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호남정맥, 고흥기맥, 봉두단맥을 다 걸을 수 있을까?
가장 가깝고 짧은 봉두단맥도 접근이 쉽지 않다.
인증을 인정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요, 게으르고 서튼 산꾼의 혼자 다짐이라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도 스스로 알고 있다.
고흥기맥을 조사하다보니 부산이 청산일월산우회가 올겨울에 고흥지맥을 6번에 걸쳐
걷는다고 한다.
현식형의 싸목싸목산악회는 오봉산에 가자고 하는데 난 고흥지맥 가겠다고 통보한다.
청산산우회에 언제쯤 도착하느냐고 물으니 부산 덕천동에서 6시 반에 출발해 10시쯤 도착할 거라 한다.
찾아보니 2시간 반이 안걸려 9시쯤 도착할 듯하다.
바보에게 도시락을 싸달라하여 챙겨 8시 20분에 과역으로 간다.
도천리고인돌은 들어본 바가 없다.
4차로 로터리를 안내하여 가스사무소 앞에 차를 두고 걸어도 고인돌이 안 보인다.
다시 찾아보니 월악육교 쪽이다.
다시 차를 끌고 올라가니 솔라티에서 막 사람들이 내려 시멘트길을 가고 있다.
육교를 내려다보는 기사한테 말을 걸어보니 부산에서 온 이들이 맞다.
뒷쪽에서 천천히 따라간다.
세 남자가 앞서가는 듯하더니 어느 새 사라져 버렸다.
숲길은 늦은 겨울 아침햇살에 반짝인다.
민등고인돌 지나 이 길을 과역초 아이들과 같이 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앞서 가던 세 남자는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고운 산길을 잠깐 걷는데 내리막이 나온다. 주변을 살피니 왼쪽으로 리본이 보여 그리로 들어간다.
기맥길인 모양이다. 길이 희미하고 묘지들이 나타나고 푸르른 사스레피나무 가지가 솔잎을 나란히 늘어뜨리고 있기도 한다.
능선 오른쪽에서 세 남자가 나타난다. 반갑습니다 인사하고 멀찍이서 따라간다.
그들도 길을 잃었는지 일행을 찾고 있다.
산 개간 길이 드러나 내려간다. 멀리 복호산 아래로 옛영주고가 보인다.
한 사나이가 오른쪽 능선으로 오르려하자 내가 방향이 다른 듯하다고 말해 바꾼다.
집을 지나 다시 왼쪽 능선으로 오르는데 거친 가시들이 막는다.
도로를 만나 월송재 저수지를 지난다.
과역 대목 장에 가는 이들이 보인다.
한 남자에게 여긴 어디며 월송가는 길을 물으니, 석촌이고 길을 따라 계속 가라고 한다.
그러고도 싶지만 산마루금을 걸어야 하는 난 산길을 다시 묻는데 없을 거라 하신다.
세 남자가 정자가 있는 나무 앞을 지나 일행을 만나 멈춘다.
막걸리 마시며 휴식하는 거를 멀찍이서 보는데 불러서 한잔 따뤄주신다.
내 배낭에 동강동동주 큰 것을 꺼내려다 더 짊어지고 가기로 한다.
여자 둘에 모두 여섯명이 앞서가고 내가 뒤따른다.
도로를 지나 과수원을 걸어내리니 지난 적이 있는 커피사관학교라는 곳이다.
밭에서 한 어머니가 시금치를 캐 내며 배추가 다 없어졌다고 한다.
애기동백이 있는 작은 조림지를 지나 가시를 헤친다.
높은 산도 아닌데 오르내리막이 계속된다. 바닥이 단단하지 않아서인지 힘들다.
30여분 지나 작은 봉우리에 다다르니 한남자 배낭을 벗으며 소대방산에 다녀온다고 한다.
모두 산을 내려 건너편 우뚝한 봉우리로 가고 있다.
포기하고 기다릴까 하다가 배낭을 매고 따라간다.
100여미터도 안될텐데 오르막은 미끌린다. 아카시나무가 있는 소대방산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온다.
11시 반이 지나 점심을 먹었으면 싶은데 바람 없는 곳을 찾는다더니 계속 간다.
12시 반이 다 되어 능선 오른쪽으로 피해 솔가리 위에 앉는다.
담금술을 나눠주신다. 한쪽에서 바보가 정성들여 싸 준 김밥을 먹고 있는데 머리고기와 술을 계속 주신다.
건너로 인학마을의 매화농장이 보인다. 사정제인지 독점저수지인지는 잠깐 보이다 만다.
점암 모동에서 당치로 넘어가는 고개일까? 당치를 넘어 다시 산으로 접어든다.
작은 내리막에서 묘지 몇기가 붙어 있고 석물들도 보인다. 학무과장을 지냈다는 사리마을의 박채윤씨의 묘가 보인다.
바람도 자고 건너로 팔영산이 우뚝하다.
철망이 둘러진 절개지를 오른다. 흙이 부서져 내린다.
조림지 윗쪽 능선에서는 조망이 열린다. 모두 걷느라 바쁘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운암산 능선이 높다. 혼자 걷는것 보다는 저들을 따라 걷는것 이 나을까?
임도를 지나 한참을 가시를 헤치며 걷는다. 어느새 4시 반이 가까워진다.
팔영산 우뚝한 봉우리가 앞에 버티고 성주마을 이정표가 서 있는 성주고개다.
가끔 노란 리본이 나타나지만 지역민들이 다니지 않는 길이니 거칠다.
어느 순간 뒤에서 앉아 쉬다보니 등산복 왼무릎이 다 찢어지고 살갖도 빨갛게 물들었다.
모룡리에서 포두 만화마을로 넘어가는 레미콘 공장 앞의 고개를 찾기까지 내리막도 헷갈린다.
일행 중 몇은 아래로 내려가 올라온다.
공장의 암벽 절개지 뒤로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고흥에 온다는 강채구가 얼굴보고 가겠다고 과역에서 만나자 한다.
아침에 본 하얀 솔라티를 타고 금성휴게소에 내려 잠깐 기다리니 채구가 온다.
고인돌군 앞에 데려다 달라하여 동강 금득식당에 가 한잔 하자고 한다.
문을 닫으려는 주인에게 단골인 척 하니 마지못해 곱창전골을 해 주신다.
부산팀에게 주고자 샀던 동강 동동주도 그대로고, 채구한테는 청국장 두통만 받아온다.
거칠게 걸은 다리는 술힘으로 잘 버텨준다. 그 시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