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11.4.(월) 13:40 국회 소통관
결국, 2025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총리가 대독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래 처음으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대통령이, 내년 정부 살림살이를 설명하는 자리도 내팽개쳤습니다.
공무에 대한 태도는 물론, 행정부 수장으로써 국회를 응대하는 데 최소한의 품위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대통령의 행태에 매우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은 정권이 처한 실태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희망차고 빛나는 국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경제영토 확장’, ‘성장동력 회복’, ‘새로운 도약’, ‘눈부신 성과’ 등 진부한 수사는 둘째 치고, 이 정도면 ‘정신승리’를 넘어 나치식 ‘정신개조’가 이뤄진 듯합니다.
착각 속에서 수립한 예산이니 평가와 비판이 무의미한 수준입니다. 국민 눈속임을 위해 그럴싸하게 회계 지표를 왜곡하고, 곳곳에 정권을 위한 꼼수 예산을 숨겨놓았습니다.
재정준칙을 지키겠다며 예산을 옥죄 민생 지원은 내팽개치고, 부자감세를 통해 기득권을 옹호하고 나라 살림을 거덜내는 정권, 이것이 윤석열 정권의 예산기조이자 본 모습입니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권의 이번 예산안을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첫째, 내수포기, 민생포기, 약자포기, 미래포기의 ‘4포예산’ 입니다.
총지출 증가율이 3.2%로 경상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이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부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역화폐 예산은 ‘야당 대표 예산’ 꼬리표로 또다시 전액 삭감했고, 복지예산은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의무지출 증가와 물가상승률이라는 ‘착시’로 부풀려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습니다. 사실, 복지부문의 의무지출 대비 재량 지출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예산은 아예 낙제점입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예산은 2천억 이상 감액되었습니다.
둘째, 재정책임성과 재정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예산입니다.
정부는 24조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사업목록조차 국회에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는 방식으로 자본적 지출을 줄여, 재정건전성 지표만 올리는 ‘착시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관리재정수지는 77.7조원이나 적자가 났습니다. 경상성장률이 성장했는데도 재정이 펑크나는 것은 윤석열 정권의 ‘기득권 감세’ ‘부자감세’ 정책 때문입니다. 정부의 세법개정으로 인한 5년간 세수 감소는 74조원으로 추정됩니다. 매년 대기업 세금감면을 늘려, 내년에는 감면액만 78조원에 이릅니다.
매년 수십조씩 재정이 구멍나고 있는데도 윤석열 정권은 감세 정책을 바로잡기는커녕, 외평기금, 주택기금 등 여기저기 기금에 마구잡이 손을 대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이후의 정권이 떠안아야 할 빚입니다.
셋째,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무시하는 ‘전제군주형 예산’입니다.
국회는 헌법에 따라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심의 확정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여야 합의를 통해 확정된 교부세와 교부금을 행정부가 임의로 줄여서 지급했습니다.
2023년 세수 결손을 법적 근거없이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과정에서 교부세를 임의로 줄여 지급한 부분에 대해 국회의원과 지자체에서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이 청구되어 헌재에 소송이 계류 중입니다.
게다가 국회의 심의를 우회하는 예비비는 무려 14.3%가 증가되었고, 검찰 특활비를 비롯한 ‘깜깜이 특활비’는 1조 2천1백억에 이릅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특활비와 예비비 등 국회의 통제를 벗어나는 예산 편성안에 대해 대폭 삭감하는 등 엄중히 심의할 것입니다.
2025년도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은 내용과 절차, 형식과 실질에 있어 모두 낙제점입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가 시작됩니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권이 내팽개친 ‘4포 예산’을 되살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려운 민생환경에서 정부의 재정책임성을 높이도록 정부의 재정 역할 확대를 강력히 요청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정부의 예산편성과 집행에 있어 국회의 통제를 받도록, 국회의 예산심의 권능을 높이겠습니다.
조국혁신당이 예산정국에서도 ‘쇄빙선’이 되겠습니다. 여야간의 주고받기 관행을 혁파하고, 예산안에 과감하게 손대겠습니다. 정당의 한계로 우리의 안이 관철이 되지 못할지언정, 무기력함을 답습하지 않을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1월 4일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황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