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아내는 어떤 증세를 하소연할까? 이 신호를 예민하게 잡아내는 남편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아내의 갱년기 극복을 위해 적절한 운동과 고른 영양 섭취의 필요성을 일러준다면 금상첨화. 폐경기가 진행되거나 폐경을 지난 후에는 증상에 따라 주기적으로 검진받도록 유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호르몬 대체요법 등을 병행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폐경을 전후해 여성이 겪는 증상들의 예방 및 치료법을 살펴본다.
1.얼굴 화끈거림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증상은 폐경의 대표적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은 폐경기 여성의 3분의 2 정도에서 나타난다. 이 중 80%는 증상이 1년여 지속되고, 나머지 20%는 5년 정도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원인은 에스트로겐 부족에 의해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간의 호르몬 분비 체계의 균형 파괴다. 변화된 혈중 호르몬 수치가 모세혈관에 영향을 미쳐 혈관이 불규칙적으로 확장과 수축을 거듭함으로써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다. 이 증상은 갑자기 체온이 올라가 몸이 달아오르는 것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 주변 사람들이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손쉬운 것은 두꺼운 옷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고 있다 하나씩 벗거나, 찬 음료를 마시는 것이다. 수영이나 냉수욕도 도움이 되며 실내온도를 조절하거나 바깥공기를 쏘여 혈압이나 체온을 함께 조절하기도 한다. 반대로 너무 온도가 높은 목욕, 매운 음식, 담배, 술 등 혈압이나 체온을 올리는 요인은 피하는 것이 좋다.
2.질건조증·질염
질건조증과 질염은 에스트로겐의 감소로 질과 요도계의 가장 겉에 있는 세포인 상피세포가 얇아지고 건조해져 탄력성과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이다. 질 입구는 늘어나지만 내부가 좁아지고 분비물도 감소해 부부관계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상피세포가 벗겨져 출혈이 있거나 염증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되면 냉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외음부에 가려움증이 생기며 질벽에 붉은 반점과 함께 갈색 분비물이 나올 때도 많다. 이와 같이 질 건조감, 성교통 등이 나타날 때는 질벽에 충분한 에스트로겐을 공급해 주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된다. 전문의와 상의해 경구용 피임약, 피부 접착형 패치,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질 크림 등을 사용할 수도 있다.
3.요실금
요실금이란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시간, 장소에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소변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 폐경기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결핍돼 요도가 늘어나고 방광의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요실금이 발생하게 된다. 요실금은 폐경기 이전의 여성에게서도 발생하지만 폐경기 이후 노년기 여성에게서 더 자주 발생한다. 폐경 이후 여성의 20~30%가 이런 증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변을 조절하는 신체의 기관은 두뇌·방광·괄약근 등이다. 이 가운데 요실금은 주로 방광·괄약근 대사에 문제가 생길 때 발생한다. 괄약근 이상은 뇌졸중·치매·파킨슨병 등 주로 두뇌질환으로 인해 방광신경의 장애가 발생한 경우 가장 자주 나타난다. 요로감염·방광결석·방광암·폐경 등으로 방광이 자극받을 때도 요실금이 나타난다. 골반 부위의 암, 골반 부근의 방사선 치료로 인한 방광신경 장애, 변비, 요도 협착 등으로 소변이 원활히 배출되지 않을 때도 요실금이 자주 목격된다.
치료는 크게 행동요법, 약물치료, 수술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행동요법과 약물치료를 우선 시도하고 수술은 최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4.골다공증
골다공증은 상태가 심각할 경우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폐경기 여성이 겪는 가장 위험한 증상이다. 골다공증이란 골의 질량이 감소하고 구멍이 많아지면서 약해져 작은 물리적 충격에도 쉽게 골절에 이르는 상태를 뜻한다.
흔히 우리 몸을 지지하는 골격인 뼈는 성장이 끝나면 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한다. 하지만 뼈는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여성의 경우 성장이 끝난 후 35세 전후까지는 골량이 증가한다. 그 다음부터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감소하는데, 특히 폐경 이후 골 소실 속도가 급속히 빨라진다. 여성은 같은 나이의 남성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골 소실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뼈 속의 칼슘은 은행에 저축해 놓은 돈에 비유할 수 있다. 혈중 칼슘 농도가 낮아지면 뼈에 저장돼 있던 칼슘이 빠져나와 혈중 칼슘 농도를 높여준다. 반대로 혈중 칼슘 농도가 높으면 여분의 칼슘이 뼈에 저장되는데, 이러한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의 하나가 바로 에스트로겐이다.
따라서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여러 가지 조절 기능을 가진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진다. 이 경우 뼈에서 많은 칼슘이 빠져나오게 한다. 이러한 골 소실은 신체 노화에 따른 정상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폐경기 여성에게 급속한 골 소실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병’이다.
지속적인 호르몬 치료와 칼슘제 섭취를 병행함으로써 골다공증의 진행을 더디게 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다. 폐경 여성의 골다공증에는 호르몬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뼈의 분해 작용을 느리게 하고 뼈의 생성을 촉진한다. 또 활성 비타민 D의 합성을 증가시키며 장에서 칼슘의 흡수를 촉진하고, 소변으로 배출되는 칼슘의 양을 줄이기도 한다.
이러한 치료는 신체의 칼슘 손실을 감소시킴으로써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골밀도도 상승시키게 된다. 호르몬 치료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고 의학적 견해도 분분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골다공증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시기를 놓치면 정상회복이 어려워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이다. 특히 칼슘 보충은 초경 이후부터 19세 정도까지가 특히 중요하다. 뼈의 형성 시기인 이때 골밀도를 높여 놓으면 갱년기가 돼도 골다공증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5.우울증
갱년기에 나타나는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한 생리적 변화, 뇌조직 내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사회·심리적 요소 등이 지목된다. 에스트로겐은 신경세포 사이의 신경절(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흡수되는 곳도 이곳이다)에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증가시킨다. 반면 프로게스테론은 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해 뇌의 흥분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뇌조직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놀아드레날린이 줄어든다.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베타 엔도르핀 등 호르몬 양도 줄어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에스트로겐 치료요법을 동원하면 우선 기분부터 좋아진다.
난소를 절제한 여성을 대상으로 호르몬 치료를 실시한 결과 치료받지 않은 여성에 비해 심적 상태가 매우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트로겐 치료의 긍정적 효과는 뇌조직 내의 놀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의 양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갱년기 우울증은 생활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테면 스스로 몰두할 수 있는 새로운 취미나 활동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을 필요로 한다고 여겨지는 일을 찾아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6.퇴행성 관절염
인체의 뼈는 관절막(joint capsule)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이 뼈의 상단 부위인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부분적인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연골은 파괴되기도 하고 생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생성되는 양보다 파괴되는 것이 더 많아지면 문제가 된다. 충격을 흡수하는 연골의 양이 줄거나 없어져 뼈와 뼈가 완충장치 없이 바로 부닥치기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가져오는 것이다.
관절염은 과거에는 단순히 노화 현상으로만 여겼다. 하지만 오늘날은 연령, 종족, 성별, 유전적 성향, 비만, 관절의 모양, 호르몬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병의 정도와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도 개인마다 다르다.
퇴행성 관절염은 과도한 체중 부하가 지속되었을 때, 잘못된 자세로 오래 일했을 때, 사고를 당하거나 관절에 충격이나 손상이 가해질 때, 태어날 때부터 관절에 이상이 있는 경우 등에서 자주 나타난다. 일상생활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체중에 신경 쓰면서 중년 비만을 피하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
7.불면증
수면 양상의 변화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남녀 모두에게서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를 지나면서 잠들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남성은 65세 이후 수면장애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지만, 여성은 폐경으로 인해 50세 전후에 이르러 수면장애가 심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폐경 이전 여성은 20% 정도에서 수면장애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하지만 폐경 후에는 전체의 40%가 불면증을 호소한다. 불면증 등 수면장애는 전형적인 폐경기 증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대부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폐경기의 수면장애는 에스트로겐의 결핍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에스트로겐 치료만으로도 상당히 호전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유방암
갱년기 여성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유방암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가장 흔한 경우가 특별히 아픈 증상이 없으면서도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다. 물론 멍울이 만져진다고 해서 모두 유방암은 아니다. 멍울 가운데는 정상적인 조직이 증식된 경우거나 양성일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유방에는 아무런 이상증세가 없는데도 겨드랑이에서 무슨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유방이 벌겋게 되어 단순한 염증인 줄 알았다 염증성 유방암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한쪽 가슴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유방암 진단을 받는 환자도 많다.
유방은 여성임을 상징하는 신체 특성이다. 때문에 암 치료 과정에서 유방을 절제한 여성은 남성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여성도 주기적으로 유방을 만지는 자가진단을 하는 것이 좋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느낌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 검사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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