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을 요구하지 않는다.
1.
아들 중에 한 아이가 대학엘 들어가 여자 친구를 사귀었다.
여자 친구 생일이라고 꽃다발을 준비하여 전해 주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정작 지 애비 생일은 새카맣게 잊고 꽃다발은 고사하고 전화도 없었다.
쬐끔 섭섭했다.
2.
그러나 난 그날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애비 생일에 꽃다발 보내고
여자 친구 생일을 잊는다면 그게 더 심각하고 비정상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난 내 아들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냈다.
얼릉 섭섭함을 털어버렸다.
덕분에 지금도 난 내 아들에게 넘버원은 지 아내와 자식이고 난 넘버 투나 쓰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자식은 넘버 원이었지만
난 자식에게 넘버 원 자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내 자리는 넘버 쓰리다.
3.
공을 세웠다고 내 것이라 하지 않는다.
내 것이라 하지 않음으로 구태어 머물려하지 않는다.
노자의 기막힌 철학을
나는 내 아들에게도 적용하였다.
나름 넘버 원의 공을 들여 키웠지만
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자식을 소유하고 거기 머물려하지 않았다.
지배하려 하지 않았다.
떠나보냈다.
4.
떠나보냈더니
아이들이 떠나지 않았다.
나로부터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머물려 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의 울타리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늘그막에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음은 축복중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카페 게시글
페이스북 김동호칼럼
넘버원을 요구하지 않는다.
스티그마
추천 0
조회 39
22.02.12 18:25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