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산림욕장 사회복무요원 열악한 근무환경
주민위해 땀흘리는 일꾼… 최소한의 대우 제공해야
해운대 바닷가에는 여름에는 백만의 인파가 온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파라솔, 샤워실, 119상황실, 화장실 등 손님 맞을 준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해운대주민이 평일에는 하루 1~2만 명, 주말에는 5~6만 명, 그리고 여름에는 1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장산대천공원에는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몇 년 전부터 대천공원은 주민들의 건강을 위한 각종 운동기구들이 잘 설치되어 있고 깨끗하다고 소문이 나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장산계곡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바로 해운대구청소속의 장산산림욕장 일꾼들의 헌신 아닌 남모르는 희생이 숨어 있습니다.
산림욕장에는 고작 정규직 2명과 기간제 일꾼들, 그리고 사회복무요원 20여 명이 근무합니다. 그들은 대천공원 내의 산림욕장을 관리하지만 실제로는 장산 정상과 옥녀봉, 억새밭, 심지어는 반송동 및 반여동 지역과 기장의 구곡산의 쓰레기까지 치우고 있습니다. 봄·가을에는 유치원, 초·중·고 학생들이 사생대회와 소풍 등 단체로 찾아오고, 여름에는 가족들이 더위를 피하려고 몰려들기에 산림욕장 직원들은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에 늘 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일꾼들은 합당한 대접을 받고 있을까요? 해운대구청 등 관공서는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곳은 주말과 공휴일에 오히려 방문객이 폭증하므로 쉬는 날일수록 근무체제를 유지해야 합니다. 남들이 다 쉴 때 그들은 1년 365일 공휴일은 물론 추석, 설 등 명절에도 쉬지 않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1월 1일이면 장산에 해맞이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추운날씨라 산에서 불을 피워 혹시 산불이 날까 걱정이 되어 새벽 5시부터 출근하여 정상과 옥녀봉 등에서 순찰근무를 합니다.
그런데도 산림욕장 사회복무요원들의 휴게실에 가 보면 시설이 참으로 열악합니다. 낡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 냉장고와 낡은 이불들이 휴식시설의 전부인데, 이곳에서 20여 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입구 쪽에 큰 합판이 있어 들춰보니 바닥에 큰 구멍까지 뚫려 있습니다.
장산 정상 등 여러 곳에서 등산객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를 주워서 들고 오다 보면 온 몸에 땀이 흘러 샤워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식 샤워시설이 없습니다. 그럼 “몸은 어디서 씻냐”고 물으니 “자신들이 만든 간이샤워실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천막에 수도꼭지 하나 달아놓은 것이 샤워 시설의 전부였습니다. 그것도 수돗물이 아니라 계곡물을 쓰기에 나뭇가지 등으로 샤워시설 입구가 막히면 일일이 이물질을 제거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그나마 온수가 나오지 않아 여름이 아니면 샤워할 엄두조차 못 냅니다.
바닥의 합판을 들추니 바닥이 썩어 내려앉아 큰 구멍까지 뚫려있다.
직접 만든 간이 샤워시설
행정관서에 근무하는 복무요원들이야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돌아가는 시원한 환경에서 근무하기에 샤워실이 필요없을 지 몰라도 늘 땀을 흘리는 그들에게는 정말 절실한 시설입니다. 이런 곳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은 장산을 지키는 이광식 소장과 함께 연중무휴 근무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해운대구청은 백만 명이 온다는 해수욕장 시설관리에만 관심을 가졌지 해운대주민들이 늘상 찾아오는 장산 산림욕장에는 적잖이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사계절 제대로 대접을 받아야 장산을 찾는 우리 주민들도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구청에서는 산림욕장 일꾼들에게 제대로 된 시설을 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주민들도 깨끗하고 시원한 장산계곡을 즐기면서 한번쯤은 그들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산림욕장사무소 옆 항일의거 촛불광장에 여름철이라도 이동식 화장실을 만들어 가뜩이나 부족한 화장실에 길게 줄을 서는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 주었으면 합니다. 해운대구에서는 부디 책상에 앉아 주민들의 건의를 듣기보다는 직접 현장에 찾아가서 주민들의 애로와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일꾼들의 땀방울을 닦아주길 바랍니다.
신병륜 / 해운대라이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