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까진 아닙니다만 영화에 대해 정보 없이 관람하길 원하는 분들에겐 예민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혹여나 영화의 내용에 대해 민감하신 분들에겐 읽지 않으시는 것을 권합니다 :-)
타란티노의 뜨끈한 신작, 장고를 시사회로, 그것도 디카프리오가 오는! 시사회로 보았습니다.
행복한 기회 만들어주신 익스트림 무비에 감사드립니다 +_+)b
두 말 할 필요없는 뜨거운 신작, 타란티노의 새 영화죠.
비슷한 취향의 행보를 걷는 로드리게즈가 다소 굴곡이 있는 연출력을 보여주고 계신데 반해
타란티노는 그야말로 실패란 걸 모르는 커리어 같습니다. 물론 흥행과 항상 함께 하는 건 아니지만요.
전에 두기봉을 언급하며 장르영화를 만들다보니 장인의 경지에 오른 작가감독. 이란 식의 표현을 썼습니다.
박찬욱은 B급장르영화를 뿌리로 한 극도의 취향미를 섞어 탐미주의적인 길을 걷는 작가감독이죠.
타란티노는 참 재미있는게 B급장르를 뿌리로 한 쾌락주의식 접근을 유지하되 연출의 방법은 그 어떤 장인에게도
뒤지지 않는 힘을 보여줍니다. 아직까지는 박찬욱이나 두기봉보다 타란티노의 신작을 더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이 양반, 킬빌때부터 장르영화의 극단을 탐험하는 것 같더니 그게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행보가 되었습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선 나치군복이 아주 예쁘게 나오는 2차 세계대전 영화를 찍더니
킬빌 2부에서 살짝 보여줬던 서부의 세계로 본격 뛰어들었네요. 그것도 장고! 란 이름으로 말이죠.
영화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장고라는 흑인 노예가 있어요. 사랑하는 아내와 도망치려다 붙잡혀 고문을 당하고
팔려나가는 참인데 어디선가 구세주가 나타나 그를 구해줍니다. 그의 이름은 닥터 킹 슐츠
독일 출신의 현상금 사냥꾼인 그는 알짜배기 도망자를 잡기 위해 그들의 얼굴을 알고 있는
아무 흑인 노예가 필요했던거죠. 어쨌거나 노예제도를 혐오하고 나름의 정의감을 가진
킹 슐츠 덕에 장고는 자유라는 새 이름과 신분을 얻게 되고 다시 아내를 되찾기 위해
그녀의 새 주인 칼빈 캔디에게 접근하지요. 아이쿠 그런데 이녀석, 정말 상변태의 악당이네요.
시놉조차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이 영화는
극단적인 줌인과 카메라 워킹, 단순한 플롯이겠거니 마음을 놓으면 뒤통수를 치는 전개와
재기넘치는 각본, 그리고 그 위에서 춤을 추는 명배우들의 열연으로 만들어진 수작입니다.
그렇다고 세상의 어떤 영화나 그렇듯 누구나 항상 만족할 영화는 아니겠죠.
일단 좀 길어요. 165분의 이 영화는 장고의 상태에 따라 두토막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장고 프리맨이 직업인으로 수련되는 전반부가 1부, 그리고 드디어 적진에 뛰어 들어가
본격적인 아내 구출작전이 벌어지는 후반부가 2부라고 생각됩니다. 아주 당연하게도
후반부가 더 재미있고, 서부장르에 대해 그닥 매력을 못 느끼거나 타란티노의 오래된 영화취향에서
비롯되는 전개에 익숙치 않은 관객은 그 길고 긴 클라이막스가 펼쳐지기전에 시계를 보거나
하품할 수 있어요. 그리고 박찬욱영화정도는 아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타란티노 영화는
취향을 탄다는 걸 잊으면 안 되겠죠. 쾌락의 극단으로 안내하는 그의 초청장엔 피가 묻어있습니다.
누군가에겐 필요 이상으로 잔혹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죠. 뭐, 그의 영화치곤 얌전한 신작이지만.
하지만 후반부 칼빈 캔디의 저택 캔디랜드로 입성하면서부턴 정말 지옥에서 시작해
천국으로 끝나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기분이 듭니다. 바스터즈에서도 굉장히 돋보였던
'식탁씬'의 뒤를 잇는 '새로운 식탁씬'은 정말 좋지 않나요?
인간을 부리는 자신의 위치에 대한 순수한 나르시즘에 젖은 변태악당을 연기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왜 이양반에게 이제서야 악역을 맡긴 것인가. 하는 한탄이 나올 정도로
사악하고 멋진, 그의 다음 대사를 기대하게 만드는 악역을 보여줍니다. 일단 잘 생겼으니까 뭐..
그의 오른팔이자 씨XX인 충실한 집사 스티븐의 사무엘 잭슨은 또 어떤가요? 저는 시상식들이
이 멋진 연기를 왜 외면했는지 의아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는 올해 본 영화 속 악당 중
가장 한대 후리고 싶은 악당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각본과 연기를 차지한 행복한 연기자였어요.
장고라는 영화의 주연 아닌 주연이자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극을 이끌어온 슐츠와 그들이
한 장면 안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것 만으로도 너무 행복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피 터지는
총격씬. 네 맞습니다. 이 영화는 익스트림 무비에요.
다소 안타까운게 있다면 윌 스미스가 거절했다는 타이틀 롤 장고는 사실 이 영화에서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게 배우의 매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단 각본상의 함정에 가깝단 거죠.
독일억양의 천연덕스러운 사짜기질의 현상금 사냥꾼과 쭉 같이 다니다가
초미남 변태 악당과 그의 수발을 드는 에이급 변절자와 맞서고 있으니 사랑을 찾아 도망쳐온
흑인 노예출신의 총잡이는 어디서 끼어들어야 하죠? 다른 배우들이 따발총 같은 대사로 매력을 과시할 때
그는 엉덩이 근처의 총을 만지작 할 뿐입니다. 물론 섹시하긴 하죠. 그리고 크고 아름다운.. 하지만
다소 심심한 건 사실이잖아요.
쾌락의 극단을 오가는 타란티노의 이 행보가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겠어요.
그 능력의 끝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타석에 오를 때마다 홈런을 치는 타자가 느낄 스트레스가 걱정되는거죠.
그가 또 여행을 떠날 장르가 남아있겠죠? 쾌락적 장르영화를 만들면서 깐느에서 탐을 내는 작가감독이라니
그의 취향과 능력이 부럽고 또 즐거울 따름입니다. 얼른 또 새 영화 만들어 주시길 :-)
+ KKK단 유머는 근래 극장에서 제일 크게 웃게 만들었던거 같아요.
+A열에서 봤는데 디카프리오를 실물로 보는 순간... 역시 사내에겐 흥분되지 않는구나.란 걸 깨달았네요.
첫댓글 기대중입니다 장고 ㅋ
캔디랜드는 달콤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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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나 남았었군요. 재미 있을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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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는 정말 선곡의 신급이 된 걸까요. 보는 내내 귀가 즐거웠습니다.
저도 시사회 보고 왔는데, 기대에 부흥하는 정말 재밌는 영화였어요~!!
네 재미있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