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손길이 닿은 전원 풍경이 궁금하다면, 그람피하우스
주황색 지붕을 얹은 하얀 집들이 푸른 언덕에 봉긋 솟았다.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열 세 채의 독채가 하나의 마을을 이룬 펜션 ‘그람피하우스’다. 전문 화가의 조언을 받아 설계한 덕분에 주변 자연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정원사의 손길로 예쁘게 자란 나무는 그람피하우스를 든든하게 지킨다. 독채 사이 소음을 막고 사생활을 보호하니 이보다 더 고마운 존재가 있으랴. 그람피하우스가 자리한 언덕 아래로 평평한 논밭, 울창한 소나무 숲 그리고 드넓은 바다가 보인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 가만히 앉아 사색에 잠기기 좋은 풍경이다. 이 모든 풍경은 해 질 녘이면 더욱 아름답게 변한다. 서해의 노을빛은 그람피하우스까지 곱게 물들인다. 보기만 해도 황홀한 일몰과 함께 손님은 저마다 추억을 쌓는다. 노을이 스며든 객실 또는 테라스에서 맛있는 저녁 한 끼를 먹고 나면 마음이 절로 풍족해진다. 햇살에 말려 뽀송한 침구 위로 몸을 던지자 잠이 솔솔 온다. 아침에는 소나무 숲과 바다로 이어지는 숲길을 걸어도 좋겠다.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이 모습을 드러내니, 물때를 맞춰 한 손엔 그람피하우스에서 빌려준 호미, 다른 손엔 바구니를 들고 산책을 나서 보자. 그람피하우스에서 느린 걸음으로 30분 정도면 해안에 닿는다.
- 주 소 : 충남 태안군 남면 안면대로 1110-30
- 문 의 : 010-8515-6653
- 홈페이지 : www.grumpy.co.kr
✔ 초대의 한마디
그람피하우스는 나무에 둘러싸여 공기가 푸릅니다. 숙소 주변 산책로는 사계절 걷기 좋지요. 가을 단풍 아래 산책로엔 낙엽이 깔려 낭만적입니다.
✔ 인근 추천 관광명소
안면도 쥬라기박물관 : 야외에 전시한 실물 크기의 공룡 모형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공룡 화석 전시는 물론, 화석 발굴 체험, 공룡 모형 뜨기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숙박과 동시에 미로 체험을 원한다면, 바람아래 관광농원
2003년 문을 연 ‘바람아래 관광농원’은 벌써 16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면도 한가운데 터를 잡고 이토록 오래 운영한 데는 한지숙 대표의 공이 컸다. 2인실, 4인실, 8인실 등 여러 형태의 객실은 늘 청결하게 유지한다. 객실을 나서면 널찍한 마당이 반기고, 야외에 마련한 수영장은 여름이면 손님으로 북적인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아이와 부모는 물론, 조부모까지 3대가 공감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단순히 방을 대여한다기보다 행복한 기억을 선사하고자 했다. 고민 끝에 숙소 앞 약 3300제곱미터(1000여 평) 부지에 에메랄드나무 2600여 그루를 빽빽하게 심었다. ‘행복한 기억으로의 초대’라는 부제를 단 안면도 미로공원은 2016년 오픈 이후 매일 손님을 맞는다. 길눈이 밝은 사람은 10분 만에 탈출하고, 길눈이 어두운 사람은 1시간 이상 헤매기도 하는데 돌이켜보면 즐거운 추억이 된다. 안면도 이색 체험거리로 입소문이 나 숙박 손님뿐 아니라 관광객도 찾아온다. 최근에는 카페와 테라스, 로컬 푸드 판매장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 사전에 예약하면 한 대표의 남편이 진행하는 낚시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 주 소 : 충남 태안군 고남면 대야로 13-6
- 문 의 : 041-673-4101
- 홈페이지 : www.underwind.co.kr
✔ 초대의 한마디
아침 식사로 설렁탕 혹은 브런치 메뉴를 판매합니다. 하루 전에 신청해 주세요. 숙박 손님에게는 미로공원 입장료를 할인해 드리니 즐거운 경험을 해 보세요.
✔ 인근 추천 관광명소
샛별길 :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 조성한 7가지 태안해변길 중 하나로, 꽃지해변에서 황포항까지 13킬로미터 구간이다. 이 길을 걸으면 안면도의 자연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
바다와 가까운 한옥에 묵고 싶다면, 한채당 한옥체험관
나라 한(韓), 채색 채(彩), 집 당(堂). 세 개의 한자를 모아 ‘한채당’이라 이름 붙였다. 문자 그대로 한국의 색을 지닌 집이라는 뜻이다. 마당에 들어서자 곡선미를 뽐내는 한옥 기와지붕이 제일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분교 운동장 너머 태안 바다가 바라보인다. 막힌 것 없이 뻥 뚫린 시야는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풍경이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김영기 대표와 한옥 짓는 목수로 일하던 장대희 실장이 손을 잡고 지은 집이다. 한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편히 쉬어 가길 바라는 소망이 곳곳에 스며들었다. 너른 마당을 끼고 생김새가 같은 한옥 세 채가 나란하다. 마루와 누마루, 큰방과 작은방, 화장실과 주방을 갖춘 79제곱미터(24평)의 한옥은 현대식으로 지어 한옥이란 두 글자에서 연상되는 불편함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독립적으로 나뉜 공간은 가족 단위 손님에게 인기다. 2017년부터는 세 채의 한옥 뒤편으로 열 채의 한옥을 더 짓기 시작했다. 한옥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김 대표와 장 실장이 또다시 힘을 합쳐 올가을 열세 채의 한옥 단지를 완성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한옥에서의 하룻밤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 주 소 : 충남 태안군 소원면 송의로 695-9
- 문 의 : 031-792-8000
- 홈페이지 : www.hancorp.co.kr
✔ 초대의 한마디
숙소에서 도보 2분이면 의항해수욕장에 도착합니다. 바닷물에 젖은 옷은 마당에 널어 두면 금세 마릅니다. 태안의 자연에 폭 안긴 한옥에서 아늑한 휴식을 취해 보세요.
✔ 인근 추천 관광명소
신두리 해안사구 : 천연기념물 제431호. 바닷바람에 날린 해안 모래가 오랜 세월에 걸쳐 언덕을 이뤘다. 탐방로를 걸으면 모래언덕은 물론, 사구의 식생도 살필 수 있다.
바다 곁 동화 마을을 꿈꾼다면, 피노키오펜션
10년 전 태안으로 내려온 부부는 만리포해수욕장 앞에 터를 잡고, 최고의 목재를 고르고 골라 펜션을 지었다. 피노키오가 사는 숲속의 나무 집을 꿈꾸며 ‘피노키오펜션’이라 이름 지었다. 펜션 중심부에 자리한 피노키오 동상은 이곳의 마스코트로 그동안 수없이 많은 손님을 맞았다. 부부가 부지런히 쓸고 닦은 객실은 언제나 정갈하고, 틈 날 때마다 가꾼 정원에서는 정성이 느껴진다. 부부의 성실함을 보고 자란 아들이 지난해 펜션을 물려받아 ‘피노카페’와 ‘키오펜션’으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해수욕장에서 도보로 1분이면 도착하는 이점을 살려 펜션 안내실을 바다 전망의 피노카페로 꾸몄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곳만의 특별한 메뉴 ‘태안슈페너’도 개발했다. 아메리카노에 생크림을 얹는 커피인 아인슈페너를 응용한 것으로, 태안 특산물인 감태와 녹차를 넣어 색다른 맛이 난다. 변신에 성공한 피노카페에 이어 펜션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 9개의 객실은 그대로 살리고, 남는 공간에 야외 수영장을 만들 예정이다. 바다에서 놀기 힘든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손님을 위한 배려다.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채워 겨울 바다의 아쉬움을 달래려 한다. 바다의 낭만이 가득한 숙소다.
- 주 소 :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2길 184
- 문 의 : 041-672-3824
- 홈페이지 : www.pinocchiopension.com
✔ 초대의 한마디
조식으로는 토스트처럼 간단한 메뉴는 무료로, 한식은 유료로 드립니다. 밤에는 야외에 마련한 바비큐장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비큐 파티를 즐겨 보세요.
✔ 인근 추천 관광명소
천리포수목원 : 1979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민병갈 설립자가 천리포 해변에 평생 가꾼 수목원으로, 현재 1만 60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서식한다.
글 : 진주영 / 사진 : 신규철
출처 : KTX매거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