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녀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 수녀님의 가정은 오래된 천주교 집안이었는데, 아침이면 언제나 어머니가 그녀 방에 들어와서 깨우며 이렇게 인사하였다고 합니다. “주님께서 체칠리아와 함께!” 그러면 그녀는 “주님께서 엄마와 함께!” 하고 대답하며 일어났답니다. 수녀님은 그 경험을 떠올리면서, 이 인사말이 수도 생활을 하는 데에 크나큰 위로와 용기를 준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인사말 이야기가 나옵니다. 엘리사벳이 이렇게 말합니다.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우리 삶에는 같은 인사말이라도 겉치레처럼 느껴지는 말이 있고, 체칠리아 수녀님의 체험처럼 기쁨과 힘을 주는 인사말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엘리사벳은 성모님의 인사말을 듣고 온몸으로 기쁨을 얻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성모님의 인사말에 주님의 현존이 강하게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성령으로 가득 찬 가운데 아기 예수님을 모시게 되었기에 거기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기쁨을 자신의 인사말에 담을 수 있었고, 그것이 엘리사벳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입니다. 성모님의 인사말에는 처녀가 아기를 가진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요셉에게서 쫓겨날 것이라는 걱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인사말은 환희의 외침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인사말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인사말에다 우리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담으면 상대편에게 더욱 큰 기쁨이 전달될 것입니다.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미사를 통하여 우리 몸에 모신 예수 그리스도를 담은 인사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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