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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고독사
심은섭
방 안쪽에서도 문을 잠글 수 없는 닭장 같은 방에
늘 홀로 강물처럼 흘러가던 그가
해안으로 떠내려 온 나목처럼 누워있다
제 이름조차 쓰지 못하던 저 손가락,
햇볕 한번 쫴보지 못한 발바닥은 빙하의 계곡보다
군살이 더 두꺼워 보인다
갈비뼈는 용암이 흐르다 굳은 것처럼 주름져 있다
괘종시계가 다섯 번의 초혼을 부르는 오후
서늘한 광목천으로 덮인 그에게
낯선 쉬파리 몇 마리만 문상객으로 찾아왔다
방바닥에 납작 엎드려 두 손이 닳도록 비비며
극락왕생을 빌던 그들마저 돌아갔다
땀에 늘 젖어있던 몸, 말려보지 못하고 떠난 사내
전세계약서에 도장 한 번 찍어보지 못했을, 그리고
지상에 제 발자국 하나 제대로 남겨보지 못한 채
목관 속에 몸을 눕혔다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어둠을 풀어내던 하현달이
납빛 얼굴로 바라볼 뿐,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몸,
마지막 숨을 들일 킬 때까지
혼밥하던 식탁 위의 숟가락, 유난히 차가워 보인다
비가 무엇을 알고 있다는 듯이
온종일 내린다
공사장에서 흘리던 그의 땀줄기처럼 비가 내린다
-출처 : 2023년 계간지 『시와 편견』 가을호(Vol. 27호)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고독사
심은섭
방 안쪽에서도 문을 잠글 수 없는 닭장 같은 방에
늘 홀로 강물처럼 흘러가던 그가
해안으로 떠내려 온 나목처럼 누워있다
제 이름조차 쓰지 못하던 저 손가락,
햇볕 한번 쫴보지 못한 발바닥은 빙하의 계곡보다
군살이 더 두꺼워 보인다
갈비뼈는 용암이 흐르다 굳은 것처럼 주름져 있다
괘종시계가 다섯 번의 초혼을 부르는 오후
서늘한 광목천으로 덮인 그에게
낯선 쉬파리 몇 마리만 문상객으로 찾아왔다
방바닥에 납작 엎드려 두 손이 닳도록 비비며
극락왕생을 빌던 그들마저 돌아갔다.
땀에 늘 젖어있던 몸, 말려보지 못하고 떠난 사내
전세계약서에 도장 한 번 찍어보지 못했을, 그리고
지상에 제 발자국 하나 제대로 남겨보지 못한 채
목관 속에 몸을 눕혔다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어둠을 풀어내던 하현달이
납빛 얼굴로 바라볼 뿐,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몸,
마지막 숨을 들일 킬 때까지
혼밥하던 식탁 위의 숟가락, 유난히 차가워 보인다
비가 무엇을 알고 있다는 듯이
온종일 내린다
공사장에서 흘리던 그의 땀줄기처럼 비가 내린다
-출처 : 2023년 계간지 『시와 편견』 가을호(Vol. 27호)
[한국어 번역 작품]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고독사
심은섭
방 안쪽에서도 문을 잠글 수 없는 닭장 같은 방에
늘 홀로 강물처럼 흘러가던 그가
해안으로 떠내려 온 나목처럼 누워있다
제 이름조차 쓰지 못하던 저 손가락,
햇볕 한번 쫴보지 못한 발바닥은 빙하의 계곡보다
군살이 더 두꺼워 보인다
갈비뼈는 용암이 흐르다 굳은 것처럼 주름져 있다
괘종시계가 다섯 번의 초혼을 부르는 오후
서늘한 광목천으로 덮인 그에게
낯선 쉬파리 몇 마리만 문상객으로 찾아왔다
방바닥에 납작 엎드려 두 손이 닳도록 비비며
극락왕생을 빌던 그들마저 돌아갔다.
땀에 늘 젖어있던 몸, 말려보지 못하고 떠난 사내
전세계약서에 도장 한 번 찍어보지 못했을, 그리고
지상에 제 발자국 하나 제대로 남겨보지 못한 채
목관 속에 몸을 눕혔다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어둠을 풀어내던 하현달이
납빛 얼굴로 바라볼 뿐,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몸,
마지막 숨을 들일 킬 때까지
혼밥하던 식탁 위의 숟가락, 유난히 차가워 보인다
비가 무엇을 알고 있다는 듯이
온종일 내린다
공사장에서 흘리던 그의 땀줄기처럼 비가 내린다
[요약 ]
심은섭 시인은 124년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시인협회(Société des Poètes Français)가 발행하는 2026년 계간지 『라 아고라(L'Agora)』에 프랑스어로 번역한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고독사」가 초대시로 실렸다.
프랑스시인협회의 출발점은 190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쉴리 프뤼돔(Sully Prudhomme, 1839~1907)이 생전에 활동하던 문학단체로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02년에 설립되었다.
첫댓글 교수님!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고독사 ' 124년 역사 프랑스 시인협회 작품 게재를 축하 드립니다.
교수님
축하드립니다
심은섭 교수님의 시!
「아무도 슬퍼하지 않은 고독사」가 124년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시인협회 시 전문지 『L'Agora』에 게재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현대 사회의 가장 어둡고 아픈 단면인 '고독사'라는 중범한 주제를 깊이 있는 시적 통찰과 감성으로 승화시킨 이번 작품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인들의 거대한 공감과 울림을 이끌어냈습니다.
한국적 서정과 인류 보편의 실존적 고뇌를 잇는 교수님의 뛰어난 시적 역량이 세계 문학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도 높이 인정받은 쾌거입니다.
대단하십니다, 교수님!
축하드립니다.
뭉게구름에게도 국경이 없듯이 인간의 고독사 문제 또한 국경을 초월한 채 세계적인 문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때에 고독사 문제를 우리 사회에 고발하는. 심은섭 교수님의 시작품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고독사’가 국경을 초월하여 프랑스 현대시인협회가 발행하는 계간지 ‘라 아고라(L′Agora)’ 게재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것은 한국문단과 강원문단의 자랑입니다.
다시 한 번 심은섭 교수님께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