는 해물동그랑땡.
마지막 어르신집 가는길 부녀회장님도 나오고 노인회장님도 나오고, 모두모두 나와서 장보기 바쁩니다.
마지막 어르신 집에서는 샤인머스캣 2송이를 내어주십니다. 집에 며느리가 있음에도 다 먹고가라고 신신 당부하며 붙잡으십니다. 어르신 서운하지 않으시게 양손 가득 갖고나옵니다.
5시가 넘어가는 시간,
명절이라 바빠서 다행입니다. 어르신들이 많이 사실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누군가가 오는 것이고 환대할 수 있는 기회가 어르신들에게 있어서 다행입니다.
내일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어르신들이 물건을 사실 수 있으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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