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광주에서 첫차로 부산에 도착 잠시 어르신 일정에 동행하고 오후1시부터 시작하는 행사에 참석 6시 30분경에 끝나는 일정이였다. 뒤풀이에선 밤 12시까지 어르신과 선배들의 당시 여러 활동을 들을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다음날 31일 나 자신과의 약속인 경주에 첫차로 갔다 와 시간에 쫓겼기 때문에 택시로 30여분 걸린다하여 노포동 터미널에서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비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전철을 타라고 했나보다. 그런데 민주공원으로 가는 길이 퍽 인상적이었다. 거의 꼭대기까지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 그 넓고 높은 산을 이렇게까지 훼손되다니 개발이라는 것은 생태계 파손의 주범으로 느껴졌다. 부산 전체를 둘러보지 못했지만 온전히 그대로 울창한 산이었다면 부산의 풍광이 더 멋지고 풍성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토요일 낮 12시, 부산 민주공원에서 부산민가협 어머니들(부마항쟁관련)과 광주 오월어머니들의 만남이 있었다. 이 만남은 광주 오월 어머니 집 1년 행사계획에 포함된 역사탐방 일환으로 이곳 민주공원에 연락 주선하여 이뤄진 것이었다. 심지어는 몸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오신 어머니도 계셨다. 서로들 얼싸안으며 반가워하신다. 양쪽 어머니들의 개인 소개가 끝나고 민주공원에 있는 기념관의 1~3층의 모든 자료들을 지팡이를 짚고 불편하신 몸을 한발 한발 힘들게 걸으시고 설명 들으시며 진지하게 보셨다.
그리고 광주 오월어머니들이 정성껏 준비해 오신 점심을 공원 내 식당에서 즐겁게 드시면서 서로 궁금한 얘기들을 나누셨다.
특히 이정이 어머니는 지난 2월 국회의사당에서 있었던 폭력행사건 당사자로서 아픈 이야기를 하신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구치소에 6개월간 계시다 나오셨는데 그 구치소에 계실 때 ‘아~ 내 아들도 이곳에서 이런 심한 고통에 시달렸는데 내가 그 자리에 서있다니 너무도 피눈물 나더라’고 말씀을 하시며 눈물을 쏟으셨다.
민주공원에서의 2시간에 걸친 짧은 만남이었지만 마치 오랜 동지처럼 마음들을 서로 끌어안고 북돋워주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더 긴밀하게 자주 보실 것을 제안하며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자 할 때 부산의 어머니께서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부르자고 하셨다.
서로 힘차고 우렁차게 부르고 나서도 아쉬워 ‘투사의 노래’를 3절까지 가슴 절절하게 부르셨다. 그 모습을 보니 마치 80년 이후 끊임없이 싸워온 전사들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봉화를 향해 달려갔다. 부산에서 50분, 봉화마을에 도착했다. 벌써 5개월이 흘렀건만 노대통령을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참배객들로 북적거렸다. 논두렁 한가운데서는 추수 후 잔치마당이 흥겹게 벌어지고 있었다. 먼저 참배를 하고 어머니들이 쉬실 때 몇 사람은 부엉이 바위 위아래와 정토원에 올라갔다 내려오며 그날의 안타까웠던 마음이 또 다시 밀려왔다. 그사이에 권여사님을 뵐려 했으나 너무나 감기가 심해 바람을 쐴 수가 없어 죄송하다며 오월 어머니들에게 미안함을 담은 선물을 주셨다.
처연한 마음을 안고 광주로 돌아오면서 한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모든 일들이 너무도 가슴이 아파 참을 수가 없다. 소리라도 질러야 꽉 막힌 가슴이 풀어질 것 같다‘며 한이 서린 목소리로 아주 크게 노래를 부르셨다. 한 많은 이 세상 ~ 야속한 세상~
계속해서 한이 서린 노래들을 몇 곡 부르시다가 모든 어머니들과 함께 가무로써 스스로의 마음들을 달래셨다. 그 노래들을 들으면서 오는 동안 내내 참으로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아직도 이 사회는 두 어머니들이 가슴 아프게 부른 노래처럼 목숨을 담보하는 투사들을 필요로 하는가? 한없이 참담함을 금할 수 없어 창밖으로 보이는 회색빛 짙은 노을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크게 외쳐본다.
첫댓글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우리는 동서로 갈라져 있지 않지요. 그저 우리는 하나이지요.
어머니들의 거룩함을 어찌 말로 다 하겠습니까? 뜻깊은 두 어머니들의 만남이 계속 이어지길 빕니다. 님, 마음이 아려옵니다. 고맙고 죄송합니다.
유익하고 의미있는 여러 행사를 무사히 마치셨네요 (존경합니다.) ...윗글에서 이정이 어머님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구치소에 6개월간 계시다 나오셨는데 ...' 에,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글썽입니다, 좋은 소식 전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정말 모든 일들이 너무도 가슴이 아프네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분들입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