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에
대북송금 문제로 수사를 받던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이 투신자살을 했다.
돈 때문에 어느 30대 어머니도 사랑하는 두 자식을 데리고 고층 아파트에서 몸을 날렸다
돈이 많아도 돈 때문이고, 돈이 없어도 돈 때문에 이승을 떠난 사람들이다.
멕시코 칸쿤에서 WTO협상 반대시위를 벌이던 한국농업경연인연합회장이 자살을 했고
뇌물수수혐의로 구속기소된 안상영 부산시장은 자신의 난냉구(러닝셔츠)로 목을 매더니
‘왕따 학생’ 때문에 창원의 B중학교 Y모 교장도 기어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전에 경찰관 아저씨에게 들은 얘긴데
어떤 마을에서 40대 농부 가장이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신고를 받고
그 마을 일대를 수색하던 중 마을 뒷산 나무에 목을 맨 40대 남자를 찾았다고 한다.
시신이 반쯤은 부패되어 누군지 알 수 없었으나
시신 남방 주머니에 라이터와 담배 한 개비가 들어 있는 걸로 보아
평소에 분명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고, 차림세로 보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
또 그 경찰관 아저씨 말씀이, 그 사람이 목을 매기 전에
삶과 죽음의 갈림길쯤에서 주머니에 들었던 마지막 한 개비 담배라도 피웠더라면
그 사람은 지금도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를 했다.
전적으로 공감을 했다.
가족들이 알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지만, 차 떠난 뒤 멍총히 손 들고 있는 꼴이 아닌가.
결국 돈 때문에 가정불화가 일어났고, 가정불화로 세상을 떠난 사람이다.
이 모두가 사는 것보다 죽는 편이 편하다고 생각한, 도통 세상 살기가 싫은 사람들이다.
어찌 이뿐이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인하여 생명을 버리는 행위는 하루에도 40여건이나 된다고 하니
언론에 미쳐 알려지지 않은 자살 행위도 부지기수다.
자살이란?
행위자가 죽음을 초래할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목숨을 끊는 행위라고 한다.
왜 죽는가?
명확한 자살의 동기는 제삼자가 알 수 없으나
유서와 가족들의 증언과 자살미수자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대부분 생활고, 실연, 병고, 가정불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마땅히 죽어야 할, 죽을 수밖에 없는 합당한 동인은 될 수가 없다.
인간 외에 동물들은 자살을 하지 않는다.
선진국에 비하여 경제나 문화수준이 낮은 후진국일수록 자살률은 높지 않다.
지구촌 인류의 절반 이상은 최소한 한두 번쯤은 죽고 싶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죽어야 하는 일들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우선 직장인들을 생각해 보자.
많게는 수십 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확실하게 해놓은 일이란 달랑 마누라와 자식뿐이다.
후배가 진급을 하니 저절로 똥차 취급을 받다가 결국은 아직도 일할 나이에 물러나야 한다.
뭘로 보나 자신보다 지지리도 못났던 동창과 후배가 사장이 되고 판검사가 되고
아녀자도 정승 판서가 되는 마당에
불알 찬 남정네가 단돈 몇 만원에 벌벌 떠는 쩨쩨한 좁쌀영감으로 늙어가고 있으니
접시 물에라도 코를 확 쳐 박고 죽을 일이 아닌가.
정승 판서나 판검사야 많이 배우고 정치적 백이 있어야 되니 그렇다 치자
나보다 넉넉하지 못한 놈들도 젊은 애인 옆구리에 하나씩 차고 늘그막에 연분홍 꽃도 피운다는데......
읍내 농약방에 가서 그라목손 작은 거 한 병에 얼마냐고 물으니 5천원이나 한단다.
주머니 속 율곡 할배 얼굴을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천 원짜리 지폐 위에 신랑보다 돈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은 마누라 얼굴이 떠오른다.
매일 마누라한테 용돈 타서 쓰는 사람들은 5천원이면 무시할 수 없는 돈이다.
5천원이면 내가 좋아하는 ESSE라는 구름과자 두 갑 산다.
5천원에 천원만 더 보태면 다마가 굵은 달걀 두 판을 산다.
닭이 달걀 두 판을 놓자면 닭의 궁뎅이가 60번은 아파야 한다.
그 5천원이 아까워 확 마시고 뒈져버릴 그라목손 한 병을 죽어도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못 죽는다.
언제부터인가 황금만능의 세상이다.
천민자본주의에 길들어버린 사람들만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
가난한 추억이 없는 사람, 가난하게 살아가는 방법들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사랑을 팔고 사는 사람들이다.
진정한 사랑에는 시린 그리움이 있고 아린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이별을 할 줄 알아야 하며
이별보다 더 아픈 사랑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철 따라 피어나는 꽃들이 아름다운 건 피었다 시들기 때문이며
인생이 아름다운 건 삶이라는 숨결이 유한하기 때문이 아닌가
그 유한의 숨결 속에는 사랑이 있고 기쁨과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랑과 행복은 죽고 싶을 만큼의 고통과 불행을 이겨낸 순간이 있기에 더 아름답지 않을까.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유행가도 있지만, 생명 그 자체는 절대로 자기만의 것이 아니다.
이 세상 태어날 때도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사람은 없듯이
이 세상 떠날 때도 자신의 의지대로 떠날 수 없는 것은 하늘 이치가 아닌가.
정말 죽고 싶을 만큼의 고통과 시련이 닥칠 때
그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기 위하여 죽도록 노력해 보시라
그래도 꼭 죽고 싶거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분만 생각해 보라
그래도 도저히 죽어야 하거들랑
이승에서 마지막 담배 한 개비 천천히 천천히 피우시고 떠나면 어떨까?
첫댓글 거 문학기행이 아니라 인생기행이네요. 거참 거 거 거...........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