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보이는 삶에 충실하며 마음을 꾹꾹 누르다가 심적포화상태가 되었다. 목에서부터 시작된 염증이 온몸을 돌며 나를 눕혀버렸다. 약도 듣지 않았다
그린 노트를 쓰기 시작하였다. 눈 뜨고 일어나자마자 밤새 부유한 내면 이야기를 건져 종이에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며 보관할 필요 없는 글쓰기다. 끈기있게 몇 달이 지나자 나에게 개입한 신의 현존을 체험하고 첫 치유가 일어났다.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란 성서 말씀을 읽으며 내가 나을 것이라 믿었다. 다음날 아침 염증 딱지가 떨어져 한 스푼 정도 목으로 넘어왔다. 지문이 다 뭉개지고 껍질이 벗겨져 피가 나던 손바닥도 하룻밤 사이에 매끈해지는 기적이 일어나고 심한 위염으로 죽만 먹고 누워 지내던 내가 어디선가 힘이 솟고 뭐든 먹을 수 있어졌다. 호흡 곤란을 앓다가 미사 중에 등 쪽에 불덩어리가 떨어지는 듯 하더니 답답하고 팔딱거리던 가슴이 편안해졌다. 꿈만 같은 일이 내게서 일어나며 치유의 대장정을 마쳤다. 몸과 마음이 리셋되었다. 나는 하늘 헤엄치기를 멈추고 하느님의 도구인 풍경이 되어 삶이 아프고 부족하고 힘든 곳에 내 시간을 쓰기 시작하였다. 영적 역동이 일어나면 어떻게 실생활에 힘을 실어주는지를 알렸다. 사랑에 구속 당하여 미소하게나마 세상에 맑은 울림이 되고 싶은 심정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