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본무 회장의 죽음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민적이다, 정도경영을 실천한 기업인이다...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 가족장으로 조용히 장례를 치루라...등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내가 구본무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9년 경으로 생각된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 온 구 본무는 경영 수업을 위해
그룹 주요 기업으로 순회 근무를 할 때였다.
화학에서 1년, 전자에서 1년...하는 식으로.
내가 중견 사원이었을 때 그는 본부장 자격으로 우리 부서에 배치되었다.
서민적인 너무도 서민적은 그였다.
이는 구씨 가문의 전통인 것 같다.
퇴근 시간이 되면 나에게 다가 와 슬쩍 묻는다.
"이형, 오늘 약속 있어요?"
당시에는 있어도 없다고 대답해야 했다.
"없는데요!"
"그럼, 나하고 소주나 한 잔 할까요?"
그리하여 양동 뒷골목으로 간다.
지금은 여의도지만 이전에는 서울역 앞에 본사가 있었다.
그 앞이 창녀들, 깡패들 우글거리는 양동 골목이었다.
구 본부장과 같이 양동 골목을 가노라면 내가 더 무서워진다.
혹시 그를 알아보고 헤코지라도 하려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경호원 아닌 경호원이 된다.
삼겹살을 시킨다.
난 삼겹살에 소주지만 그는 소주 대신 맥주 한 병이면 끝이다.
맥주 잔을 홀짝 거리면서 EDPS 보따리를 펼친다.
그 한토막...
식구들의 밥상머리...
"잉~ 나도 아빠처럼 쌉밥 줘!"
꼬마가 밥투정을 하면 형이 이렇게 말한다.
"임마, 아빠는 밤에 일을 해 주니까 쌀밥을 드리는 거야."
"잉~ 그게 뭔지 모르지만 나도 해 주면 될 거 아냐!"
그러자 아버지의 손바닥이 아이의 뺨을 후리 친다.
엄마가 나선다.
"아이고, 이 어린 애가 하면 얼마나 할끼라고 그리 때리능교..."
술값은 누가 낼까?
늘 내가 지불한다.
왜?
지갑에 수표만 있을 뿐 잔돈이 없던 그였다.
달리 돈 쓸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구본무 회장에게도 가슴 아픈 일이 없지 않았다.
고3이었던 아들을 갑작스런 사고로 잃었을 때과 엘지 반도체를 빼앗겼을 때였다.
장남이 살아 있다면 당연 그룹 계승권잔데 말이다.
지금 후계자로 내정된 구광모 씨는 동생의 아들인 조카이다
반도체 사정은 이러하다.
김대중 대통령 당시 과도한 중복투자와 과도한 빚이 있는 기업을 정리할 때였다.
반도체는 삼성 엘지가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바람에 시설 과잉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대통령은 구본무에게 반도체를 내 놓으라고 윽박질렀다.
그러자 구본무는 주식 한 주 남기지 않고 모두 던져버렸다.
그것이 지금 잘 나가고 있는 SK 반도체이다.
대우가 헤체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당시만 해도 엘지 그룹은 삼성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기업이었다.
방계를 정리하면서 GS, LS, LIG...등으로 분가를 시킨 결과 그룹이 축소된 것이다.
호남정유도 거기에 속한다.
1등을 못해도 정도로 가자는 게 구회장의 뜻이었다.
장지는 아마도 경기도 광주에 있는 화담숲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구본무 회장의 호가 화담인 것을 보면
그곳에 아름다운 숲을 조성하여 자신의 안식처로 삼으려 했던 것 같다.
"이형, 오늘 소수 한 잔 할까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뒷가에 들리는 듯 하다.
회장님, 속세의 일은 잊으시고 편히 영면하소서...
노을~
첫댓글 서민적인 스타일이 좋네요.
편한곳으로 잘 가셨으리라 봅니다.
그래요~~언제 소주 한 잔 해야는데?
@노을이야기
그러게말입니다.
노을이야기 형님은 소맥에 노래한곡 하셔야죠.
ㅎ~
티비 전자쪽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왠지 서민가로 보여지는 그 분의 이미지가 참 좋았었는데
노을 방장님의 " 소주 한 잔 할까요 ? " 이 말에
더 그렇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갱상도 사투리도
아쭈 구수하답니다, ㅎ
대한민국에는 대한항공 조씨일가와 같은 기업가만 잇는게 아니고
구본무회장님 같은 기업가도 있다는거를 새삼 느꼈습니당
대한민국에 이런기업가가 많아졌으면 좋겠읍니당
고인의 명복을 빕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그래요 엘지에도 딸이 둘 있지만
일체 나서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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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씨들의 그 검소 겸손은
배워야 것 같아요~~~
노을님 그분 추억을 잊지 못하실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아이, 깜딱이야.
오늘 징검다리 연휴에 즈음하야 소주벙개 하자는 말쌈인 줄 알았넹.
고인과의 개인적인 추억으로 감회가 남다르시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ㅎㅎ~~~
개눈에는 x만 보여요, ~~~
아쉽습니다..저도한때 협력업체였는데요...명복을 빕니다..^^
아, 그랬었군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회가 남다를 듯요...
네 ~~~
그렇습니다
그런 훌륭하신 분들이 더 오래 사셔서
나라를 이끌어 주셔야하는데..
넘 안타깝습니다...
자식들 교육도 잘 시키신것 같구
소박하시고 서민적이시구요
배울점이 많으신 분이네요..
소감이 남다르시겠어요..
그분과의 추억 오래오래 간직하시고
감동적인 글 잘 보고 갑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겹살과 소주를 좋아하는 일인 올림-
갑자기 삼겹살
생각이 나네요, ㅎㅎ
@노을이야기 저두요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습니다~~
조씨들과는 달리
구회장의 딸 두명이 그룹에 얼씬도
안잖아요~~~
지난날 흔적을 글 속에서 읽고갑니다 그때에 방장님 모습을~요
고인에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ㅎ~~~
뒤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겝니다
재벌들은 재벌들 나름으로 속썪는 일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돈 많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자기 짐이 제각기 다 있나봅니다^*^
그럼요
가진 것 만큼의 고민이~~~
좋은 회사ㅡ좋은 추억
역시 방장님이십니다ㅡ
ㅎㅎ~~~
감사!
남다른 인연이십니다.
어쨋든 산자가 죽은자 보다는 나은법..
늘 건강 하시고 ...
술도 잘 드시고.. 좋은 책도 마니 내시고요.
감사합니다
술은 좀 줄이려구요, ㅎㅎ
역시나 입니다
뭔가 달러도 다르지요
해서 명장은 하루 아침에 태어난것이 아니라구요
좋은 인연인데 울 방장님 마음도 쌉쌉 하실것을
언제 저좀 불러주세요
같이 이슬이 한잔 헤 헤
네~~~
마음이 쏴~~~합니다
연일 구본무회장의 좋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만큼 인간적이고 소탈하셨나 봅니다
개인적으로도 좋은기억을 가지고 계시네요
정도경영 하는 그룹이 1등되면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감사드리고요~~~
화단숲에 가면 구회장의 이름이 있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고 경치 좋은 곳이지요..
우리 노을이야기님과의 인연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예전에는 LG를 다 썼는데 사위를 삼성전자 연구원을 맞으면서
삼성으로 물갈이 했지요..소박한 그분이 너무 멋집니다..
우리 친구님도 너무 멋져요...ㅎㅎ
고마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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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 오래 있었지요~~
잠시 옛날 생각에 젖어 봅니다
엘지전자 한번사면 고장이 안나던 믿음이
가던 기업인데 그런데는
이유가 있었네요
정도경영을 하신 기업인이 계셨으니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길 빌어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