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그림] 아이스크림 구름
출처 경향신문 :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9112016005
김상민 기자
종이에 아크릴(53×78㎝)
퇴근길 지하철 한강다리를 건널 때면 잠깐 하늘이 보입니다. 오늘따라 도시의 석양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붉은 노을 속 예쁜 아이스크림 구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하철 안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마다 오래간만에 보는 예쁜 도시의 하늘을 간직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각자의 온라인 방에는 자기만의 예쁜 하늘이 올라와 있을 것입니다. 나도 행여 녹아 사라져 버릴까 봐 얼른 아이스크림 구름을 사진에 담아 내 방 맨 앞에 걸어 두고 봅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빛명상
토종 아이스크림, 눈의 맛
눈이 내린다.
새해 첫날 하이얀 눈이 내린다.
어린 시절 생각난다.
마루에 앉아
쏟아져 내리는 눈들을 보고
저것들이 모두
쌀가루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하느님 저 눈이
쌀가루였더라면
배고파 허덕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할꼬 하고
강아지처럼 눈밭에
쌀가루 밭에 뒹굴뒹굴
구를 텐데…….
그래도 그 시절에는
장독 위에 소복이 쌓인
눈 한 움큼 쥐고 야금야금 먹었지
토종 무공해 아이스크림
후련함도, 풍만감도
있었지만
이젠 그 즐거움도 없어졌다.
내려올 때 하얗던 눈을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얼룩 반점이
얼룩송아지처럼 많이 박혀 있다.
그래도 그 시절이 생각나
나무 둥치에 앉은 눈을 조금 맛본다.
눈조차 옛날 맛은 사라져 버렸다.
초광력超光力을 넣으면
그때의 후렴이 다시 올까?
언뜻 떠올라
하늘을 우러르니 긍정을 받는다.
야아! 이 맛…….
솜사탕 같다고 꼬마가
생글거리며 먹는다.
출처 : 빛(VIIT)으로 오는 우주의 힘 초광력超光力
1996.6.30. 초판 1쇄 P. 103~104
감사합니다.
아이스크림 구름, 눈의 맛...모든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며 보았던 그 시절 생각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