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경제] 풍선 효과
풍선 한쪽 누르면 다른 쪽 부풀어 올라… 누를 게 아니라 공기 빼야 해요
풍선 효과
연유진 '뉴스로 키우는 경제 지능' 저자 입력 2024.09.26. 00:31 조선일보
일러스트=백형선
Q. 요즘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해서 은행에서 대출받는 게 어려워졌다고 해요. 그런데 대출 규제가 ‘풍선 효과’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뉴스를 봤어요. 풍선 효과가 뭔가요?
A. ‘풍선 효과’라는 말은 1970년대 미국 정부가 마약상들과 벌였던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에서 유래했어요. 당시 미국은 중남미에서 유입되는 마약을 막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해외 마약 카르텔 단속 작전을 펼쳤어요.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어요. 콜롬비아 갱단들을 집중 단속했더니, 이번엔 멕시코에서 새로운 마약 유통 세력이 성장한 거죠. 멕시코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더니 이번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주변국들로 마약 유통 거점이 옮겨가 세력을 키웠습니다. 마약상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미국에 마약을 유통했어요. 이후 반세기가 흘렀지만 미국은 아직도 마약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어요.
풍선 효과는 미국 정부의 마약 단속 실패 모습을 풍선에 빗댄 말이에요. 단속을 피해 중남미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마약 밀매상들의 모습이 풍선 한쪽을 눌렀을 때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과 닮았거든요.
이후 풍선 효과는 정부가 규제를 통해 공급을 억제하더라도 결국 다른 길을 찾아 거래가 이뤄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경제 용어로도 폭넓게 쓰이게 됐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풍선 효과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어요. 금융 당국이 한창 ‘가계 부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거든요. 지난 8월 한 달 동안 전체 금융권 가계 대출은 무려 9조8000억여 원 늘었어요. 특히 은행권 가계 대출이 9조3000억여 원이나 증가했죠. 가계빚이 폭증한 원인으로 부동산이 지목됐어요. 수개월간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오르면서 주택 매수 심리를 자극했거든요. 깜짝 놀란 금융 당국은 시중은행들에 한도 금액을 줄이는 등 규제를 강화해 대출을 줄이라고 주문했죠.
하지만 주택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어요.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지방은행까지 돌며 신용 대출을 받았어요. 보험사, 카드사 등 제2금융권 문도 두드렸어요. 8월 말 기준 카드사 9곳의 ‘카드론’ 대출 잔액은 41조8310억원으로, 한 달 새 6000억원 이상 늘어났습니다.
다행히 9월 들어 가계 대출 증가세는 조금 진정됐지만, 풍선 효과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어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거라는 기대 심리와 가을철 이사 수요 등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풍선 효과는 왜 생길까요?
그건 주택 같은 특정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굳건하기 때문이에요. 풍선 안에 갇힌 공기 양이 변함없다면, 풍선을 아무리 눌러도 부피가 줄지 않아요. 공기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압력이 낮은 쪽으로 움직일 뿐이니까요. 시장도 마찬가지예요. 전체 수요가 줄지 않으면 규제로 공급을 억제해도 거래가 줄지 않아요. 수요는 빈틈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죠. 정부 규제에는 늘 빈틈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마약이나 가계 부채 같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수요를 줄일 대책이 필요해요. 마치 풍선에서 서서히 공기를 빼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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