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같이 빨래를 한다. 여름이라 때를 놓치면 옷이 상하기도 해서이지만 식구 수도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름 방학이라 아이들도 양말을 안 신고, 어른들도 샌들로 다니니 양말 신을 일이 거의 없었다.
학교를 다니고 유치원을 다니면서 양말을 신기 시작했다. 하루에 양말 다섯 켤레, 갯수로는 열개다. 것도 학원에서 신발을 안 신고 다니니 양말 밑을 보면, 신발 벗고 양말만 신고 놀이터 모래밭에서 놀다 온 아이같다.
일일이 손으로 비벼 빨아야 깨끗하다는 것을 알지만, 내 몸이 바쁘다고 생각될 때는 알고 있는 것도 둘째다. 일단 세탁기부터 운전을 시켜 놓아야 그 동안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빨아 놓은 양말은 다른 집 안 빨은 양말보다 더 더러울 거다. 그러다 한 번 가스불 위에 올려 놓고 푹푹 삶아 버리면 축 늘어져서 아이들로부터 외면을 당해버린다.
애써 말린 빨래를 한 아름 들고 거실 바닥에 엉덩이 다리 다 붙이고 앉아 빨래를 개키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덜 빨아진 양말들은 다시 세탁기로 가거나, 락스 푼 물에서 죄도 없이 숨막힘을 당한다. 그래도 한 가지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은 양말 짝이 다 맞을 때이다. 오늘은 성공이구나, 성공!
오늘 아침에 큰 아이가 양말 서랍을 이리 뒤적 저리 뒤적이기만 하고, 신을 만한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하길래, 못 본 척 하다가 학교 간 다음에 내가 열어보았다. 늘어진 양말, 철 지난 양말, 손님들이 벗어 놓고 간 양말, 짝 없는 양말, 작아져 버린 아이들의 스타킹 등등
그 중,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게 있다. 정말 예뻐서 아껴 신어야지 했던 양말들이 짝을 잃어버린 거다. 혹시 세탁기 뒤에나 어디에 있지 않을 까 싶어 버리지 않고 그냥 간직해 두었던 외짝들을 서랍 정리할 때 마다 마주치면 아프다 못해 면목이 없어진다. 그런데,
도대체 양말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어떻게 해서 없어지는 지 도저히 모르겠다. 오늘도 올해 새로 산 양말들도 외짝이 되어 아이들이 외면해 버리자, 나도 덩달아 속상해서 거실 한 구석에 쳐 박아 두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모른 척 할 것이고, 며칠이 지나면, 말 많은 둘째 딸 엄마 양말 어떻게 할거야 한 마디 물어 올 것이 뻔하다.
그래도 난 그 친구들을 버릴 수가 없다. 어딘가에서 짝들이 나올 것 같아서....
간혹 하나씩 고개를 들다가 발각되어 짝을 찾은 행운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외짝으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보다 더 가슴 아픈 게 있다. 오늘도 외짝들의 짝을 찾아보려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데 새까만 물이 들어 있는 내 양말 한 켤레가 눈에 뛴다. 왜 물이 들었을까 생각하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지금은 쓰레기장 어딘가에 구르고 있을지, 다른 사람이 고쳐서 신을지 모르는 그 구두는 우리 시어머님이 주신 거다. 나를 주기 위해 산 것은 아니고ㅡ 티켓이 하나 들어 와서 구두를 샀는데, 젊은 사람들이 신는 거라 어색하단다.
언젠가 발 앞쪽이 길게 나왔던 게 유행한 적이 있다. 그 때 얻었던 거다. 내 발이 조금 넓은 편이라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아쉬운대로 신을 만했다.
작년 여름에 과외를 다니면서 15분 20분거리는 걸어다닌 적이 있다. 비도 유난히 많이 왔던 것 같고, 어쩌다 신발이 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엔 좀 찝찝한 기분이었다가, 여름 장마철이 되니 걷다 보면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다. 마땅히 신을 것이 없어 그냥 신었더니 구두의 검은 색이 양말에 묻어 빨아도 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눈물을 흘릴만큼 슬픈 이야기도, 없이 살던 시절의 신파도 아닌데, 다른 양말들과 비교되어 조금 샌치해졌었나 보다.
면이 좋아 더 신을까 하다가, 검은 물에다 늘어지기까지 해서 과감하게 쓰레기봉투에 집어 넣었다.
첫댓글 동감이 가는 글이예요. 빨래하고 나면 짝짝이 양말이 왜 나오냐구요? 그대로 벗어서 그대로 빨았는데말이예요. 밖에 나가면 나도 마땅히 양말이 없어서 남편 양말 신어요. 내껏은 없어도 되는게 양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가을되니까 양말이나 준비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