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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멍, 쉬멍, 걸으멍~~
설레설레 1년간 걸었던 제주올레 완주(2018.03.24)
[제주올레와 규슈올레중 어떤 올레가 더 괜찮아요?..이런 멍청한 질문은 하지 말라~!]
제주올레의 전체 연장길이가 약 425km라고 한다. 큰 섬 제주를 한 바퀴 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을길돌아 들길따라 오름을 오르고 산길을 둘러 그렇게 이어 붙여 만든 것이 제주올레이다. 제주올레보다는 자매의 길인 규슈올레(九州オルレ)를 먼저 접하고 지금까지 80여차례에 걸쳐 규슈올레길을 걸었던 터라 제주올레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학에 입학 후, 진로에 고민을 하며 입학과 동시에 휴학을 결정, 개점휴업상태에 접어 들었을 때 전국일주를 떠나 제주를 한 바퀴 돌아본 적이 있었고, 20여년전에는 업무차 6개월을 제주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머무르며 일에 치어 살고, 사람에 치어 힘들어 하고 했던 마음속 깊은 속의 기억이 늘상 보아왔던 제주의 일상이라 기억되었던 탓에 깊은 공감대를 갖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일본으로 가는 것 보다 제주로 가는 것이 더 어려워 진 만큼, 계획을 세우는 것 조차 힘든일이 아니었다 싶다.
[규슈올레 완주 1호, 제주올레 완주 3천번쯤???]
규슈올레를 출발 할 때도 그러했다. 복잡한 일상을 정리할 도구가 필요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규슈올레였다. 한달을 미친듯이 돌아 다녔다. 처음 12개코스를 완주한 후, 내 기억속에는 규슈올레 그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쉼 없이 달리듯 걸었던 한달의 시간이 내게 준 변화는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가능성의 제시와 그를 통한 즐거움에 대한 인식이었다고나 할까?
걷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 하면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면제된 국방의 의무를 자원해서 다녀왔으며, 이후 전국일주를 감행했고, 자전거를 타고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계획을 세워 실행했다가 결국 부산에 도착 후 일주일만에 기차편으로 귀경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4년간 규슈올레와 제주올레를 통틀어 1,300km를 걸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일년의 이러한 내 행동저변에는 여행에 대한 막연한 갈망과 기대감, 그리고 여행을 통해 얻은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유난히도 뜨겁게 내리 쬐었던 지난 해 여름, 제주올레를 완주해야겠다는 또 하나의 계획을 불현듯 세우고 허겁지겁 그렇게 첫 발을 내 딛은 곳이 1코스, 정해진 숫자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는 탓에 순서에 유난히 집작하여 순서대로 1코스에서 시작하였다. 물론, 이후의 탐방순서는 뒤죽박죽이었다. 날씨때문에, 일때문에, 다양한 이유로 계획대로 진행할 때도 있었고, 계획을 접고 돌아올 때도 있었으며, 계획보다 훨씬 오래 체류한 기간도 있었다. 종착점과 다음 시작을 이어 돌아야 하는 길이라는 짧은 지식을 빠르게 던져 버릴 수 있었던 요인이 그나마 1년이라는 다소 짧은 시간에 제주올레를 완주할 수 있었던 결정적 환경이었던 것이다.
[2017년 제주올레축제]
[길을 걸으며 항상 갇게 되는 숙연함은, 길을 만든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 때문이다]
첫 발을 내 딛은 1코스로 가기 위해 가장 가까운 관광지인 성산에 숙소를 잡고 차를 두고 그렇게 터벅터벅 시흥초등학교로 향하였다. 약간의 기대감은 있었지만, 모두에서 말했다 시피 제주에 대한 일상의 기억으로 그저 의무감같은 느낌만이 가득한 상태, 완주를 준비하면서 미리 구입해 두었던 제주권역과 서귀포권역의 합본인 통합패스포트에 첫 번째 스템프를 날인하고 주위를 한 번 휙 둘러보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즈막한 작은 마을 길,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이 길에 인기척이 없다. 물론 주중 이른 아침에 그 어떤 인기척이 있겠냐마는 그렇게 여름 뙤악볕 이른 아침의 열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성산일출봉을 목전풍경에 두고 광치기해변까지 도착, 연이어 바로 2코스에 돌입하여 첫날 2개코스를 걸었다. 규슈올레와의 가장 큰 다른 점을 제주올레 첫 탐방에서 온 몸으로 느꼈던 하루였다고나 할까? 산길과 들길이 주를 이루고 있는 규슈올레에 단련되어 있는 내 몸은 평지에 가까운 제주올레와는 적합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까.그러나 하나의 생각에는 제주올레와 규슈올레가 전혀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고마움.
'끊어진 길을 잇고, 잊혀진 길을 찾고, 사라진 길을 불러 내어 걷는 사람들이 걷고 싶은 만큼 걸을 수 있는 긴 길, 이를 제주올레라고 한다'는 제주올레의 탄생배경과 가치가 된 이 문구에는 누군가의 관심과 노력 없이는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결과물이었다는 것을 오롯이 담아 내고 있다.
길을 잇는 것도 사람이고 길을 찾는 것도 사람이며, 길을 불런 내는 것도 사람, 결국 그렇게 만들어 진 길을 걷는 것 또한 사람에 따름이니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배려없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숙연함에 저절로 머리 숙여 지는 것이 당연한 귀결점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없이 살 수 있는 인생은 없다. 먼저 알고, 먼저 했다고 가르치려 들지 마라.!]
규슈올레도 그러했지만, 제주올레를 걸으면서도 똑같이 놀랐던 것은 이런 길을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다. 아마 규슈올레는 걷는 내 모습을 보며 현지 일본인들도 똑 같은 생각을 했을 터. 게다가 일본인들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서 수입하여 들어온 길의 브랜드라고는 하지만 자국의 땅에 자국의 국민들과 정부, 그리고 지자체의 손을 거쳐 탄생한 길인데 외국인이 그 코스의 첫번째 완주자가 된 것을 이상하게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며 생각해 본다. 제주올레 첫번째 완주의 영광은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다. 나는 3천번쯤 완주한 사람의 순번에 속하니 손으로 셀 수도 없다.
길을 오가는 수 많은 사람들, 때로는 가벼운 목례로, 때로는 그냥 무심히 스쳐지나가듯 그렇게 상대의 존재에 반응하지않듯 반응하며 바람속 채취를 따라 걸어간 길을 따라 걷는다. 다양한 형태로 걷는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군상(群像)은 사전에 설계되지 않은 완벽한 하나의 풍경화도 같은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인상깊었던 것은 아이들의 발길, 자의보다는 부모님의 등떠밀려 반강제로 이 자리에 섰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보다는 이 순간을 즐기며 기억하려는 최고의 몰입감이 주는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며 나름의 길을 걷고 그렇게 마음속에 기억으로 채운다. 조금 더 살았고 조금 더 알고 있다 하여 이 아이들에게 "지금은 이게 이렇고, 저게 저렇다"말 할 수 있는이 누가 있을까?
꼰대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기실 나이들어 가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나이어린 꼰대로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요즈음, 이런 자들에게는 지금 이 길을 오롯이 마음에 품으며 한발한발 묵묵히 앞으로 내 딛는 어린 올레꾼의 발자취가 말없는 좋은 스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알아 들으면, 사람이 될 것이고, 못 알아 들으면 그저 그런 꼰대가 되는 것. 지식은 나누면 되는 것이지, 강요할 필요까지 없다. 지혜또한 그러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날씨와의 사투, 어쩔수 없는 섬이다]
제주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기상(氣象)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바람도 자연에서 오고 햇볕도 자연에서 오며 물도 자연에서 사람도 자연에서 오니 사실은 변화무쌍보다는 그것 자체가 일상으로 받아들여져야 맞겠지만, 이변에 익숙해 있는 우리에게 이러한 일상이 변화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비행기를 타고서 가야만 닿을 수 있는 곳, 정해진 날짜에 나오지 못하면 부득이 회사를 그리고 학교를 쉬어야 하는 불편함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한번 씩 제주에 들어갈 때 마다 몇날며칠을 일기예보와 싸워야 했다. 특히나 오보가 많기로 유명한 대한민국 기상예보의 정확성에 늘 의심을 품으며 고개를 갸우뚱해야 하는 상황에 쳐해 있다 보니 일본으로 갈 때 보다는 좀 더 많은 시간과 발품손품을 팔아야만 하는 불편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그만한 보상이 이뤄지는 제주라는 축복받은 땅에서 보내는 시간은 참으로 더할나위 없었다.
'이런 환경에 조금씩 익숙해 지면, 조급함에서 점점 벗어날 수 있을거야.' 라는 지인의 한 마디에 약간의 기대감도 없지는 않았지만, 결국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택도 없는 헛소리일 뿐이라는 것을 다시한 번 확인한 곳 제주. 앞으로는 좀 더 정확하게 예보를 확인하고 제주에 갈 테다.
[제주에서 태어난 올레, 규슈에서 자라는 올레와 다르지 않다. 사람의 마음이 다를 뿐~]
업무차 25년동안 31개국을 순방(?)하듯 다니며 하나의 다짐에 늘 꽂히게 되는 것, 역시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곳은 우리 대한민국이다. 문명이 발달하면 축복받는 땅일까? 부를 축적한 국가가 행복한 땅일까? 행복이란, 상대적일 수 없는 가치를 평가하고 판단한다고 믿는다. 동일환경에서의 행복에 대한 크기는 저마다 다르다. 개인적으로 많은 곳을 가 보았지만 가장 살기 좋은 땅은 역시 내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확신에 변함이 없다. 그 중에서 가장 최고의 곳을 뽑으라면 강원도와 제주도이다. 부연설명 없이도 아마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할 만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다만, 근래 제주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속물같은 시설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리도 아름다운 청정구역에 왜 저리 상업적 시설물들이 경관을 훼손하고 헤치려 드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노력이 오늘의 제주을 있게 하였고 앞으로의 제주를 있게 할 가장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길을 걷는 것은 오로지 길을 걷는자의 몫일 뿐, 처음 제주에서 제주올레가 태어났고 규슈올레에서도 무럭무럭 자나라고 있다는 것은 이리도 수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원하는 것들이 한 데 모여 내를 이루고 강을 이뤄 바다로 흘러가는 자연의 섭시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올 가을에는 일본 본토인 미야기현에 새로운 올레가 또 만들어 진다. 이름하여 미야기올레~~
할 일도 많고 갈 곳도 많지만 난 올레를 사랑하는 올레꾼으로만 내 남은 인생의 여정을 풀어가려 한다. 그 길 위에서 길을 찾고 답을 내며 흩어진 조각같은 내 인생의 퍼즐이 완전히 맞춰 지는 날, 난 아마도 길 위에 그렇게 남겨져 있지 않을까...
儒林의 周遊列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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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이사님 어서오세요
여기서 다시뵈니 반갑습니다..
항상 친절하고 열심인 모습보기 좋습니다..글도 짱입니다
앗...오뚜기님(황기태님)도 요기 회원이시군요..제가 새내기이고 막내입니다..ㅎㅎㅎ
여기서 뵈니 또 느낌이 다릅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냥...유림~~~이라고 해 주세요..^^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올레길을 걸은듯 합니다~^^~
허접한 글, 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에구 별 말씀을 ~^^~
종종 사진이랑 올려 주십시요
규슈 올레 사진두ㅡ요~^^~
넵, 누차 말씀드리지만 글이 허접해서 차분히 하나씩 올려보겠습니다.~^^;
같은 길도,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요. 결국 걷는이의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런지요? 시작을 했다면 늘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생각조차 못하는 이들도 있으니까요~~^^
캬, 삿갓하나 얹으시면 시인이 따로 없습니다. 절대공감합니다~^^
도시인요? 원시인요? 헤헤
에헴~~ㅋㅋㅋ
강동의 글 잘읽었습니다^^
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역시 유림님 필력이 좋으신군요.
많은 분들이 제주의 올레길을 접하셨지만 규슈의 올레길은 생소하시겠지요.
외국이라는 낮설음 생소한풍경 찾아가기 어려운 교통편등 더구나 통하지않는 언어까지
그렇지만 배낭하나 둘러맨 여행자를 반기는 지역주민의 친절함은 어느곳이나 똑 같더군요.
지난 3년전 유림님과 시작한 규슈의 올레길이 많은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역시 올레길은 대단한 가성비를 가진 여행입니다.
형님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가시는 두분의 여정이 참으로 인상깊었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길을 통해 알게된 인연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겨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