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담는 항아리
오늘은 하지가 지나고 난 이틀째 되는 날이다.
오전 내내 컴에 앉아 있었더니 눈이 침침하니
어지럽기까지 하는 느낌이 들어 얼른 컴을 끄고 침대에 누워 버렸다.
조금 피로가 풀리는 듯 했다.
좀 시간이 지났다 보다 .
어머님께서 주방을 기웃거리시며
냉장고를 자꾸 여닫으신다.
눈을 뜨니 점심 시간이 좀 지났다.
정신을 차리고 점심상을 차려서 어머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아침에 감자국을 끓여 드리니 맛있게
드시더니 점심엔 아예 수저도 안 떠 보신다 .
김치랑 이것저것 수저에 놓아 드려 몇 수저 드시더니
아예 찬물에 밥을 말아 버리신다 .
그럴때는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괜시레 속상한 마음이 든다.
국에다 말아서 드시면 좋으시련만 하는 마음으로 싸아한 감정이 흐른다 .
점심 상을 물리고 나서 좀 쉬고 있는 데
우리 천사표 혜숙이 동생이 전화가 왔다 .
"언니! " 뭐해.......응 그냥 놀고 있다.
왜?.......응 ! 놀러 가자구요.
"어디로"?
예.......송림 지영이네 복분자 따는 밭에 가자구요.
언니 내일 지영이네 복분자 따는 일 안 가실래요.
그려.......그럼 가지 뭐 하고는 준비하는대로 나갈께 하곤 서둘렀다.
자전거를 타고 룰루랄라 달렸다 .
헤숙이를 만나서 같이 출발을 했다.
헤숙이는 먼저 앞서서 뛰고 나는 자전거 타고 콧노래 불러가면서
천천히 들길을 따라 갔다.
무더위가 한창인 시간이라서 많이 덥기도 했지만
바람도 시원히 불어 주어 상쾌했다 .
지영이네 밭이 한참 멀었다 .
숲속에선 뻐꾸기가 울고 꿩이 꿔겅꿔겅 한다 .
고향 집에 간 기분이었다.
논둑길을 따라 산골다랭이 골짜기로 한참을 걸어 가면서
산딸기도 따먹으면서 그 옛날 추어들을 얘기도하고
철 늦은 고사리도 한 주먹씩 꺾었다 .
숲속으로 들어가니 풀향기에 기분이 참 좋았다 .
혜숙이는 고사리를 꺾으면서
" 언니네 제사 때 쓸거니까 제 눈에 많이 보여 주세요"
하면서 기도를 했더니 제법 많이 보여 주어서 많이 꺾었다고 신났다 .
예쁜 천사가 따로 없었고 참으로 행복한 웃음을 웃었다.
지영이네 밭에 도착하니 지영이 엄마 혼자서 일을 하고 있었다 .
반가이 맞아주는 지영 엄마가 참 예뻤다.
젊은 새댁이 일 한다고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참 아름다워 보였다 .
우리셋은 복분자를 따며 먹어가며 수다를 떨기 시작 했다 .
가시가 많아서 힘들고 여기저기 찔리고 그랬다 .
시간은 참 빨리도 지나고 얼마 후 지영엄마가 나보고
내일 일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하실 수 있으시면 내일 아침에 오세요.한다
대답을 꿀떡 같이 해 놓고 밭고랑을 빠저나와
신고 있던 운동화를 벗고 양말을 벗어 보았다.
엊그제 발톱을 잘 못 깎아서 생살이 올라 와 통증이 심해졌다 .
집에서 나올 때만해도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많이 움직여서 통증이 심했다.
천사표 혜숙이는 "언니" 진작 얘기를 하지 .....이런 줄 알았으면 언니보고
여기 오자고 안 했어 하면서 속상해 죽는다 .
에구 이 언니가 곰탱이다 .미안하다.
어찌해야 하니 .......
일은 해 준다고 했는데 하면서 내려 오는데
" 언니 "걱정 하지마 !
내가 저녁에 전화 할테니까?.한다 .
괜시레 실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고 나의 절대절명의 실수였지 싶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오는 길.
절뚝거리며 내려 오는데 감자캐는 아는 분이 감자 좀 갔다
먹으라고 하시면서 주시려 하시길래 우리둘은 "아니예요"
미안해서 안 돼요 하니 아니라고 하시면서
얼굴 좀 한번 더 보고 싶어서 그런다고 하신다.
참으로 인심이 좋으신 분들이였다.
우리는 미안해서 작업 끝낸 자리에서 줍기도하고
좋은 것을 선물로 받아가지고 오는길이 참으로 행복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였다.
인심 좋으신 그 분들의 마음처럼 바람도 시원했다 .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서로에게 행복한 웃음을 줄 수 있음이
최고의 행복이라 생각 해 본다.
우리 천사표 혜숙이 때문에 내가 더욱 더 행복한 것 같다 .
집에 와 저녁먹고 남편이 감자 좀 쪄 먹자고 해서
한 소쿠리 맛나게 쪄서
어머님과 남편과 또 다른 행복함으로 즐거움을 나눈
오늘 하루가 넘 행복했다.
기분이 참 좋은 하루의 단상,살면서 더도 덜도 아닌 오늘 만큼만 하여라.
아름다운 마음 항아리 가득 행복의 기쁨으로 채웠다.
글쓴이 // 하 련
첫댓글 행복함이 여기까지 넘칩니다 즐거운날 되십시요
복분자에 담긴 삶이 묻어나는 사연 잘보았어요. 시어른 모시고 사시느라 얼마나 힘드세요. 힘내시고 멋진 삶 주말을 맘껏 아름답게 연풀해보세요
이룬 챙길게 많아 눈팅 정도로만 미안해요 ^^*
정말로 행복한 삶이네요~~~
하루의 행복을 이리도 상세하게 올려주시니 덩달아 넉넉한 행복감에 젖어봅니다...한산한 들녁을 자전거로 달리시는 모습 또한 한폭의 그림으로 연상이 되구여....천사표 동생이 곁에있기에...고부갈등 정도는 쉽게 잊을수 있으리라 생각이드네여...차분하고 조용한 글에 한참동안 머물다 갑니다...존날 되소서^^
행복이가득한 글 감사합니다 ^^*
그러게~~행복은 멀리 있는게 아니드래니깐요~~ 하련님..좋아보여요**
자전거를 타고 룰루~ 랄라~ 하시는 모습에 정말 행복해보이시네요. 행복도 불행도 모두 내안에서 시작되는거겠지요? 항상 지금처럼 행복하세요! ^^
좋은글 감사^^ ............. 밥무찌유?
" 행복담은 항아리" 제목 만큼이나 이쁘고 행복한 글 잘읽었습니다. 또 글 기대합니다.
여름에 입맛 없을 때는 혜지님이 성공한 오이지 무쳐서 찬물에 밥 말아서 먹으면 뽀드득 뽀드득한 그 맛이 일품이죠! 복분자 그렇게 많이 따 와서 하련님 변기 안 깨졌수???
산딸기를 따면서 기분이 좋았겠어요.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는 곳에서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