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다보면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용기를 고취하고 끊임없이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노래는 중요한 격려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20여년전 한국을 국난에 몰아넣었던 IMF 구제금융사태 때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인 < My Heart Will Go On >, 한국 가요 <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주기도 했지요.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 > 앨범
힘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고취하는 노래들이 많지만 팝송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이 불렀던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꼽고 싶습니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은 세계적으로 2,500만장 이상이 판매됐고, 모든 시대를 통틀어 뛰어난 500곡 (The 500 Greatest Songs of All Time) 중에서 47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이 곡을 부른 사이먼 앤 가펑클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폴 사이먼(Simon)과 아트 가펑클(Garfunkel)은 동갑내기로서 뉴욕에서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였습니다. 두 사람은 1957년 미국 뉴욕에서 만화 영화 이름을 본딴 ‘톰 앤 제리’라는 듀오로 데뷔했습니다. 그러나 듀오의 노래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자 1년 만에 팀을 해체합니다. 이후 두 사람은 1964년 ‘사이먼 앤 가펑클’이라는 듀오로 재결합하여 < Sound of Silence >가 수록된 앨범을 발표했지만 또 다시 냉담한 반응을 얻습니다. 이후 사이먼은 영국으로 건너가 활동합니다. 그러던 중 차분한 원곡인 < Sound of Silence >에 일레트릭 기타, 베이스, 드럼 연주를 곁들인 2집 앨범이 1966년 히트한 데 이어 3집 앨범에 수록된 < Scarborough Fair >도 큰 인기를 모읍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이 스타덤에 오른 것은 영화 <졸업>(1967)의 사운드 트랙 < Scarborough Fair >, < Sound of Silence >의 빅히트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3집 앨범의 성공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듀오의 균열을 가져오기 시작합니다. 이후 가펑클은 연기자로 변신하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습니다. 사이먼은 자신이 원하는 음악 세계를 펼치는데 듀오가 장애가 된다고 보기 시작합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은 1970년 < El Condor Pasa >가 수록된 4집 앨범을 발매했는데, 이 앨범은 10주간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대박을 터트립니다. < Bridge Over Troubled Water >는 바로 4집 앨범의 타이틀 곡이었지요.
그러나 4집 앨범은 듀오의 마지막 정규앨범이 되고 말았습니다. ‘포크계의 비틀즈’라는 평가의 사이먼 앤 가펑클은 1972년 아쉽게도 해체됩니다. 사이먼이 작곡하고 녹음까지 마친 곡이 앨범에서 제외됐기 때문이지요. 가펑클과 음반사는 정치적인 내용을 담은 곡을 기피했습니다. 결국 예전부터 작곡 주도, 배우 활동, 스포트라이트 문제 등으로 미묘한 갈등을 겪던 듀오는 결별합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은 팀을 해체한 뒤에도 자선공연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재결합하기도 하지요. 1981년 센트럴퍼크 합동공연 때는 50만명이 운집했습니다. 한국도 비슷한 시기 송창식, 윤형주 듀오의 트윈폴리오가 활동했지요. 트윈폴리오는 <웨딩 케이크> 등 외국 곡들을 번안곡으로 불러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요. 그러나 학업 문제 등으로 인해 해체, 재결합을 반복하곤 했습니다. 사이먼은 2018년 어릴 때 놀러 다녔던 뉴욕의 한 공원에서 고별 공연을 했고, 가펑클은 2015년 내한 공연에서 기타 반주에 맞춰 히트곡들을 열창하여 큰 감동을 선사한 바 있지요.
1981년 센트럴퍼크 합동공연
다시 < Bridge Over Troubled Water > 이야기로 돌아 가겠습니다. 사이먼은 1969년 여름 이 곡을 작곡하지요. 후렴구 가사인 <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는 1958년 곡인 <Mary Don't You Weep>의 가사 ‘ I'll be your bridge over deep water if you trust in me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가사를 의역하면 ‘당신이 나를 믿어준다면 내가 당신이 깊은 물을 건너는 다리가 되어 주겠습니다’로 할 수 있겠지요.
사이먼은 이 곡을 1, 2절로 마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펑클이 끝을 향한 좀 더 큰 사운드를 요구했고, 사이먼이 그를 수용하여 3절이 추가됩니다. 사이먼은 부인의 흰머리카락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그에 힌트를 얻어 3절 가사를 썼다고 합니다. 훗날 사이먼은 3절과 1, 2절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고백한 바 있지요. 이 곡은 수차 난산을 겪은 끝에 탄생합니다. 두 차례의 녹음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LA에서 3절을 먼저 녹음한 뒤 New York에 가서 1, 2절 녹음을 마쳤다고 합니다.
사이먼과 가펑클의 모습
재미있는 것은 처음 녹음할 무렵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이 곡을 부르기를 원했다는 것이지요. 사이먼은 가펑클의 고음이 이 곡에 잘 어울린다고 보고, 가펑클에게 솔로로 이곡을 부를 것을 권했습니다. 그러나 가펑클은 사이먼의 가성이 이 곡에 어울린다고 보고, 사이먼에게 이 곡을 부를 것을 제의했지요. 가펑클은 자신이 리드 보컬로서 이 곡을 부르기를 원치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가펑클은 이 곡의 보컬을 담당했고, 고음의 미성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가펑클의 서정적인 표현은 깊은 울림을 던져 주지요. 그런데 이 곡의 빅히트는 가펑클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하게 만들었고, 정작 이 곡을 만든 사이먼은 2인자로 밀려나지요. 그 때문에 사이먼은 훗날 자신이 리드 보컬로서 이 곡을 불렀어야 했다고 두고두고 후회하기도 했지요.
< Bridge Over Troubled Water >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When tears are in your eyes
I will dry them all I'm on your side
Oh when time get rough And friends just can't be fou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2. When you're down and out When you're on the street
When evening falls so hard I will comfort you I'll take your part
When darkness comes And pain is all arou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3. Sail on Silver Girl Sail on by Your time has come to shine
All your dreams are on their way See how they shine
Oh, If you need a friend I'm sailing right behi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ease your mind
< Bridge Over Troubled Water >는 한국에서는 <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로 번역, 소개되고 있지요. 직역하면 거친 물결이지만 가사의 전체 내용을 보면 험한 세상도 좋아 보입니다. 이 곡은 아름다운 가사들로 점철되어 있어 마치 한편의 시를 읽는 것 같습니다.
가사를 토대로 이 노래의 스토리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경쟁에서 뒤처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보잘 것 없고 초라한 낙오자에 불과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친구가 없어 홀로 거리를 방황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컴컴한 밤에 고립무원을 느끼며 눈물을 흘릴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항상 곁에서 당신의 아픔을 달래줄 것입니다. 나는 세파가 당신을 덮칠 때 방파제가 될 것입니다. 나는 세상이 당신에게 등을 돌리더라도 당신을 끝까지 응원할 것입니다. 그러니 꿈을 찾아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당신의 꿈이 실현될 날이 반드시 옵니다. 그 때까지 나는 당신을 응원할 것입니다.
https://youtu.be/4G-YQA_bsOU
여기서 등장하는 나는 가족, 연인, 은사, 친구, 독지가 등 누가 되어도 좋을것 같습니다. 바로 든든한 후원자, 지지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지요. 후원자는 거세게 물결이 밀어닥치는 하천을 안전하게 건너게 해주는 다리에 비유할 수 있지요.
험한 세상의 다리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항상 뒤에서 지켜보는 후원자, 지지자가 있다면 어려운 일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겠지요. 아무리 악조건을 만나더라도 끝까지 응원하는 지지자가 있다면 무슨 일이든 이루지 못할까요. 이 곡은 실로 엄청난 후원자가 주변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메시지로 던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곡은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좋은 시절이 도래할 것이라 끊임없이 외칩니다. 힘들고 실의에 빠진 사람을 격려하는 노래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이 곡은 손에 꼽을 정도의 명곡이라 보여집니다. 이 곡은 최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분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자기 한 몸을 희생하면서 타인을 지킨 분들을 격려하리라 보여집니다. 서로 연대하고 격려하며 세상을 살다보면 모든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용기의 메시지를 주는 명곡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