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8일
“남편 불공 잘 해 봐!”(1)
5월 18일. 일요일.
교당에서 점심식사가 끝나고 상을 닦고 있는데 앉아 경강 책을 보며 친정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남편이 묻는다.
“심고, 기도, 염불, 좌선은 무슨 불공인 줄 알아?”
“그거야 진리 불공이지.”
“그럼 남편에게 잘하는 것은 무슨 불공?”
“그거야, 실지 불공이지.”
“그건 처처불상 사사불공이고 남편 불공이지.”
“남편 불공이 실지 불공이고 실지불공이 남편 불공이지.”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아침 일찍 일어났더니 피곤하다고 하며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눕는다. ( ** 남편은 ‘아침 형’ 인간이고 나는 ‘저녁 형’ 인간이다. 아침이면 5시경(?)에 일어나 텔레비전보고 신문보고 목욕을 다녀 온 후 교당에 간다. 그리고 낮에는 낮잠을 한 숨 자고 저녁이면 8시 30분경에 잠자리에 든다. 일찍 일어났으면 좌선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좌선을 하지 않는다. ** )
나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났으니 피곤하겠네. 주무세요.”
라고 하며 조용히 잠을 자라고 창문을 닫아주고 방문도 닫고 나오려는데
“커튼도 쳐줘. 그것이 남편 불공이야! 남편한테 불공 좀 잘 해봐!”
라고 한다. 확~ 기분이 상한다.
“몰라! 당신이 내려. 꼭 나만 시키려고 해.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상대에게 불공해봐.”
남편에게 쏘아 붙이고 컴퓨터 방으로 건너와 일기를 적었다.
얼마를 잤는지 남편이 나와 말한다.
“피곤한데 컴퓨터 좀 하지 말고 쉬어. 눈 피로하고 나빠지잖아~.”
못들은 체 하고 내 할 일만 하였다.
남편이 식탁에 밥상을 차리는 것 같다. 내일 군산으로 갈 줄 알았는데 오늘 가려는가보다 하고 시계를 보니 5시가 넘었다. 6시에 봉동 교당에서 원덕회가 있어 교구에 5시 30분까지 가야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나 원덕회 가야하는데 늦었네. 저녁 식사하고 그릇 담가놓고 가세요.”
“걱정 말고 빨리 가. 알아서 먹고 설거지하고 갈 테니.”
“내가 와서 할 테니까 담가두고 가세요.”
봉동 교당까지 가는데 비바람이 심하게 불고 천둥 번개까지 친다. 남편이 군산까지 잘 갔는지 걱정이 된다.
집에 돌아와 보니 설거지까지 해 놓고 갔다. 잘 도착했다는 문자도 온다.
남편이 한 말을 듣고 그냥 장난으로 넘기고 커튼 잘 내려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려있었다. 걸려있는 마음을 빨리 털어버리고 싶다. 그런데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기 싫다. 교리를 들먹이며 걸핏하면 남편 불공 잘못한다 하고, 마음공부가 부족하다느니 하면서 자신에게 대접 잘 하라고 한다. 기분 나쁘다.
첫댓글 당연히 기분이 나쁘지요?...그런데 나빠 버리기만 하기 보다는 기분이 나쁘구나 하고 인정해야지요?...그래야 기분나쁘다는 맘이 없는 원래 맘을 챙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