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둔사 납월매가 피었을까?
겨울은 추웠던가?
곧 설이던가?
머리 위 하늘은 파란데 산과 들판 위 하늘은 잔뜩 흐리다.
새로 길을 넓혀 마무리하는 낙안벌 차로에서 만난 금전산은 보랏빛이다.
낙안온천 주차장엔 차가 많다.
3시 45분이다.
고개를 쳐박고 숨을 헐떡이며 오른다.
조계산의 선암같은 바위를 지나 금강암을 올려다 보는데
원효릿지 노랑 팻말이 흔들리고 있다.
시간 여유가 있으니 원효릿지를 올라보자.
여전히 스릴이 넘친다.
바위 위 하늘은 그나마 파래 볼만하지만 들판쪽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바위를 잡고 몸이 뒤틀어 오르다가 네발로 걷기도 한다.
바위 아래 평평한 바위 위에 앉아 배낭을 벚는다.
낙안 농협마트에서 사 온 순천막걸리 한병을 꺼내 마신다.
쓴 듯하더니 뒷맛은 또 당긴다. 술맛을 모르지만 술은 몸을 조정한다.
몸이 움직이니 마음도 움직인다.
낙서장을 꺼내 한자 몇 자를 끄적인다.
추워진다.
시간도 바쁘다.
일어나 바위를 타고 계속 올라간다.
누군가 매달아 놓은 줄은 잡지 않으려 하다가 잡고 오르니 편하다.
바위 끝까지 올라보니 리본이 가득 걸려 있다. 원효릿지 끝인가보다.
다시 내려와 금강암 뒤로 돈다.
나무아미타불 노래도 들리지 않고 조용하다.
마애불에 들르지 않고 닫힌 문의 고리를 풀어 들어가서 다시 감아둔다.
나는 의상릿지라고 들었는데 가다보니 금둔릿지 리본이 붙어 있다.
옆으로 길이 난 듯하여 돌아가다보면 길이 없어 다시 바위로 올라간다.
바위 끝까지 걸어보면 걸을만한 경사다.
몇 번 지나봤는데도 새길처럼 신이 오른다.
자주 돌아보며 바위들을 찍어보지만 위치가 게으르다.
금둔사가 흐릿하게 내려다보인다.
5시 반이 지나자 서쪽 백이산 줄기 오른쪽으로 빨간 해가 넘어가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로 내려와 금둔사로 올라간다.
납매는 아직 안 보인다.
담장아래, 화장실 앞을 돌아보아도 아직 부풀어 오르지도 않았다.
대웅전 옆 계단을 돌아 내려오는데 젊은 스님이 내려오신다.
나더러 그리로 내려왔느냐 물으신다.
아래서 올라왔다고 한다.
그쪽 산골짜기에 암자에 지금도 스님이 계시느냐 물으니
공부하는 스님이 왔다갔다 하시는데 지금은 없을거라 하신다.
고향이 동강이라하고 지허스님께는 마당에서 인사만 드렸다 하니
자기가 상좌라 한다.
코와 얼굴 형이 지허스님을 닮은 듯도 해 부친이냐고 물으려다 참는다.
부지런히 집에 왔는데 바보는 벌써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