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생각] 아들 아이의 혼례식 잘 치렀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주말에 아들 아이 혼례식을 치렀습니다. 서른 두 해를 함께 지낸 아들 아이가 떠난 빈 자리를 따뜻하게 메워준 일가 친척들과 집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나누며 즐거이 지냈습니다. 주말에는 집 밖에 나서지 않고, 이러저러한 일들을 챙겨보았습니다. 뭐 딱히 챙겨야 할 일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 조금은 휑해진 집에서 어수선했던 마음 자리를 가만가만 짚어보았습니다.
혼례식에서는 제가 신랑의 아버지로 ‘덕담’을 했습니다. 오 분쯤 걸릴 덕담에는 오늘 《나무편지》에서 사진으로 보여드리는 문경 장수황씨 종택 탱자나무 이야기를 전하려고 원고를 준비했습니다. 이달 초에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 소식이 있었던 나무입니다. 두 그루의 탱자나무가 바투 서서 자라면서 한 그루의 아름다운 나무처럼 자라난 장한 나무입니다. 나무가 이토록 크고 아름답게 자랄 수 있었던 건, 다른 나무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지극한 양보 덕이지요. 나무가 보여준 기특하고도 아름다운 사랑법을 이야기하려 했던 거죠.
식순에 따라 단상에 올라가 정리한 원고를 읽어내려가는데, 어째 잘 읽어지지 않더군요. 몇 번의 퇴고까지 거치며 나름대로는 철저하게 준비한 원고였지만, 도무지 읽어지지 않았습니다. 할수없이 적당히 읽다가 후다닥 맨 끝 단락으로 건너뛰어 읽고 말았습니다. 식장에서 그 축사를 들으신 분들은 문맥이 잘 안 맞아 당황하셨을지 모릅니다. 내내 얼떨떨한 느낌을 덜어내지 못했지만, 많은 분들의 축복 속에서 혼례식은 잘 마쳤습니다.
미처 연락드리지 못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공연히 분주하신 시간에 부담드리지 않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한창 다른 일로 제가 바쁘게 지낸 탓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분에 넘칠 정도로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미리 연락드리지 못한 더 많은 분들께는 이 자리에서 인사 올립니다.
혼례식을 마치고 나니, 날씨가 갑자기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섰네요. 건강 조심하시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보며 11월 18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