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전 서양 역사에서 어떤 명분이나 목표를 두고 두 사람이 정정당당한 결투를 벌이고 그 승자가 권리를 획득하는 오랜 관습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중세 유럽의 귀족과 기사들은 자신의 명예 혹은 치정 싸움이나 채무 분쟁을 해결하게 위해 일대일로 맞서 칼을 휘둘렀고, 근대 이후 심지어 20세기 초반까지도 이 ‘권총 결투’의 숨은 관습은 끈질기게 남아 있었다.
체홉의 희곡 [세자매], [갈매기(챠이카)] 그리고 [곰]에는 결투에 관한 내용이 나오며 그의 단편소설에는 [결투(дуэль듀엘)]라는 제목도 있다.
[세자매]에서는 막내 이리나를 짝사랑하던 장교 살료늬가 그녀와 약혼한 남작 뚜젠바흐를 질투한 나머지 약을 올려 욕을 하게 만들고 그것을 빌미삼아 결투를 신청한다.
러시아는 서유럽보다 더 극악한 결투를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총을 쏘는 거리가 매우 가깝다)
결투를 벌인 러시아인들 가운데 유명 시인 푸시킨(1799~1837)도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라는 시구 하나만으로도 불멸의 명성을 지닌 이 이름 높은 시인은 아내의 외도라는 추문으로 명예를 지키기 위해 결국 결투로 생을 마감했다.
또 하나의 유명시인 레르몬토프 역시 군 장교와 여자 문제로 다툰 끝에 결투를 벌이다가 총을 맞고 죽게 된다.
[전쟁과 평화]의 대문호 톨스토이도 사적인 대화를 하다가 [첫사랑]을 쓴 투르게네프에게 결투신청을 받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루어졌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지만 둘은 17년간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귀족이자 가장으로서 나의 명예와 아이들에게 물려줄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 라는 명분이라지만 결투는 오래된 ‘야만’이었다.
사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던 ‘불법’ 결투자들의 시대가 인간의 역사에서 불과 얼마전의 일이였지만 어쩌면 이 야만은 지금 이 시대에 없어졌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법으로 금지되어 있을 뿐.
안드레이
결투도 그렇지만 비록 의사라도 그 자리에 있는건 전적으로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체부뜨긴
뭐가 문제지? 이 세상엔 아무 것도 없어. 우리라는 인간도 없어 우린 존재하지 않아. 다만 존재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뿐이지.... 뭐 마찬가지지...
<세자매> 4막에서 발췌
[정리 : 안똔체홉학회 학술부]
러시아 결투의 역사보기 https://vid1.ria.ru/ig/infografika/a1/2017/duels/index.k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