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아침에
이해인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
이마에 재를 얹어 주는 사제의 목소리도 잿빛으로 가라앉은 재의 수요일 아침
꽃 한 송이 없는 제단 앞에서 눈을 감으면 삶은 하나의 시장기임이 문득 새롭습니다.
죽어 가는 이들운 가까이 지켜보면서도 자기의 죽음은 너무 멀리 있다고만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 나도 숨어 있습니다
아름다움의 발견에 차츰 무디어 가는 내 마음을 위해서도 오늘은 맑게 울어야겠습니다
먼지 낀 마음의 유리창을
오랜만에 닦아 내며 하늘을 바라보는 겸허한 아침
하늘을 자주 바라봄으로써
땅도 사람도 가까워질 수 있음을 새롭게 배웁니다
사랑 없으면 더욱 짐이 되는 일상의 무게와 나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조차
담담히 받아들이는 일
이 또한 기도의 시작임을 깨닫는 재의 수요일 아침입니다
사계절의 기도 298~299
카페 게시글
수녀님 시 & 글
재의 수요일 아침에
바다의 별
추천 0
조회 64
25.03.05 19:24
댓글 5
다음검색
첫댓글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읽히는 시가 또 있을까요?
재의 수요일 아침을
지나면서..,
이마에, 머리에 재를 얹고 어제하루 겸손하게 나를 다둑인하루였습니다.
흙으로 돌아가는것처럼 나를 버리는 일에 조금의 걸음마를 합니다
사람들의 무관심조차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일
앞과 뒤 옆을 자꾸 되돌아보게 하네요...
수도자란게..이런 기쁨이구나 ~~
저 역시 이마에 재를 얹고 잠시동안만이라도 흐트러진 일상안에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습니다!
바쁜 일과 속에서 늘 마음 다잡는 사순시기 보내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