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시인의 말
1부 심심한 글자
가판대에서
심심한 글자
쉬는 중인가
심심해서 걸었던 날
개린이 유치원
고민
반려식물에게도 성격이 있다
알림말
누구네 집일까
아기 물까치
뻔뻔한
차박 여행
영덕게 팝니다
2부 기린호텔
산비둘기 선생님
엄마를 대출하는 도서관
우주 청소부 구함
녹색로봇과 분홍로봇
꽃기린
좋은 날
호랑이 탑승 중
헤리스버그 농장에는
펭귄 씨 박물관 가다
기린호텔
낙엽
바느질 놀이
꼼지락꼼지락
3부 우리가 뭘 하면 좋을까
장난감 마트
이웃이 되었다
초록 볼펜
목소리를 돌려주세요
열 마리
펫 목욕
낮은 굴뚝
우리가 뭘 하면 좋을까
낙서
아들을 지켜라
엄마가 돌아올 아침까지
왕눈이 눈
4부 나도 열일곱 살
양말 널기
오늘은 방 정리하는 날
전자시계
나도 열일곱 살
바람이 지나갔어
내일 시험, 안 봐도 뻔하다
분홍 가방
포기
goose가 나타났다
다시 하는 거야
들어봐
생쥐 요리사
어쩌다가
톡
5부 초승달 훔치기
초승달 훔치기
세 글자 때문
냉이꽃
이발사
선물
쌍화탕
바람
밤마다
바다의 노래
각角
백일홍을 만났다
껌 씹는 신발
삐딱하게
출판사 리뷰
양말을 널다가 서로 다른 색깔들이 떨어져 있는 걸 보고 아이는 외롭겠다는 말을 했어요. 그 말에 깜짝 놀라 아, 그런 마음을 동시로 쓰면 좋겠구나 생각했어요. 아이는 양말 짝을 맞춰 함께 널어 주었어요.
- 시인의 말 중에서
동시는 빨래를 널다가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을 보고 잠깐이지만 마음이 편치 않는, 외롭겠다고 느끼는 어린이의 마음이며 그 마음(동심)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몫’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은 ‘기본’을 생각하고 관찰하여 아이의 마음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이해가 필요하다. 『기린 호텔』 시인이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아이들 눈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려 한고 있다.
케냐에 가면
기린호텔이 있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지
예약이 항상 꽉꽉 차 있대
내가 만일 그곳에 간다면
가방에
기린이 좋아하는
아카시 잎과 포도를 가득 넣어 갈 거야
점박이 목을 쑤우욱 들이밀며
가방을 긴 혀로
달그락달그락 뒤지고 있을
기린을 상상해
그런 기린호텔
한 번 가 보고 싶어
- 「기린호텔」 전문
기린들만의 호텔? 기린들과 함께 생활하는 호텔? 어느 쪽이든 신기할 따름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어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단순히 신기 한 것을 넘어 기린을 위한 아카시 잎과 포도를 준비라고 긴 혀로 가방을 뒤지고 있을 기린을 상상한다. 분명히 어른들이 상상할 것 같은 화려한 옷을 넘어서고 있다.
『빼빼로 데이에 주문을 외우는』을 펴낸 시인 김춘남은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추운겨울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을 지금은 잘 볼 수가 없다. 시골 외할머니 댁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귀한 존재가 되었다. 시인은 외할머니집 고드름을 코끼리의 휘어진 상아를 연상했다. 아이들의 시선이 아니고 마음이 아니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아기 강아지가
나를 보고
사납게 짖는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 모양만 벙긋벙긋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캉
캉
캉
캉
비쩍 마른 주인 여자가
긴 털을 쓰다듬고 있다
- 「목소리를 돌려주세요」 부분
아기 강아지는 긴 털을 다듬고 있는 주인 옆(?)에서 아니면 주인을 바라보면서(?) 입만 벙긋거리는 짖음을 하고 있다. 왜 짖는 걸까? 들리진 않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건 아닐까?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을 자유. 묶여서 또는 사방이 갖힌 집이 아니라 사방이 탁 트인 자연의 품으로 가고자 하는 본능일 것이란 생각이 논리적으로 연결시키지 않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입만 벙긋하는 집음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유리창너머의 짖음이지 않을까 쉽게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구구절절 그 상황을 설명하거나 각성을 요하지 않고 현상에서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아이의 눈으로 온전히 바라보고 있다. 많은 것을 억지로 보여주려고 하지 않고, 해석하지 않고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동시는 이처럼 이미지처럼 다가오지만 그 메시지의 울림은 크다.
초승달이
불안한 모습으로 매달려 있다
둥그런 보름달보다
반반으로 나눈 반달보다
예측 불가능의 날렵한 끝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훔치기로 했다
은행나무 가지 끝에
종합병원 응급실 주차장에
아파트 공사장에
세워 둔 무거운 크레인 줄에
1603호 베란다 왼쪽 끝 귀퉁이에
환하게 떠 있는
나와 닮은 구석이 많은 초승달을
오늘 꼭 훔치기로 했다
- 「초승달 훔치기」 전문
초승달, 해, 계기일식 등을 우리는 얼마나 보고 지낼까, 하늘을 올려 조는 행위조차 잘 하지 않는 일상에서 은행나무 가지 끝에 달린 초승달은 얼마나 위태로울까... 한 발만 옆으로 비켜서서 보면 다른 그림이 되지만 아이들은 그 한 순간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여 일체가 된다. 어른들은 아무 감흥 없이 혹은 상투적인 감성을 만들어 내고 있을 때, 온 마음으로 걱정하고 곧바로 물아일체가 된다. 그래서 그 불안한 초승달을 구해주기로 한다. 훔치기로 한 것이다. 초승달을 구하는 것은 자신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꼭’ 훔쳐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초승달은 보름달이 될 것을 알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의 모습이기에 ‘나중’은 오히려 시간 낭비일 뿐이다. 오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동심을 표현하는 것 역시도 오늘 하지 않으면 동심이 아닐 확률이 많다.
시인이 순간의 장면을 오래 기억해서 묵혀두지 않고 바로바로 아이의 마음으로 일체가 되어 표현해둔 것이 동심을 표현하는 가장 기본이라는 것을 잘 아는 듯하다.
꽃
꽃
꽃이
서 있다
예쁘지도 않은 게
봄봄 뽐내며
하얗게 서 있다
캄캄한 밤에도
당당하게
혼자
서 있다
- 「냉이꽃」 전문
꽃이 피는 이유를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자연과학의 이론을 빌리고, 토양과 기후, 영양 상태를 따지며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 자칫 지루해지기 일상이다. 꽃은 예쁘지 않은 꽃이어도 피는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고 경이롭고 신기하다. 또 당당하다. 혼자서 피어있던 꽃무리로 피어 있든 당당하고 아름답다. 시인은 화려한 시려구를 동원해 꽃을 노래하지 않는다. 당당히 피어 있는 그 자체, 봄을 뽐내고 있는 그 자체로 자연이며 동심으로 생각한 것이다.
시에서 보여주던 모습에서 동심을 생각하고 고민함을 잘 엿볼 수 있고 동심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음이 보인다. 동시는 시인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이며, 사물의 그 자체임을 아는 것이다.
돌멩이와 돌멩이 사이에 핀
노랑 백일홍
내가 지나갈 때마다
더 크게 꽃잎을 벌린다
- 「백일홍을 만났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