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개막 미사 강론
(2021.5.24.월. 15:00 명동대성당)
(제1독서: 창세 3,9-15.20 / 복음: 요한 19,25-34)
한국 천주교회는 프란치스코 성하께서 2015년 반포하신 생태 환경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 5주년 특별기념의 해를 맞이하여 2020년 5월 16일 ‘기후 위기, 지금 당장 나서야 합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회칙 ‘찬미받으소서 특별기념의 해’를 마치며, 하나뿐인 공동의 집, 지속가능한 지구 살리기 7년 여정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작년 가을 정기총회를 마치며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아울러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의 지침에 따라 주교회의 차원에서 13쪽에 달하는 ‘특별사목교서’를 반포하며 그 안에 가정, 본당, 교구, 모든 계층을 망라하는 사회공동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지구의 기후위기와 생태계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명료하게 제시하였습니다.
시편 제19(18)편에는 아주 아름다운 시어로 하느님께 찬미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이야기하고 창공은 그분 손의 솜씨를 알리네.” 또한 다니엘서의 찬가(3,57-88)는 모든 피조물을 통해 찬양을 받으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경이롭게 전하고 있습니다. “해와 달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 하늘의 별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 밤과 낮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 바다와 강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 하늘의 새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이 아름다운 찬양의 노래를 우리는 성무일도 안에서 바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지구촌은 극심한 생태계 파괴의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전지구촌 가족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며 매우 불편하고 고통스럽게 생활해야 하는 유사 이래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전세계 확진자 1억 7천만 명, 사망자 340만 명에 달하며, 우리나라도 확진자 13만여 명, 사망자 1900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거리두기와 방역지침의 끈을 조금도 늦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 자리에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코로나19는 지구의 신음소리에 귀기울이고, 환경과 생명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준엄한 경고입니다. 수많은 피조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물질과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숭상한 결과가 코로나19 사태로 나타난 것입니다.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삶과 가치의 우선순위를 식별할 수 있는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160항)라고 질문하십니다. 생태계의 위기 속에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49항)을 생각하며 당장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십니다. 우리는 이렇게 파괴된 세상을 후대에 물려줄 수 없습니다. 하나뿐인 지구, 공동의 집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태영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주일학교와 소공동체, 레지오 마리애, 모든 교회활동단체 교육에 이런 주제들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교회건물 건축에도 태양, 바람, 수력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기술이 접목되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모든 행사에 플라스틱 제품, 화학제품, 그 밖의 1회용품을 되도록 줄이고,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여 소비지향적인 문화를 개선하며, 가진 바를 이웃과 나누는 성체성사의 신비를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하면 지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탄력성을 상실한 채 지구 생태계는 파멸로 가고 맙니다. 세계적 기후 분석 기관인 ‘기후 행동 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우리나라를 4대 ‘기후 최악 국가’로 분류하였습니다. 바로 기후변화에 무책임하고 나태한 국가라는 의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온실효과를 증폭시키는 화석연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7위이고, OECD 국가 중 그 배출증가율이 가장 높습니다.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친환경 뉴딜 정책에는 기후 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획기적인 전망은 보이지 않고, 디지털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효율을 통한 생산성 향상만이 열거되어 안타깝습니다. 이제는 더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성장과 생산, 소비만을 추구해서는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제 더는 뒤로 물러설 수도 없습니다. 오염된 땅과 공기, 물, 바다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이렇게 오염된 산하를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경제성장이 더디게 가더라도 행복하고 건강한 자연환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아시아의 부탄왕국은 인구 80만 명, 땅 면적 3만 8천 평방킬로미터, 일인당 국민소득은 최빈국 수준인 2,300달러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입니다. 한해 방문가능한 관광객수는 7,500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바로 자연환경 훼손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오늘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성모님을 “모든 피조물의 모후”(241항)로 부릅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예수님을 돌보신 성모 마리아께서 이제 이 상처 입은 세상을 모성애로 함께 아파하며 돌보십니다. 성모님께서는, 꿰찔린 마음으로 예수님의 죽음을 애통해하신 것처럼 핍박받는 가난한 이들과 인간의 힘으로 황폐해진 이 세상의 피조물 때문에 지금도 슬퍼하고 계십니다”(241항).
우리는 모든 창조주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과 함께, 가난한 이들과 모든 피조물에게 우리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전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전 세계 가톨릭 교회와 함께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시작하며, 공동의 집 안에 있는 지구촌의 모든 피조물과 함께 생태적 회심을 다짐하며 주님의 도움을 청합시다. 아멘.
피조물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2021년 5월 24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10565?gb=K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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