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우연히 시작된 나의 논스톱 러닝은 6월 27일(화)로 끝이 났다. 그날로써 딱 3년 174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달렸다. 논스톱 러닝의 기록은 기간이 아니라 그기간 동안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실행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1269일을 뛰는데 3년 174일을 뛰는 것과 3년 175일을 뛰는 것은 1일 차이지만 하늘과 땅 차이이다.
난 6월 27일을 기점으로 전자의 사람에서 후자의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그이유는 몸관리를 잘못한 탓이였다. 1년 365일을 뛰다가 보면 항상 2~3번의 위기를 겪는다. 위기라고 해야 시급한 업무처리, 감기몸살, 치통 정도이다. 내삶의 우선순위에서 운동이 단연 1순위로 세팅이 있어 웬만한 사적인 용무는 거의 뒤로 밀리거나 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도 참 재미없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상반기 중 5월말에도 살짝 치통이 찾아왔다. 운동을 너무 오래하다가 보니 무리를 하면 몸에 신호가 온다. 그전에는 몸의 약한 부위중 여기저기 통증이나 문제가 생겼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항상 치통으로 나타났다. 치통이 오면 운동의 강도를 낮춰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조심을 하곤했다.
5월말에 치통이 찾아와 6월엔 불청객이 찾아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역시도 그동안 나의 경험에 의한 육감이고 난 그것을 너무 믿었던 것이다. 6월 23일(금) 저녁 취침 전에 몸이 뇌에게 말했다. 내일은 주말이지만 운동을 하되 거리를 1km 줄여 평소와 같이 6km만을 달리자고 했다.
분명 그전날 몸과 뇌가 약속을 했었는데 6km 반환점을 무시하고 습관적으로 7km 반환점을 돌고 토요일을 보냈다. 약속을 어긴것에 몸이 반항하면서 뇌에게 항의를 했다. 그러자 뇌가 몸에게 그럼 오늘은 오전에도 자고 오후에도 자도록 해주마 하고 무마했다. 토요일 저녁 취침 전에 또 몸이 뇌에게 내일은 정말 6km만 뛸 것이니 그리 알아라고 일방 통지를 했다.
뇌는 알았다고 했지만 그날 역시도 그 약속을 저버리고 반환점 지점을 7km로 잡고 몸을 속였다. 생각 기능이 없는 몸은 뇌가 이끄는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사보타주이다. 주말 이틀 동안 뛰는데 충격으로 윗니와 아래니가 부닥칠 때마다 약간의 통증이 왔다.
전에 없었던 현상이였고 뛰면서도 참 희안한 증상이네 하면서 최대한 잇빨이 부닥치지 않게 입을 약간 벌린 상태에서 달리곤 했다. 일요일 저녁 취침 전에 몸이 뇌에게 강하게 말했다. 넌 벌써 나한테 2번이나 거짓말을 했는데 내일은 진짜 네가 뭐라 해도 난 운동을 하지 않을 것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했다. 뇌가 봐도 몸의 심각성을 알아 그래야겠네 하고 동의를 했다.
그런데 웬걸!! 월요일 아침 일어나니 새벽 5시였다. 평소보다 4시간이나 지각 기상을 한 것이다. 잠자는 시간동안 뇌는 몸에게 더 많은 수면 시간을 줘 몸이 빨리 회복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상 시간을 늦춘 것이다. 그날따라 장마가 시작되어 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비를 핑계되면서 뇌가 또 몸을 꼬시기 시작했다. 오늘은 비가 오니 평소와 같이 달리지 말고 우산쓰고 나와함께 걷자고 했다. 그리고 거리도 평소보다 2km를 줄여 줄테니 하고 말이다. 몸은 평소보다 2가지 좋은 제안에 또 승락하고 뇌와 우산에게 몸을 맡겼다. 4km를 우산 쓰고 걸어서 집에 도착하니 신발이 흠뻑 젖어 양말이 목욕상태였다.
샤워를 하고 아침 쪽잠을 다시 잔 후 출근을 했지만 뇌가 얼얼하면서 마치 냉방병이 걸린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오후에 너무 피곤하여 잠시 접견실에서 눈을 붙였지만 몸 상태는 전혀 회복의 기미가 없었다. 그동안 몸이 당한 것을 뇌에게 고스란히 보복하고 있었다. 빨리 퇴근하여 저녁식사를 끝내고 바로 취침에 들어 갔다.
저녁 7시에 잠들어 일어나니 6/27일(화) 새벽 5시였다. 장장 11시간을 잤는데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오늘로써 논스톱 러닝은 끝이다 하고 또 잠을 잤다.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이후로 3일간 4km 거리를 걸었고 그제 4km를 뛰고 어제 6km를 달렸다. 물론 월요일부터 시작된 치통은 계속되어 한쪽 볼이 얼핏봐도 많이 부풀어 올라 얼굴 모양새도 꼴이 아니였다.
그동안 논스톱 러닝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1269일(3년 174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달리면서 항상 도전에 대한 심적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내나이에 무모한 도전 또는 욕심이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검증되었다. 내가 논스톱 러닝에 도전한 진짜 이유는 딱딱한 포장도로를 매일 6~7km 1년간 달렸을 때 과연 관절에 문제가 없을까? 였다.
1년을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그래서 2년을 하고 3년을 넘기고 174일을 달린 것이다. 아마도 러닝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나와 같은 의문을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한 우려는 내가 해봤으니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 절대로 오버페이스(갑작스런 거리 연장, 스피드-업 등)를 하지 않는 조건이다. 이외로 복병은 항상 엉뚱한 곳에서 나타나는데 이는 몸이 신호를 주는데도 무시하면 찾아온다.
암튼 앞으로는 더 이상 논스톱 러닝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달릴 수 있어 홀가분하다. 그동안 뇌가 너를 너무 많이 속인 것에 대해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이상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너의 협조로 내생애 논스톱 러닝의 대기록을 남길 수 있어 뿌듯하게 생각하고 고마움을 전해 본다.
▶2분기 러닝 실적: 2023. 04. 01 ~ 2023. 06. 30(91일) 약 576km
▶논스톱 러닝 실적: 2020. 01. 03~2023. 06. 30(1269일) 약 8,240km => 2023. 06. 27(화) 종료
▶생애 러닝 누계 실적: 1973. 06. 01~2023. 06. 30(51년) 약 78,796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