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디로 가면 눈을 만날 수 있을까?
겨울 백패킹 장소를 정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이다.
맛있는 게 먹고 싶을 때 단골 맛집에 가듯,
‘설경 맛집’은 강원도 정선의 운탄고도다.
운탄고도는
만항재에서 40㎞ 떨어진 함백역까지
석탄을 실어 나르던
해발 1,000m 산비탈의 임도였다.
1980년대까지 석탄가루 흩날리며
산업화를 이끈 이 장대한 산중도로는
‘석탄을 나르던 옛길運炭古道’에서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옛길雲坦古道로 변모하며
지금의 청정한 ‘하늘길’로 탈바꿈했다.
눈이 내린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눈이 없어도 낙엽송으로 이어지는
호젓한 운탄고도는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장거리 단골 산행 파트너인 김혜연과
모처럼 3일의 휴가를 맞춰 코스를 정했다.
둘 다 뚜벅이 신세라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쉬운 곳을
들머리로 정했다.
첫날은 도사곡휴양림에서 시작해
화절령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걷고,
이후에는 화절령에서 운탄고도를 따라
걷고 싶은 만큼 걷기로 했다.
화절령은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과
정선군 사북읍의 경계에 위치한
백운산 자락에 있는 고개로
봄철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해
길 가는 나그네와
나무꾼들이 한 아름 꺾어갔다 하여
꽃꺾이재, 화절치花切峙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배낭은 평소보다 간소하게 채웠다.
도사곡에서 화절령까지
일부 구간은 오지이기에
산중에서 숙영할 것을 대비해
텐트 한 동과 발열도시락을 식사로 준비했다.
눈이 왔다는 소식은 없었지만
눈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버스에 올랐다.
고한터미널에 내리자
싸늘한 공기에 순간 몸이 경직됐다.
요 며칠 푸근했던 서울 날씨에 방심했다.
배낭에서 얇은 우모복을 꺼내 입었다.
터미널 근처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도사곡휴양림으로 이동했다.
중천에서 내리쬐는 푸근한 햇살에
재킷을 벗어 넣었지만,
하늘로 곧게 뻗은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했다.
물소리를 따라 이어진 길은
점점 계곡에서 멀어졌다.
경사가 심해지자,
만물이 겨울잠에 빠진 듯 고요했다.
간혹 거친 숨소리와
이따금씩 돌멩이에 부딪치는
스틱 소리만 정적을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