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시작한지 이제 만2년이 된 초보자 주제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이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나 용기를 내어 글을 올리니 부디 책망하지 마시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주말부부입니다. 올해 10년째입니다. 직장은 서울에 있고 대략 2주에 한 번씩 익산에 내려옵니다. 산행은 2016년부터 시작했고 300대 명산에 도전 중입니다. 처음에는 산행 경력이 일천해 감히 산악회를 따라다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주로 혼자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익산에 있는 토요 산악회 대여섯 개에 가입한 후에 가고 싶은 산을 골라 따라다녔습니다. 서울에 남아있는 주에는 역시 대부분 혼자 산행을 하고 거리가 먼 경우에는 산악회를 이용했습니다.
이처럼 저는 서울과 익산에서 산악회를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서울과 익산의 산악회에는 큰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익산의 산악회는 산행을 명분으로 회원들 간에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주 목적인 반면 서울의 산악회는 오로지 산행만이 목적입니다. 같이 산행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산악회는 산행지의 들머리와 날머리까지 안내하는 역할만합니다. 하산주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산악회를 안내산악회라고 합니다.
이 두 종류의 산악회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친목산악회는 회원들 간의 친밀한 관계 형성이 장점입니다. 반면 이 점은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데 사람에 따라 낯선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유난히 서툰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낯선 사람들과 술잔을 주고 받는 하산주 같은 행사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을 중심으로 일부 사람들은 하산주 행사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 그 분들은 하산주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비해 비싼(?) 참가비를 지불하는 것이지요.
안내산악회의 경우 단점은 산행을 함께하는 사람들 간에 소통이 없다보니 좀 삭막한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하산시간까지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 제가 직접 목격했는데 10분 후에 그냥 출발했습니다. 남겨진 사람은 알아서 오라는 것이지요. 늦은 한 사람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살벌할 정도로 삭막합니다.
그런데 이런 점이 장점으로도 작용합니다. 이러한 엄격함 때문인지 하산시간에 늦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피해를 받기 싫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싫어합니다. 대부분 매너가 깨끗합니다. 그리고 하산주 행사가 없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을 오로지 산행에만 투자합니다. 그래서 코스도 좀 길고 다양하게 잡고 시간도 넉넉합니다. 하산주 마실 시간을 산행에 투자하는 것이죠. 당연히 하산주가 없기 때문에 비용도 저렴합니다. 제가 서울에서 삼척 응봉산까지 300km가 넘는 거리를 갔는데 비용이 겨우 2만 원 초반대였습니다.
서울에도 물론 친목산악회가 있지만 서울에서 인기있는 산악회는 안내산악회입니다. 이 산악회들은 주말에 7-8개의 버스를 운행하고 인기있는 산악회의 경우 한 달 내내 하루에 3-4대의 버스를 운행합니다. 반면에 익산에 있는 수십 개의 산악회는 모두 친목산악회입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소질이 없는 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동행이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올해 2월부터 33년에 걸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이제 고향인 익산 근처로 직장을 옮길 예정입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익산에 있는 산악회만을 이용해야해서 그동안 느꼈던 아쉬운 점을, 익산에서 가장 회원이 많은 이 곳에 적게 되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첫댓글 좋은 의견입니다
하지만 지방특성상 안내산악회 역할만 한다면 산악회는 금방 없어질 겁니다
바쁜 서울사람들에 비해서 소도시 지방에서는 정이먼저 오가는
그런 모임같은 산악회가 많은것 같습니다
여기 카페에 많은 삭악회들이 있으니 경험해보시고 최형기님 에게 많는 산악회에 ....
분명히 그런 점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익산 인구가 30만이라 안내산악회 하나쯤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꿈이 있다면 이루어지겠지요
감사합니다.^^
고향에 내려와 취미생활하면서
여유를 즐기며 살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고 보람인것 같습니다
제 생각도 안내 산악회 하나쯤은 있어도 좋을것 같습니다 .
세상에는 십인십색의 다양한 사람들이 있듯이
그에 걸맞게 산악회도 다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