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광주 모임은 조촐한 분위기였다. 20명 안팎으로 참석할 걸로 예상했지만 생각과 다르게
동무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우리 초등학교 모임은 형식에 제한이 없다. 그저 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와도 좋다는
데에 크나큰 장점이라 하겠다. 열려있는 공간이야말로 신선한 공기를 주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친구들도 언젠가는 나올 것이라 믿음을 가져본다. 아니, 마음으로는 이미
참석했을 것이다. 형편상 나오지 못할 뿐이지 우리 모두 함께 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번 모임은 가을비 속에서 가졌다. 가을비라는 운치도 있었고 특히 친구들의 미소는 가을비와
함께 한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했다. 중년이라는 이름표를 달기 싫어도 어쩔 수 없는 형국이다.
그런데 나이답지 않게 친구들의 웃음소리는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우리는 이렇게 해맑은
추억이 있다. 그 추억의 연못 가운데에 동그라미를 그려 본다. 바로 새싹 같은 우리 동무들의 얼굴이다.
다음 얼굴을 대할 땐 동요 한 곡씩 돌아가면서 불렀으면 한다.
동무들의 얼굴을 몇 시간을 보려고 6시간을 걸쳐서 오는 친구가 있다. 경기도 여주에서 오는 친구 김순호다.
이런 마음은 비단 친구들에게만 하겠는가. 그가 살아가는 지역에서도 당연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는 예술인이다. 주로 나무를 조각해 불상을 만든다. 불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야말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완성작이 되었을 때 비로소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고 한다. 우리 친구들
가운데에 이런 친구가 있는 것이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김준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참석한다고 호언장담한 친구다. 그러나 막상 모임일이
다가오자 갈등이 생긴다. 일기예보에 많은 비다. 그러나 실상은 많은 비는 오지 않았다. 물론 참석했다.
그는 우리 동무들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도 깊다. 시시때때로 친구들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목수 일을 하고 있는데 새참 때나 점심시간에 “밥 먹었냐”라고 한다. 한마디로 “정이 많다”
전라북도 전주에 사는 친구 김경숙도 바쁜 시간 가운데에서 참석했다. 이 친구는 우리 모임을 아끼고
사랑한다. 앞으로 우리 모임에 대한 미래까지 제시한다. 고향에 사는 어머니에 대한 효성은 광주에
사는 언니와 함께 지극 정성이다. 마음은 남자보다 더 넓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지 맺고 끊음이 확실하다.
마음의 양식을 위하여 독서를 많이 한다. 특히 좋은 글귀가 있으면 많이 이들과 공유한다.
타자에게 줄 수 있는 마음의 여력이야말로 그 마음속에 어떤 형국인지 가늠할 수 있겠다.
장산 출신 박선희 친구와 정달림 친구가 이번에도 참석했다. 광주 모임은 빠지지 않는다.
먼저 박선희는 순천에서 산다. 결혼을 늦게 해 아직 학생인 자녀가 있다. 아이가 다리가
다쳐 걷지 못한다고 하며 모임 당일 못 가겠다고 문자가 왔다. 그러나 오후 반가운 메시지가 뜬다.
참석하려고 막 출발하고 있단다. 참으로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온갖 하늘은 회색빛이었지만
곧 당도할 모임은 환하게 뜰 것 같았다. 정달림이는 여수에서 산다. 순천과 여수는 인근 도시로
두 친구는 지금까지 한마을에서 있는 것처럼 살아왔단다. 달림이가 운전을 못하는 관계로 선희 친구와
함께 움직인다. 선희 친구가 어려운 가운데에서 왔다. 옛친구를 찾는 마음은 오히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일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친구들은 고향 그리고 인근에 산다. 강진군에 사는 박춘순 친구는 생활력이 강인하다.
외동딸로서 남자역할도 한다. 강진군 신전면 바닷가 마을로 시집갔다. 그 작은 체격임에도
건실한 아들 셋을 낳았다. 자식 농사는 대단히 성공한 셈이다. 게다가 대농가다. 처음에는
땅 한평도 없었는데 논이 100마지기가 넘는다. 밭도 남에게 빌려 줄 정도로 많다.
특히 친구 신랑님이 지역에서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신전면 이장 단장을 했다.
도시에 사는 친구들은 이장 단장이란 말이 생소하겠지만 이장 단장을 하려면 지역에서
봉사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고마운 것은 춘순이 친구에게 적극 동창모임을 가라고 권한다.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내가 동창모임을 가봤더니 그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가라고 한다”고 했다. 춘순이 친구는 농사일뿐만 아니라 학교 급식조리사로 일을 한다.
이렇게 바쁜 가운데에서도 고향을 찾는 친구들과 이곳에 있는 친구들을 일일이 챙긴다.
외동딸로 자라서 사람도 그립고 친구도 그립다. 모든 것이 그리울진대 마음의 끝도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윤희현 친구는 대단위 녹차 밭에서 반장을 하고 있다. 월출산 바로 아래 경관이 빼어난 곳에서
30년 넘게 이곳에서 있었으니 마음이 후할 수밖에 없다. 이날 모임에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일정량만 먹고 손사래 친다. 나이가 먹어가며따라 성격도 변하는 모양이다. 두루두루 친구를 챙긴다.
특별히 친구가 온다면 녹차를 그냥 준다고 한다. 그는 강태공이다. 바다에서 귀한 고기를 잡으면
친구들을 초대한다. 회 뜨는 솜씨도 일가견이다. 무한한 자연에서 잡은 것에서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자연은 함께 공유하라고 한다. 자연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베푼다. 고기를 낚아 허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빼는 것이라고 그는 감히 말하고 싶단다.
호박농사의 달인 오천수 친구는 고향을 지금까지 지키고 산다. 지금도 논농사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벼 수매 값이 하락하고 힘도 부쳐 농사일을 줄이고 하우스농사로 매진하고 있다.
하우스 농사 중에 밤호박이 절정에 이른다. 아내가 키워낸 호박은 전국에서 인기가 좋다. 취미는 낚시다.
앞에 희현 친구는 고기를 기다리며 잡지만 천수 친구는 찾아가서 잡는 방법이다. 숭어낚시다.
이름 하여 ‘훌치기낚시’라 한다. 지금까지 내 경험으론 제일 잘 잡는 사람 중에 바로 오천수 친구밖에는
없는 것 같다. 더불어 우리친구들은 잡는 그곳에서 숭어회에다 소주 한잔 제격이었다. 올 가을에도 세 번 갔다 왔다.
장성수 친구는 황산면 우체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모임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그만큼 친구들에 대한 애정이 높다. 당시 부모님이 중앙식당을 하고 있는 터라 우리 친구들이 다 기억하고 있다.
그도 우리친구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모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대불공단에서 일을 하고 있는 김성태는 마고마을에서 산다. 한때 도시로 떠난 적이 있었지만 고향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지난날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 고통은 현재 나를 만든 계기가 됐다고 한다.
배를 만든 곳에서 제일 중요한 부품을 만든다. 쇠를 다루는 데에는 최상의 정교함이 필요하다.
서두르지 않고 정교한 손놀림은 쉬지 않고 진행되어야 한다. 이윽고 완제품이 나왔을 때 흐뭇한
기분이 감돌게 한다고 그는 줄곧 말을 한다. 그는 효자다. 담배 값이 올라 금년에 끊은 그가 어머님에게
감히 담배를 끊으시라고 말 할 순 없었다. 그전에는 담배가 떨어지기 다반사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담배를
더 사다 드린다. 혹 떨어지면 어머님이 오해할까봐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단다.
마지막으로 노영현 친구는 모임을 준비하느라고 고생이 많았다. 먹는 음식도 맛이 있었고 친구들을
위해 손과 발이 되어주었다. 차분한 성격에 말수가 없어 그것이 더 매력적이다. 앞으로 부동산 중개업이
잘 되어 보다 풍요로운 날이 되기를 바란다.
못 온다고 열락이 온 친구들이 많다. 이상헌 친구는 기존에는 MDS 회사의 대표이사를 하고 있었고
소프트포럼 상장회사 대표이사를 겸임하여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도저히 참석할 수 없다고
열락이 왔다. 다음 봄 서울 모임을 꼭 참석하겠다고 했다. 천안에서 제조업을 하고 있는 이충호 친구도
모임에 가려고 하는 차에 외국에서 거래인이 갑자기 들어와서 못 갔다고 한다. 등등 많은 친구들이 바빠서,
무슨 일이 갑자기 생겨서 못 온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마음이야 다 오는 걸로 생각한다.
다음 서울 모임에서는 새롭게 탄생하는 마음으로 새 일꾼을 발굴하여 우리의 모임이 활성화되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친구들이 어떤 친구가 좋을까 관심을 갖기 바란다.
한편 우리 친구들을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나선 친구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등 떠미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싶다. 우리친구들 늦가을에서 아름다운 서정이 있기를...
첫댓글 이렇게라도 얼굴 보니 좋고
그렇게 모두들 바쁜 중에도 모여주는 친구들이 있어 고맙다.
준비하느라 고생한 영현이 복남이
먼길을 달려온 순호 준오
효녀라니 더 반가운 경숙
빗길을 멀다하지 않고 운전해온 선희 달님이
고향을 지켜주는 성태 천수 춘순 희현 성수 모두 그립고 반갑고 고맙다.
그렇게 그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어주어서.....
친구야 늘 장점만 보는 네가 친구여서 좋구나!
지금도 가족들과 여행 중이다
제주도 에코랜드
@김경숙 남들이 붕어빵 붕어빵하면 무슨 소린가 했는데
붕어빵이 여기 있었네!
ㅋ
@윤영귀(대운리) 그래도 .... 친구가 잴루 낫지?
ㅎㅎㅎ
그리운 영귀 친구 여기서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