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둔치 정비 끝없는 논란 이번엔 '물놀이장 설치'싸고 홍역
지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낙동강 둔치 정비사업을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 이용 공간 확보'와 '친환경 복원'을 내세우며 줄기차게 대립각을 세워 온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이번에는 '수영장(물놀이장)' 설치를 놓고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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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구청이 지난 1999년부터 운영 중인 70평 규모의 온천천 물놀이장. 낙동강 하구에는 최근 3천평 규모의 거대한 물놀이장 설치가 추진돼 논란을 빚고 있다.
| # 부산시 "시민들이 원하니까"
낙동강 둔치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부산시 낙동강환경조성사업단은 최근 이미 사업이 진행 중인 삼락지구(143만평) 시설이용지역에 추가로 물놀이장을 건립키로 하고 8천만원을 들여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기존 시설이용지구에 계획된 7천평의 꽃단지를 대체해 물놀이장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3천평 규모의 물놀이장(성인용·어린이용)과 900평대의 야외 스케이트장,탈의실 등을 갖춘 이 시설은 조성사업단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12월 삼락지구 완공과 함께 개장될 예정이다.
조성사업단은 이와 함께 사업 초기 단계인 화명지구에도 중장기적으로 물놀이장을 계획하고 설계에 반영키로 했다.
조성사업단 박무영 사업1과장은 "삼락지구에는 당초 계획엔 없었지만 지역 주민과 구청,시청에서 물놀이장 건립을 요구하는 민원이 거세 설계를 변경하기로 했다"면서 "기존에 계획된 꽃단지에 비해 많은 시민들이 찾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환경단체 "친환경 복원에 역행"
환경단체들은 부산시의 이같은 물놀이장 건립 추진에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삼락지구의 수영장 건립은 '낙동강 정비계획의 전 과정을 시민환경단체 협의체와 협의한다'는 합의안을 무시한 독단적인 추진이라며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천연구센터 강살림 이준경 사무국장은 "생태계 자원이 풍부한 강 하류 둔치에 한강 둔치의 수영장을 모방해 물놀이장을 만들려는 발상은 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혀 없이 개발광풍에 휩싸였던 70~80년대로 회기하자는 것"이라며 "생태계 복원을 통한 강의 회복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매년 홍수나 태풍으로 범람하는 낙동강 하구에 많은 예산과 비용을 들여 물놀이장을 설치,운영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분위기다.
김승환 동아대 도시조경학부 교수(100만평문화공원조성 범시민협의회 사무처장)도 "낙동강 둔치는 미래 지향적인 공간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시에서 늘 예산타령을 하면서 막대한 예산을 단기간에 쏟아붓는 것은 생색내기 전시행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 시민 이용시설 규모도 논란
환경단체에서도 둔치 내에 시민들을 위한 시설을 만드는 데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공원이나 체육시설이 열악한 부산의 지역 여건상 둔치 내 일정 부분은 체육시설 등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승환 교수는 "둔치의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선 일단 최소한의 공간만을 체육시설 등으로 이용하고 이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후 점점 시설들을 늘리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데 시에서는 삼락,염막,화명,대저지구 4곳 모두에 이용시설을 설치하려 한다"면서 "특히 근린공원의 이용시설 면적이 10%로 제한되고 있는 마당에 화명지구는 전체 면적의 30%가 이용시설로 덮히는 등 자연을 지키려는 원칙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조성사업단은 시민들과 지자체의 요구에 비해선 그나마 이용시설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조성사업단 박무영 과장은 "화명동과 금곡동,덕천동 둔치가 포함되는 화명지구는 다른 지구에 비해 인근이 주거밀집지역이라 시설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지만 다른 지구들은 10~20%대 정도"라면서 "화명지구도 덕천동이나 금곡동 주민들의 체육시설 건립 민원이 많았지만 전체 환경을 고려해 화명동에만 시설이용지역을 집중하고 다른 곳은 자연보전지역으로 가꿔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발전연구원 오동하 박사는 "부산은 서울과 달리 해수욕장도 많이 있는데 여름 한철만을 위한 물놀이장 설치는 적절하지 못한 감이 있다"면서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되 물놀이장 등은 수요를 봐 가면서 장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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