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고고한 인품, 향기로운 삶, 지혜의 보고로 세상을 밝힌다
서울대 규장각에서는‘혼신의 글쓰기-김윤식의 한국현대문학사’ 전시회가 열렸다.
김 교수의 저서, 육필 원고와 강의 노트, 사진·편지·메모,
그리고 재현한 서재 등을 만날 수 있었다.
100여 쪽 분량의 전시 도록에는 마지막 페이지에 작은 글씨로 이름 하나가 적혀 있다.
‘전시총괄 가정혜’.
개막식 행사에 서울대 유홍림 총장과 국립한국문학관 문정희 관장,
정긍식 규장각한국학연구원장 등 여러 사람이 축사를 했지만,
그는 마지막에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하객들에게 인사를 꾸벅했을 뿐이었다.
칠순에도 열정적인 문정희 시인이 그날 웃으며 했던 말이 있다.
외출하지 않는 남자의 뒷바라지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고.
서울대 교수와 덕성여대 교수로 각각 부임하기 전,
청년 김윤식과 가정혜는 고등학교 교사로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같은 날 같은 고등학교로 발령받으며 처음 만난 인연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결혼은 1965년. 53년을 함께 살았던 삶이다.
한국 근대문학의 무엇을 연구하든 결국은 김윤식을 만나게 된다는 말이 있다.
단독 저서만 151권에 달하는 남편은 한국 지성사에서 유례없는 다산의 상징.
아내는 남편을 “목숨 걸고 쓰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삼시세끼를 아내에게 의존하며 서재를 떠나지 않는 남편을 떠올렸다.
노인의 도서관이다
노인의 지혜를 사랑하라
노인을 살아 있는 도서관이라지 않는가.
노인은 살아 있는 이야기의 역사다
노인은‘영혼이 춤추는 도서관’
세네갈에서는 노인의 죽음을 예의 바르게 표현할 때
"그 사람의 도서관이 불탔다"고 한다.
저물어 가는 생(生)을 정리하는 때가 아니다.
생의 목표가 하나씩 더 생기는 때다.
‘감사는 가장 아름다운 응답이다’
마지막으로 인생은 ‘원더풀’, 떠남은 ‘뷰티풀’로 산다.
끝은 아쉬운 말이 아니라 설레는 말이다.
가을 끝에 첫눈이 있고, 사춘기 끝에 첫사랑이 있고, 백수 끝에 첫 출근이 있다.
모든‘끝’은 자신이 있었던 자리에 ‘첫’을 데려다 놓고 떠난다.
모든‘끝’자리의 분들, 힘내시길. 카피라이터 정철의 『인생을 건너는 한 문장』에서.
‘가르치기’보다 ‘배움에 목마른 자’가 된다.
춘추 시대, 길 잃은 군대를 이끌어 낸 것은 늙은 말이었다.
여기서 노마지지(老馬之智)란 말이 탄생했다.
갈증으로 허덕이는 병사들에게 우물로 안내한 것은 개미였다.
훗날 한비자(韓非子)가 말한다.
그들은 늙은 말과 개미를 스승 삼아 배우고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날마다 배우고 익혀라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공자
너의 성숙을 모든 사람에게 나타내라! (디전 4:18)
거룩과 성실로 자신을 깨끗하게 하라!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땀 흘리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無汗不成)
不知老之將至 배움으로 진보를 보여라
배움에 전념한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세 不知老之將至
세상 사람에게 존경 받는 것은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기 때문이네
“그 사람됨됨음, 분발하면 먹는 것도 잊고 (이치를 깨달으면),
즐거워 근심을 잊어 늙음이 닥쳐오는 줄도 모른다.
[其爲人也 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云爾]”《論語》〈述而〉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네.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안중근
날마다 배우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공자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이 살고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맹자
부끄러움을 알아야 사람이다 (人不可以無恥 無恥之恥 無恥矣)’
부끄러워하는 양심이 없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無羞惡之心이면 非人也라)
학문의 길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
학문은 올바른 것을 늘 생각하고(學問之道無他)
마음을 지키는 것으로 마음을 찾는 것이다(求其放心而已矣)
잃어버린 어진 마음인 인(仁)을 회복하는 것이다
어짊이 사람의 마음이고(仁人心也)
올바름이 사람의 길이다(義人路也) 義在正我
맹자의 구심장 부끄러움이 없게 하라 毋使汝愧(무사여괴)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땀 흘리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無汗不成)
불기불구(不忮不求)! 확고한 자기신념만이 시기도 아부도 없는
진정한 자유와 마음의 평화를 준다.
친구의 명품 앞에서 쭈뼛거릴 이유, 하나도 없다.
불기암실(不欺暗室) 예의와 도덕으로 사는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사는 것이 삶이다
삶은 참되고 진실하게(眞 기뻐)
선하고 인자하게(善 예뻐)
사랑으로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美 미뻐)
사는 것은 기쁘고(悅, 說 기뻐), 즐겁고(樂 부끄럼이 없는 예뻐),
사랑으로(愛 애뻐) 아름다워지는(美 미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