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입구에는 ‘키몬과 페로’란 루벤스의 작품이 걸려있습니다.
젊은 여인이 거의 벗다시피 한 노인에게 웃통을 벗어 젖을 물리는 이상야릇한 작품입니다.
자세히 보면 키몬은 체인에 묶여 감옥에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키몬은 푸예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사람이지만
국왕의 노여움을 사서 사형 당일까지 음식물을 먹지 못하게 했습니다.
사형 전에 갓 몸을 푼 키몬의 딸 페로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뵈러 감옥에 들어와
지금까지 물도 한 모금 먹지 못한 아버지에게 자신의 젖을 먹이는 그림인 것입니다.
누구도 음식을 가져들어가지 못하는 그곳에 음식을 가지고 들어가서 부끄러움 없이
웃통을 벗어 아버지에게 젖을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은 키몬의 딸밖에 없었습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7).
사순시기는 몸을 굽히고 고개를 숙여 자신을 보는 시간입니다. 용서받아야 할 사람은 제 자신입니다.
용서를 체험하기 전까진 용서를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용서를 체험한 이는 결코 주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단죄의 돌을 던지려 하는 우리들 가운데 죄 없으신 예수님이 서 계십니다
하느님을 닮은 사람을 사람이 단죄할 수 없음을 가르쳐주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이 말씀으로 완고하기 이를 데 없는 마음 바다에 거센 파문을 일으키십니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단죄하면서 마치 정의로운 일을 한 것처럼 만족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바라보도록 초대하십니다.
정직하게 자기의 진실과 직면하도록 하십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저에게도 똑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손에 쥔 돌을 놓고 돌아서는 그들 마음에 일어나는 파문이 느껴집니다. 그 파문이 언제쯤이면 고요해질까 생각해봅니다.
내 안에서도 살며시 일고 있는 파문을 바라봅니다.
단죄를 멈추는 은총의 시간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