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산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는 서면 쥬디스태화 뒤편의 커피전문점 거리를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22일 부산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는 서면 쥬디스태화 뒤편의 커피전문점 거리를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프랜차이즈 가맹 업주들도 비싼 로열티에 임대료 올라 수익성 악화 '울며 겨자먹기'
얼마 전만 해도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사업 '아이템' 중 하나는 식당업이었다. 최근에는 상당수 퇴직자들이 커피전문점 창업을 제일 선호한다. 22일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창업 1순위 업종은 '커피전문점'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 층도 손쉽게 뛰어드는 창업 아이템이기도 하다.
부산에는 웬만큼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한 집 걸러 커피전문점이 생길 정도로 열풍이 불었다. 이처럼 우후죽순 생긴 커피전문점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폐업 신고가 잇따르고, 소액 창업자들은 과다 경쟁에 따른 수익 감소에다 높은 임대료 등을 감당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는 "시기만 문제였지 폐업 속출은 이미 예상한 일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확산으로 주요 상권을 빼앗긴 개인 커피전문점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속속 주저앉는 개인 업체
"위생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됐네요. 폐업 신고를 했습니다." 지난 18일 커피전문점 '디오'를 운영하던 최모(29) 씨가 부산시청 식품위생검사 담당 직원과 나눈 통화 내용이다. 그는 부산교육대 앞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했지만, 곧 문을 닫고 해운대의 다른 커피전문점에서 바리스타로 일할 예정이다.
최 씨는 건물 주인이 배 이상 올린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폐업하기로 했다. 그 자리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출점한다. 부산교대 인근의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프랜차이즈 전문업체들이 이곳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부산 서면에 입점한 개인 전문점들 상당수가 인근 프랜차이즈 전문업체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다. 이곳에서 5년간 커피전문점을 운영한 서모(여·47) 씨는 "몇몇 점포가 폐점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며 "상권이 좋아 비싼 권리금과 임대료를 내면서 입점했지만, 생각만큼 이익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전철이 들어선 사상역 일대 역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의 선호지역으로 변모했다. 지난 1년 사이 이 지역에는 커피전문점이 5개나 들어섰다. 이는 사상역 일대 점포들의 전반적인 권리금과 임대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 업체의 무자비한 공략
대형 커피전문점들은 무서운 기세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9월 할리스커피의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신규매장은 전년 대비 44.4% 늘었다. 탐앤탐스 역시 지난해 1~10월 부산지역의 매장 증가율은 전년 대비 110%였다. 이 업체의 경우 부산에서 재작년 9개 매장을 연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총 10개의 매장을 추가로 개점했다.
2006년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한 카페 드롭탑은 벌써 부산지역에 5개 가맹점을 개설했으며, 다음 달에는 서면1번가에 신규 매장을 오픈한다. 이 때문에 서면에만 2개의 카페 드롭탑 커피전문점이 생겨 이 일대에서 영업 중인 개인 커피전문점 업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커피전문점 업주는 "유명 연예인까지 전속 광고모델로 고용하는 대형 업체의 무자비한 시장 공략에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며 폐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가맹점도 경쟁력 상실 시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가맹점 업주들도 대형 업체의 계속된 입점 증가로 상권 내 유동 인구의 수요를 '나눠먹기' 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점주의 입장에서는 비싼 로열티와 임대료에 비해 수익구조는 갈수록 악화돼 이윤이 감소하는 셈이다. 보배부동산 강동원 소장은 "지금도 커피전문점 시장에 진입하려는 프랜차이즈 대기자들이 많다"며 "공간이 한정돼 기존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밀어붙이는 탓에 임대료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면 번화가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정모(여·34) 씨는 다음 달 현재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개인 점포로 바꿀 계획이다. 프랜차이즈 형태를 취해봤자 본사에서 지원하는 부분은 적고, 매달 고정적으로 '상표 사용료'만 나가기 때문이다. 그는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4년간 장사가 안 돼 나간 지역에 다시 가맹점 허가를 내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상권 확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