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리듬화의 대상
☺ 저는 제가 쓴 시도 외울 수 없습니다. 독자들이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 |
리듬화란 결국 일상적 화법에 ‘조직적 폭력(組織的暴力)’을 가하여 <규칙>과 <변화>를 부여하는 걸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층위부터 ‘조질까’요?
교수라는 사람이 웬 조폭(組暴)처럼 '조진다'느니 '조직적 폭력을 가한다'는 식의 험악한 말을 하느냐구요? 이 말은 제가 하는 말이 아니라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한 말입니다.
아무튼 리듬화 할 때 먼저 '조질' 대상은 의미적 국면입니다. 독자들은 먼저 의미적 국면을 주목하고, 작품을 쓸 때도 이 국면에 맞춰 전 요소들을 조직하기 때문입니다. 이 국면을 질서화하려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전체 줄거리를 <주제(A)>와 <다른 것(B)>로 나누고, 규칙적으로 배열해야 합니다.
다음 작품만 해도 그렇습니다. 행조차 나누지 않은 산문시(散文詩)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하려는 것을 <A>와 <B>로 나누어 규칙화와 탈 규칙을 교차시키고 있습니다.
나는 사랑했네 한 여자를 사랑했네. 난장에서 삼천 원 주고 바지를 사 입는 여자, 남대문 시장에서 자주 스웨터를 사는 여자, 보세 가게를 찾아가 블라우스를 이천 원에 사는 여자, 단이 터진 블라우스를 들고 속았다고 웃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순대가 가끔 먹고 싶다는 여자, 라면이 먹고 싶다는 여자, 꿀빵이 먹고 싶다는 여자, 한 달에 한두 번은 극장에 가고 싶다는 여자, 손발이 찬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리고 영혼에도 가끔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
가을에는 스웨터를 자주 걸치는 여자, 추운 날엔 팬티스타킹을 신는 여자, 화가 나면 머리칼을 뎅강 자르는 여자, 팬티만은 백화점에서 사고 싶다는 여자, 쇼핑을 하면 그냥 행복하다는 여자, 실크 스카프가 좋다는 여자, 영화를 보면 자주 우는 여자, 아이 하나는 꼭 낳고 싶다는 여자, 더러 멍청해지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러나 가끔은 한잎 나뭇잎처럼 위험한 가지 끝에 서서 햇볕을 받는 여자.
- 오규원(吳圭原), 「한 잎의 女子․2」전문
이 작품에서 <그 여자를 사랑했음>을 <A>로 보고, <그 여자에 대한 정보>를 <B>라고 보면. 아래와 같은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연 :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음(A : 나는 사랑했네. 한 여자를 사랑했네.) - 그 여자에 대한 정보(B : 시장에서 바지, 스위터, 블라우스, 순대, 라면, 꿀빵을 사고, 한달에 한두 번은 극장을 가고 싶어함) - 나는 그런 여자를 사랑했음(A : 손발이 찬 여자, 가끔 영혼에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
2연 : 그 여자에 대한정보(B : 가을에 스웨터를 잘 입고, 팬티 스타킹을 신고, 화가 나면 머리를 자르고, 영화보기를 좋아하고, 아이 하나는 꼭 낳고 싶어하는 여자) - 나는 그런 여자를 사랑했음(A : 더러는 멍청해지는 여자, 나뭇잎처럼 위험한 가지 끝에서 햇볕을 받는 여자)
그러니까, <A-A-B-A>를 변형시켜 <A-B-A-B-A>로 조직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그 여자에 대한 정보(B)를 한 도막 더 늘린 것은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으며, 그로 인에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A>와 <B>를 교차시킨 것은 그녀에 대한 강한 미련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며, 마지막을 <A>로 끝을 맺은 것은 주제를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의미적 국면은 이런 방법으로만 리듬화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평이한 이야기>를 하다가 <난해한 이야기>로 바꾸고, <친숙한 이야기>를 하다가 <낯선 이야기>로 바꾸고, <고전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현대적>인 이야기로 바꾸고, 하고, <한국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서구적인 이야기>로 바꾸면서 독서 속도(速度)가 규칙화하는 방법으로도 리듬화할 수 있습니다.
위 작품도 이런 방법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1연과 2연은 모두 평이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가서 ‘영혼에도 가끔은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나 ‘가끔은 한 잎 나뭇잎처럼 위험한 가지 끝에 서서 햇볕을 받는 여자’라고 은유하여 의미의 밀도(密度)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 ‘난장’에 가서 바지를 사 입고 ‘순대’를 먹고 싶어하는 평범한 여자로 묘사하다가, ‘한 달에 한두 번은 극장’을 가고 싶어하고, ‘브래지어’, ‘팬티스타킹’, ‘화가 나면 머리를 뎅강 자르는’, ‘백화점 쇼핑과 ’‘실크 스카프를 좋아하는’ 현대적이고도 도시적인 여자와 대조하여 리듬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의미의 밀도 차를 이용하는 방법은 시 쓰기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모든 글쓰기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드릴까요? 대부분의 첫머리는 쉽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어렵게 시작하면, 독자들이 ‘이 글은 내가 읽을 게 아니’라며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체를 이렇게 쓰면, ‘나도 알아!’하고 팽개칩니다. 그러므로 독자들이 깔볼 단계에 접어들면, ‘이제 좀 혼나봐라!’하는 식으로 알고 있는 지식을 몽땅 털어 넣고, 지칠 단계가 되면 다시 풀어 줘 '내가 이런 이야기를 소화해 내다니...' 하고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질서화할 층위는 문형(syntactic patterns)입니다. 이 때 질서화할 것은 문장 성분의 배열 순서, 수식(修飾) 관계, 길이, 완결(完結) 여부입니다.
인용한 작품에서도 이런 배려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주제를 이야기하는 문장은 <주어+목적어+서술어>의 완결된 문형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문장 성분을 최소하고, 정치법(正置法)과 완결된 형식을 취한 것은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수식어를 많이 동원하면 섬세하지만 문장이 길어지고, 도치법(倒置法)을 비롯한 변형된 문장은 정치법으로 바꾸어 받아들이므로 독서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그 여자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관형어구를 취하고 있습니다. 관형어들은 그 여자에 대한 회상의 종류를 나타내기 위해서이고, 주어를 종지형(終止形)으로 택한 것은 그 여자에 초점을 맞춰 모습을 떠올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의 통사적 층위는 <완결-미완-미완-미완-완결-미완-미완-미완…>으로서, 이 역시 리듬을 만들어내는 자질 구실을 합니다.
셋째로 질서화해야 할 곳은 어휘론적 층위입니다. 이 층위에서는 그 어휘가 지시하는 의미의 범주를 비롯하여, 질감(質感)과 뉘앙스, 그 어휘를 탄생시킨 배경(背景) 등을 자질로 삼습니다. 이 문제는 글다듬기에서 다시 이야기할 예정이니 그냥 넘어 가기로 합시다.
넷째로, 질서화할 층위는 각 연(聯)의 길이와 하나의 율행(律行)과 시행(詩行)의 관계입니다. 이 층위를 완전히 질서화하면 정형시로 넘어갑니다. 그러나 자유시나 산문시라고 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자유시나 산문시 형태를 유지하면서 어느 한 부분을 질서화하여 리듬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 작품은 산문시 형식을 취하면서도 전체를 규칙화하여 정형시처럼 만들고 있습니다.
ⓐ해야/솟아라//해야/솟아라//말갛게/씻은 얼굴//고운 해야/솟아라//산 넘어/산넘어서//어둠을/살라 먹고//산 넘어/밤새도록//어둠을/살라 먹고//이글이글/애띈 얼굴//고운 해야/솟아라//
- 박두진(朴斗鎭), 「해」에서
이 작품은 행을 나누지 않았지만 호흡을 단위로 2음보를 배치하고, 각 음보의 음절수는 <3±1>의 범주 안팍으로 조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위치에 같은 음운을 배치하여 행만 나누지 않았을 뿐 정형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음량을 조절하려면 먼저 <음보(音步)>, <시행(詩行)>, <율행(律行)>, <보격(步格)>, <음격(音格)>의 관계를 알아야 합니다. 음보(foot)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한 번에 읽는 덩어리를 말합니다. 그리고 시행은 시인이 작품 속에 설정한 행을, 율행은 독자가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길이를 말합니다.
그런데, 독자들은 시행을 참고할 뿐 율행대로 읽으려 합니다. 그로 인해, 진달래꽃의 경우, 시인은 ‘나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라고 시행을 나누었지만, 독자들은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라고 읽으려고 합니다.
시행을 [시행=율행]으로 설정하면 아주 리드미컬하게 읽힙니다. 시행과 율행이 일치하여 머뭇거릴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율행>시행]으로 설정하면, 율행을 기준으로 삼아 모자라는 음량을 그 다름 시행에서 끌어다 읽기 때문에 빠른 느낌이 듭니다. [율행<시행]으로 설정하면 율행만큼 읽고 남은 것은 다음 율행으로 밀어내면서 읽기 때문에 느린 느낌이 듭니다.
보격(步格)은 하나의 율행에 몇 개의 음보를 설치했느냐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우리말에서 2보격에서 5보격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으로 설정하면 다른 율행으로 나눠 읽기 때문에 시행의 기능만 지닐 뿐 율행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합니다.
음격(音格)은 각 음보의 기준 음절수를 말합니다. 우리말에서는 2음격에서부터 5음격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복합어가 아니면 대개의 어근(語根)은 1-3음절 사이고, 조사나 어미 같은 문법소들 역시 1-3음절 사이라서 이들을 결합하면 서술어를 제외하고는 5음절 이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보격입니다. 시어의 음절수를 통일해도 각 율행에 동일한 보격을 배치하지 않으면 리듬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앞에서 인용한 박두진의 작품을 다음처럼 호흡을 단위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개작하여 읽어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야/솟아라//고운 해야/마알갛게/세수하고/불끈/솟아라.// 산 넘어/멀리/환하게/비춰라//어둠을/살라먹고/솟아라//이 세상을/고루고루/환하게/비춰라//
원작은 호흡을 단위로 2음보씩 배치하여 아주 리드미컬하게 읽힙니다. 그러나 고쳐 쓴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시의 율적 특성이 음절수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음보(foot)의 대응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시의 율격을 논할 때 7.5조(調)니, 4.4조니 하고 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우리말에는 고정적인 강약, 장단, 성조가 없습니다. 그로 인해 일부 학자들은 정형시는 없고 정형시같은 ‘요적(謠的) 자유시’만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각 율행을 같은 음보로 조직하고 낭송하면, 아래와 같이 제1음보는 상승조(上昇調)가 되고, 제2음보는 하강조(下降調)가 됩니다. 그리고 제1음보의 마지막 음절과 제2음보의 첫 음절이 강음절(强音節)로 바뀌어 <임의적 강약율>이 형성됩니다.
↗ ↘ ↗ ↘ ↗ ↘ ↗ ↘
․ ․ . ․ ․ ․ ․ . ․ ․
ⓐ해야/솟아라//해야/솟아라//어둠을/살라 먹고/고운 해야/솟아라
또, 홀수 보격은 두 율행이 합쳐져 임의적 강약율을 만들어냅니다.
↗ ↘
↗ ↘
↗ ↘
․․ ․․ ․ ․
하늘엔/흰구름/두둥실//바다엔/파도가/철썩
따라서 정형시가 없다는 주장은 낭송 과정을 살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보격은 문장의 부속성분(附屬成分)을 제거하고 주성분(主成分)으로만 구성해야 합니다. 그로 인해 음량이 적고, 강약과 상승과 하강이 자주 대응하여 빠르고 힘찬 느낌을 줍니다. 노동요와 동요(童謠)가 아닌 이런 보격을 채택하는 것은 이 보격의 도약적(跳躍的)인 느낌을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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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 달아 / 밝은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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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이 / 놀던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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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기 / 저 달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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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 / 박혔으니
어때요? 꼬마들이 깡충깡충 뛰면서 노래하는 느낌이 들지요? 3보격은 하나의 율행에 3개의 음보를 설정한 유형을 말합니다. 이 보격에서는 제1음보와 제2음보는 대응하지만 제3음보는 대응하는 짝이 없습니다. 그로 인해 두 개의 율행을 합쳐 대응합시다. 춤을 추며 노래 부르는 것은 가창민요(歌唱民謠)나 여성화자를 채택한 작품들이 이런 보격을 취하는 것은, 두 개의 율행을 합침으로서 일어나는 유장(悠長)하고도 가변적인 느낌을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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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아리랑/아라리요//아리랑/고개로/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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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버리고/가시는 님은//십리도/못가서/발병난다
어떻습니까? 사랑하는 님을 보내고 혼자 남은 여인이 서러워 긴 수건을 휘날리며 춤추는 것 같이 보이지 않습니까?
어때요? 사랑하는 님을 보내고 긴 수건을 휘날리며 서럽게 춤추는 여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4보격은 하나의 율행 안에 4개의 음보를 설정하는 유형으로서, 2보격의 연첩(連疊)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2음보 뒤에 <중간(中間) 휴지>가 설정되고, 제4음보 뒤에는 이보다 더 긴 <행말(行末) 휴지>가 설정되므로 별도의 유형으로 분류해야 합니다.
4보격은 하나의 율행이 반으로 나뉘어 상승과 하강을 이루고, 문장 성분을 거의 다 동원할 수 있어 점잖고 안정된 느낌을 줍니다. 사대부(士大夫)들의 시조(時調)와 가사(歌辭), 현대의 의식가(儀式歌)와 같이 남성화자를 채택한 작품들이 이 보격을 택하는 것은 이런 점잖은 느낌을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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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이/높다하되∨하늘아래/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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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또오르면∨못오를리/없건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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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제아니오르고∨뫼만높다/하더라-
- 양사언(楊士彦)
어때요? 옛날 선비가 도포를 입고 정자(亭子) 위에 앉아 몸을 좌우로 흔들며 글 읽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5보격은 하나의 율행에 5개의 음보를 설정한 유형으로서, 2보격과 3보격을 합친 파생 보격(派生步格)입니다. 음량이 많고 2보격과 3보격으로 재분할하려는 성질 때문에 거칠고 느린 느낌을 줍니다. 그로 인해 고시가(古詩歌)에서는 물론 현대의 창작시에서도 잘 채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보격의 유형에는 각 음보를 <기준 음절(N)±1>로 조직한 <동량보격(同量步格)>만 있는 게 아닙니다. 마지막 음보를 5음절 이상으로 조직하는 <층량보격(層量步格)>이 있습니다.
층량 보격은 마지막 음보가 두 음보로 재분할하려는 성격 때문에 그 보격과 그보다 한 음보 더 많은 중간 보격의 성격을 띕니다. 다시 말해, 층량 2보격은 2보격의 동적․도약적 느낌과 3보격의 무도곡적(舞蹈曲的)․가창적․가변적 성격을 띕니다. 그리고 층량 3보격은 3보격의 성격과 4보격의 점잖은 성격을 띕니다. 또 층량 4보격은 4보격과 5보격의 거친 성격을 띕니다.
이와 같이 이중격 성격을 띠기 때문에 동량 보격보다 층량 보격이 훨씬 다양한 리듬을 만들어 냅니다. 그것은 층량 3보격인 소월시를 동량 3보격으로 고쳐 대조해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량 3보격(개작) ⓑ층량 3보격(원작)
그리운- 우리님의 노래는- 그리운- 우리님의 맑은노래는
언제나- 제가슴에 있어요- 언제나- 제가슴에 젖어있어요
①∨������∨∨∨ ① ∨ ∨ ∨∨
② ∨ ∨ ․∨∨
③ :
ⓐ는 행말(行末)의 휴지 때문에 더 이상 변주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층량 3보격인 ⓑ는 ②처럼 제3음보가 재분할하여 4보격의 성격을 띠고, ③처럼 중간 휴지가 설정되면서 두 마디로 통합되어 안정감을 줍니다. 소월시가 격앙되기 쉬운 이별을 테마로 삼았으면서도 화자가 절제를 잃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와 같이 가변과 안정의 이중적 성격을 띈 층량 3보격을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규칙화할 것은 음성적 층위입니다. 하지만 자유시에서는 군데군데 어떤 느낌을 환기시킬 수 있는 <음 모방>, <음 회화>, <음 상징>의 기법을 쓰는 정도에서 그쳐야 합니다. 음운까지 조절하면 정형시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 우리가 할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