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네작가 한현숙입니다. 해마다 충남 당진에서는 세계유네스코 인류무형 문화유산인 기지시줄다리기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2023년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취소·축소 개최됐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4월 19 ~ 23일까지 기지시줄다리기 박물관 일원에서 5일 동안 진행됐는데요. 이번 축제는 당진시민과 전국의 관광객, 외국인들까지 참여해 축제를 즐겼습니다. 오늘은 줄다리기 축제 현장을 밀착 취재해 소개하겠습니다.
줄다리기 박물관으로 줄을 이동하기 위해 줄제작장으로 향했는데요. 한쌍의 줄이 줄다리기시연장으로 행진하기 전에 암줄과 수줄의 머리 끝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줄고사를 하고 있습니다. 줄고사는 줄다리기 행사에 아무런 사고없이 모든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제의를 진행한다고 하네요.
줄고사를 마치고 거대한 줄을 시합장까지 끌고 가야 하는데요. 볏짚 4만 단으로 만든 지름 1m, 길이 200m, 무게가 40톤인 줄을 옮기는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나, 둘, 영차~"
줄다리기 보유자의 진두지휘 하에 고임목을 빼 원형의 줄머리를 서서히 땅으로 내립니다. 줄을 이동하기 위해 수천명 시민들과 관광객이 질서정연하게 줄이동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각 마을에서 몰려든 농악단의 신명 나는 사물놀이와 펄럭이는 각 마을 농기의 모습도 장관인데요. 농악단의 풍물공연으로 길놀이가 시작 되면 건장한 청년들이 비녀장을 들고 뒤를 따릅니다. 1km의 도로를 따라 줄다리기 박물관까지 펼쳐지는 길놀이의 장엄함에 줄 옮기기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많은데요.
수상 수하 두목들이 각기 자기편 줄을 옮기기 위하여 영기와 신호기를 높이들어 의여차~의여차~ 영차를 외치며 줄을 옮기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독려합니다.
수줄이 앞서고 암줄은 뒤에서 의롭게 흥겹게 행진을 하는데요. 줄이 움직일때마다 바람과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 마치 용(龍)이 승천하기 위하여 용트림을 하는 것과 흡사해 장엄한 광경이었습니다.
"의여차, 의여차, 의여차"
힘찬 소리와 함께 초대형 줄이 언덕길을 조금씩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힘을 내기를 반복하며 3시간이 걸쳐 행사장에 도착합니다.
23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일원에서 열린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줄을 당기고 있다.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는 조선시대부터 500년을 이어온 축제인데요.기지시 마을에서 인근 사람들까지 모여 제사를 지내고 줄을 당기며 재난 극복과 나라의 평안과 안녕, 풍년을 기원해 오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한마음으로 줄을 힘겹게 옮기면서 표정은 밝기만 한데요. 아무래도 오랜 전통의 민속놀이를 체험하며 화합과 평화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자부심 때문일 듯 합니다.
수상(수줄)이 먼저 도착해서 줄 머리를 돌려 수하(암줄)을 기다리고 수하줄이 도착하면 비녀장을 꽂아 두 줄을 연결합니다.
비녀장을 단단히 연결된 두 줄의 길이는 200m에 달하며 관광객 모두가 함께 줄을 다릴 수 있도록 곁줄을 풉니다. 줄다리기는 세 번 겨뤄 두 번 이기는 편이 최종 승리하게 되는데요. 최종 승부가 나자이긴 쪽 사람들이 만세를 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줄을 당겨 윗마을이 이기면 나라가 평안하고, 아랫마을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올해는 윗마을이 승리했으니 나라가 평안할 것 같습니다.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구은모 회장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덕분에 축제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며 감사를 전했는데요 “남녀노소,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한마음으로 줄을 당긴 이번 축제에서의 경험이 우리 선조들의 화합과 평화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며 축제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편 보존회는 기지시줄다리기 축제 이후에도 문화재청 문화재활용 사업을 통해 다양한 교육과 체험, 전시를 통해 선조들이 물려준 소중한 무형문화 유산을 현대에 계승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0년째를 맞는 오는 2025년에는 전 세계인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열리게 된다고 합니다.
특히 올해는 온고지신의 자세로 선조의 유구한 전통을 본받아 진행되는 축제에 EDM 파티 등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새로이 편성해 세대를 넘나드는 축제로 구성해 젊은 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한 세계인이 화합하는 모습도 선보여 일본, 몽골, 베트남, 주한미군 등 다양한 외빈이 함께 한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 참여 소감도 들어봤습니다. 윤정선: 서로 잘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화합해 줄다리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감동입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측제가 취소되거나 축소돼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기지시줄다리기 축제 현장에 가족들과 함께 즐기고 체험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줄이 무거워 언덕을 오를때 힘 들었지만 서로를 응원하고 영차~~ 함성도 외치며 힘을 받아 즐거웠습니다.
정새리(기지초): 줄을 꼭 당겨 보고 싶어서 참여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끝까지 해낼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구호에 맞춰 힘을 모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줄다리기 정신으로 어떤 어려운 일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찬용: 힘들었지만 모르는 분들과 같이 어울려 줄다리기도 하고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김영오: 얘들이 힘들어 했지만 줄다리기 끝나고 나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