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6시가 안 됐다.
부근에 삼무공원에 가려던 마음을 포기한다.
지난 밤 술에 취하고 방에 와서도 한 잔 더하고 채종원님과 헛소리를 길게 한 것이 후회된다.
같이 잔 땅벌이 산에 갈 수있다기에 큰 등산화를 신고 차에 오른다.
동양이 영실에서 산에 갈 사람 손들라하니 8명이란다.
영실로 오르는 산길 주변에 눈이 가득하다.
차를 덜컹이다가 다시 힘을 내 오른다.
주차장에 내려 어수선하게 산 가는 이들이 아이젠을 차고 눈 사이의
까만 아스팔트를 올라간다. 모두 11명이다.
가기로 한 햇빛이 안 보여 기다린다. 속이 좋지 않다고 한다. 어제 과음한 듯 차에서 토하기도 했다.
걱정하며 기다려 같이 올라간다. 난 얼음 위에서 털썩 넘어진다. 왼쪽 무릎이 얼얼하다.
탐방로 입구에 가니 그는 의자를 놓고 앉아 뒤에 가겠다고 한다.
40분이 걸려 2.5km 걸어왔다.
용감한 공부방님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땅벌은 친구 가족과 오르겠다고 뒤에서 아이젠을 챙긴다.
아이젠 없으면 못 간다고 여러번 방송이 나오는데 귀가 얼얼하다.
눈은 수북한데 나무엔 눈이 없다. 붉은 소나무 기둥 사이로 오른다.
가파른 길은 아에 계단이 안 보인다.
숲 들어가지 말라는 통제선은 눈 속에 묻혀 있다.
30분쯤 올랐을까, 병풍바위 조망이 열리는 데크다.
윗쪽 소나무 아래서 건너 검은 바위를 덮은 하얀 눈을 보다가 맥주 한잔 먹으러 내려간다.
하얀 눈은 깊이를 알 수 없고 앞서가는 이를 추월하기도 힘들다.
녹은 계단에 서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능선을 자주 찍으며 또 기다리곤 한다.
11시까지 윗세오름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 택시를 타면 1시까지는 여유가 있을 듯하다.
만약 택시가 안 오면 또 아스팔트를 뛰어야 한다.
어떤 팀은 잘 간다. 땅벌도 박서기관 가족도 햇빛도 안 보인다.
오르막 끝에서 잠깐 쉬고 혼자 오른다.
내려다보는 제주 시내 쪽은 파랗지만 바다는 안 보인다.
공부방님도 어느 사이 안 보인다.
가족 중 한 여성이 앞서가다 더 갈지 머뭇거린다.
어느 새 11시가 넘었다. 걸음이 바쁘다.
상고대 달린 나무 사이를 고게 숙이고 걷다가 너른 평전에 닿으니 이젠
길을 벗어나 눈길을 걷는게 편하다.
햇볕을 받고서도 눈 표면이 반쯤 얼어 빠지지 않는다. 온통 은세계다.
백록담 봉우리가 보이자 힘이 난다. 달리듯 서두른다.
어느 사이 박의 딸 정우가 다가왔다. 그으 ㅣ부모는 보이지 않는다.
늦어도 11시 반에는 윗세에서 되돌아와야한다고 서두르니 그는 쳐지지 않고 잘 따라온다.
11시 반이 다 되어 윗세오름 대피소에 닿는다.
나무 이정표는 글씨가 다 보이지 않고 누군가 파 내어 그나마 세 글자가 보인다.
기다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정우가 금방 왔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땅벌에게서 받아 온 캔맥을 꺼낸다.
정우에게 한 컵 주고 내가 다 마신다.
거품이 일어난 컵을 그가 찍는다. 바쁘다며 뛰듯 돌아온다.
하늘이 파래졌다.
뱍록담 위도 파래져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앞쪽 오름에 사람이 많은데 포기한다.
20여분 부지런히 달려와 숲길 접어들기 전에 정우 아빠가 정우를 부른다.
땅벌 등과 우리 일행이 간식을 먹고 돌아가려는 중이다.
유리병에 남은 삼주를 다 마신다.
삶은 고구마 한개도 뺏어 먹는다.
어느 새 11시 50분이 넘었다.
1시까지 가려면 힘들겠다. 뛰기 시작한다.
올라오는 이와 내려가는 사람들에 막혀 서 있다가 발을 빼내 또 뛴다.
땅벌이 금방 붙는다. 잘 뛴다.
그 사이에도 건너 더 검어진 오백나한상 능선을 보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솔숲을 지나 안내소에 오니 12시 45분이다. 잠깐 쉬며 숨을 고르는데 금방 땅벌이 왔다.
아이젠을 벗더니 땅벌이 뛰기 시작한다.
배낭에 무거운 보온병이 두개나 들어있는데도 그의 달리기는 빠르다.
그가 멀어지는 사이 이제 내 호흡으로 뛰자고 서서히 늦춘다.
말만 하면서 마라톤 한 지가 오래 되었다.
배낭이 작지만 덜컥이면서 무게를 느끼게 한다.
눈은 오를 때보다 녹고 물도 흘러 미끄러지지 않아 다행이다.
고개를 숙이고 10여분 뛰었을까, 땅벌이 걸어간다.
주차장 가까이 오니 뚜벅이와 여수 등이 걸어올라오고 있다.
11시 10분을 지나고 있다.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미안하다고 고개 숙이고
동양이 준 맥주를 자리에 앉아 마신다.
많이 기다릴 줄 알았는데 정우 가족도 금방 도착했다.
1시 20분쯤 차는 점심 먹으러 제주 시내로 즐어간다.
한라산 해장국은 전복이 두개나 있어 국물이 시원하다.
특산물 사러 들르는 곳에서 젖갈 두개를 산다.
동문 시장에 가자하여 모두 들어가 비행기 시간을 기다린다.
비행기는 눈 때문에 50분 정도 연착된다고 한다.
땅벌이 고등어회가 맛있다고 그것에 소주한잔 하자고 해 그가 주문한 사이
난 시장 밖 편의점에 가 두병을 사온다.
먹을 곳을 찾아 가는데 동양 등도 안주를 떠 오고 소주대포를 꺼내 붙어 술을 마신다.
공항에 내려 가져가라던 오메기떡을 놓쳐 동양에게 전화하니 내렸다고 한다.
시간 여유가 있어 면세점을 돌다가 싸구려 양주 두병을 산다.
바보 선물이다. 떡이나 젖갈은 안 좋아해도 술은 좋아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