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0일 부활절,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의 설교가 논란이 됐다.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침묵하며 우리의 죄를 회개하라고 전한 메시지에 사람들의 이해가 부딪혔다. 이찬수 목사가 강조한 회개가 사회구조적 불의와 권력의 잘못은 빼놓고 개인과 교회에 그치고 마는 인상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내주 설교에서 내용을 이어 갈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분당우리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
세월호 침몰 사건은 전 국민을 슬픔과 분노의 도가니에 빠트렸다. 대형 참사 앞에 발가벗어진 사회의 불의와 권력의 무능함에 대한 공분도 확산되었다. 저마다 세월호와 관련된 기사와 글을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 등에 공유하며 함께 아파하고, 애도하고, 분노하고 있다.
이런 즈음에 세월호 사건에 관한 국민들의 소통 활동을 지적하는 듯한 영향력 있는 목회자의 설교 일부가 논란이 됐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지난 4월 20일 부활주일 설교에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발언한 4분 46초 분량의 동영상이 그것이다.
이 목사는 교인들에게 예수님 당시 일어난 비극인 '실로암 망대 사건'을 소개하면서, 누가복음 13장 4~5절 기록을 읽는다. "또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너희도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
먼저 망대가 무너져 죽은 이들이 그들의 죄 때문에 희생된 게 아니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세월호 사건이 희생자들의 죄 때문이 아니라고 짚었다. 그 뒤 이 목사는 "이런 고통스런 사건을 내가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는 물꼬로 삼아야 한다"며 회개를 강조했다.
"왜 자꾸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십니까. 일만 벌어지면 누구 탓이다, 누구 탓이다…. 저도 선장에 대해서 섭섭한 마음이 들고 화가 나요.
그러나 선장 욕한다고 문제 해결 안 됩니다. 카톡? 그만 사용하세요.
뭘 여기저기 그렇게 퍼트리고…여러분 카톡 빨리 끊고요. 침묵해야 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수록 입을 닫아야 합니다.
…오늘 망대가 무너지는 사건을 통해 주님께서 주시는 이 지침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 함부로 남을 정죄해선 안 됩니다.…여러분 그것은 범죄행위에요. 하나님께 회개하고 나가야 해요.
…이 일에 대해 이제 카톡 그만 쓰시고 침묵하세요. 깊은 골방으로 들어가세요. '하나님 저의 죄 때문입니다. 예수 믿는 우리들의 죄악입니다. 우리들의 무능함입니다. 하나님, 이 나라 이 민족을 살리기 위하여, 하나님의 오랜 침묵을 깨기 위하여 먼저 예수 믿은 우리들의 영적 각성과 회개가 불붙듯 일어나게 해 주시길 원합니다.'"
이 동영상은 페이스북에서 1100회 이상 공유되었다. 많은 이들이 침묵과 회개를 강조한 이 목사의 설교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다 덮고 가잔 말인가", "우리가 침묵하면 돌들로라도 고발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불의에 침묵하고 스스로를 탓하며 골방에서 기도만 한다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이 땅의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세상의 주관자들과 악한 영들" 등 이 목사의 설교가 그리스도인들을 사회적 불의에 침묵하게 만들까 우려하는 내용이었다.
침묵하라는 설교에 동의할 수 없다고 교회 홈페이지에 한 교인이 올린 글에 이찬수 목사가 댓글로 자신이 언급한 침묵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금은 사건이 진행 중이니, "섣부른 분석과 판단을 자제하자"는 뜻이었으며, 시간이 지나 책임 소재나 사건에 대한 분석 없이 (정부가) 적당히 넘어가면 그때는 외쳐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 자신이 이런 불합리하고 부패한 세상에 동조하며 살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회개하는 기회로 삼자는 말이었다고 했다.
이찬수 목사는 해당 설교에서 다른 이의 아픔에 관심 없어 하는 세태를 비판하기도 하고, "어른들의 탐심과 탐욕, 부주의, 책임 안 지는 자세 때문에 어린애들이 배에 갇히고 빨리 구조가 안 되는 것도 아팠지만, 솔직히 그들만 갇혀 있나.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 다 가둬 놓고 있는 거 아닌가.
대학 입시라는 괴물 때문에 아이들을 부모 마음대로 온통 조종하고 꿈을 다 빼앗아 버리고 통 안에 가두고 있는 현실이 보여 눈물이 나더라"라며 욕망에 사로잡힌 교육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목사의 설교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마치 개인의 회개, 교회의 회개에 그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개인과 교회의 탐욕을 지적하되 무엇을 어떻게 회개할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고,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사회구조적 문제와 권력의 무능과 무책임을 지적하거나 그것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은 채 회개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침묵을 강조한 그의 의도가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자는 것일지라도, 드러난 불의에 억울해하며 분노를 표하고 있는 사람들은 "덮어 버리고 나부터 잘하자"라고 받아들일 여지가 컸다.
한국심리학회 재난심리위원인 금명자 교수(대구대)는 이번 사건으로 미안해하고 괴로워하는 국민 모두가 생존자들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국민들 역시 피해자라는 것이다. 그는 온 국민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분노하는 것은 자연스런 반응이라며 "실컷 울고, 분노하고, 서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치유 방법이므로 막아선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이를 '공적 분노'로 승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들이 지적하고 비판하는 데 머물게 아니라, 문제가 드러난 사회를 바꾸기 위해 무엇을 실천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찬수 목사는 지난주 설교가 한 회 더 남은 시리즈물로 다음 주에 내용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