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옆에 계신 분, 앞뒤에 계신 분과도 부활 인사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2월 14일, 재의 수요일에 제대 꽃꽂이에 화살나무가 등장했는데, 화살나무는 꺾이기는 하지만 부러지지는 않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사순시기 내내 제대 앞에 있던 화살나무에서 싹이 돋았는데요, 미사 끝나고 제대 앞에 오셔서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죽은 것처럼 보이던 나무가 싹을 틔웠습니다.
오늘 우리는 장엄하고 긴 전례를 거행하고 있는데요, 초대 교회 때에는 한밤중에 모여서 파스카 성야 미사를 시작했고, 긴 말씀의 전례가 끝나고 새벽이 되어서야 성찬의 전례를 봉헌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새벽을 그렇게 함께 맞이하는 것이 교회의 전통이었습니다만 우리는 그나마 조금 줄여서 파스카 성야 전례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빛의 예식으로 오늘 전례를 시작했습니다. 부활초는 예수님의 몸을 상징합니다. 무덤에 계실 때에 예수님의 몸은 불 꺼진 초처럼 생명이 없는 어둠의 상태였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은 이제 생명을 상징하는 불이 켜진 부활초처럼 우리 앞에 살아 계십니다. 우리 각자가 들고 있는 초에 부활초의 불을 옮겨 붙인 것은, 예수님의 이 영원한 생명에 우리도 참여한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부활초에는 그리스 알파벳의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인 ‘알파’와 ‘오메가’가 새겨져 있는데요, 이는 예수님께서 모든 존재와 시간, 그리고 세상 시작 때부터 끝까지 모든 사람의 주인이시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부활초에 꽂힌 다섯 개의 향덩이는, 예수님의 두 손과 발, 그리고 옆구리에 난 다섯 상처 즉 오상을 나타냅니다.
부활초를 모시고 입당하는 빛의 행렬에 이어서 우리는 부활 찬송을 들었습니다. 일 년 중 단 한 차례 오늘 밤만 부르는 부활 찬송은, 부활초가 상징하는 그리스도의 승리에 대한 찬가입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구약의 일곱 개의 독서 중 네 개를 골라서 봉독하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세례와 관련이 있습니다. 제1독서는 새로운 창조로서의 세례, 제2독서는 새로운 계약, 제3독서는 옛 종살이에서의 해방, 제5독서는 하느님의 선물을 나누어 받음으로써의 세례의 의미에 대해 말합니다.
특히 제2독서에서 아브라함이 외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이야기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드님이신 예수님을 우리에게 내주신다는 것을 미리 보여준 이야기였습니다. 또한 제3독서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우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는데요, 이스라엘 백성을 쫓아오다가 바다에 침몰한 이집트 군인들은 우리를 죄와 악의 종살이로 되돌아가게 하려는 악의 유혹을 상징합니다. 또한 우리를 자신의 권한 아래 두려는 죽음의 상징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즉 죽음이 죽임을 당한 것이 예수님의 부활이고, 그것이 제3독서가 예고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이어 신약에서는 바오로 사도의 로마서 말씀을 들었는데요, 바오로 사도는 ‘우리는 예수님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았고, 그분과 함께 묻혔기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권고에 따라 잠시 후 세례 서약 갱신을 통하여 악과 죽음의 지배를 받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세례 서약 갱신을 하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 이스라엘에 예수라는 분이 사셨습니다. 그분은 한평생 좋은 일만 하셨는데, 모함을 받고 십자가에 못 박혀 비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2천 년이 지난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는 그분이 살아 계시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분께서 지금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의 기도를 듣고 계시고, 우리에게 응답하고 계시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활은, 하느님께서 진실하시다는 고백입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께서 진실하신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고백입니다. 부활이 없다면,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가련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돌아가시고, 더 이상 계시지 않은 분을 2천 년 동안이나 추억하면서 헛된 희망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기에, 우리 앞에 타오르고 있는 부활초처럼 예수님의 생명이 지금도 타오르고 있기에, 그분이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시기에,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께서 진실한 분이시기에, 주님께서는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떠나신,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당신 생명으로 살리실 것이고, 우리 또한 다시 살리실 것입니다.
우리는 부활 찬송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오, 참으로 복된 밤, 하늘이 땅과 만나고 하느님이 사람과 결합된 밤!”
장차 하늘에서 있을 일이 땅 위에서 벌어졌고, 하느님께서 사람과 결합하셨습니다. 죽음과 삶이 거대한 전투를 치렀고, 죽음이 패배했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에 향료를 바르려 갔던 여인들은 예수님을 모셨던 무덤에서 웬 젊은이의 말을 듣습니다.
“놀라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에는 부활하신 주님을 뵙고 막달라 마리아가 부르는 노래가 나옵니다. 앞부분을 욥기에서 인용한 가사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네,
나의 구원자께서 살아 계심을.
그분께서는 마침내 먼지 위에서 일어서시리라.
내 살갗이 이토록 벗겨진 뒤에라도
이 내 몸으로 나는 하느님을 보리라. (욥 19,25-36)
이제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일으켜지셨도다.
잠든 이들 가운데 맨 처음으로 일으켜지셨도다.”
I know that my Redeemer liveth,
and that He shall stand
at the latter day upon the earth.
And tho’ worms destroy this body,
yet in my flesh shall I see God.
For now is Christ risen from the dead,
the first fruits of them that sleep.
주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https://youtu.be/Vg3UBNdXLXA?si=TT6l8f7q5JjK55HQ
헨델, 메시아 중 "나는 알고 있다네 나의 구세주께서 살아계심을"
소프라노: 제니퍼 비비안, 지휘: 토마스 비첨,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노은동 성당 부활 제대 꽃꽂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