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밀양지사 앞에서 집회를 마치고 조금전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전화해보니 언니도 돌아왔는데 마을 어른 한 분이 여든 명 주민들 점심을 샀답니다.
둘째 시간 마치고 외출 결재 받고 한전 앞으로 갔더니
벌써 마을 어르신들은 머리띠 매고
줄 맞춰 떡 하니 앉아있습니다. 구자행 어머니도 계십니다.
이 추운 날 한전 마당에 앉아 있는 어른들 보니
어찌 그리 불쌍하고 안되 보이는지.
둘레에 펼침막이 두 장 쨍쨍하게 서 있습니다.
‘송전탑 건설 반대 여수주민 결의대회!’
“초고압 송전탑이 여수마을 다 죽인다!‘
저 앞에는 전경들 한 서른 명쯤 서 있고
둘레 둘레에 경찰서 형사, 면사무소 직원, 시청 직원, 카메라 든 알 수 없는 사람 몇.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습니다.
사회를 맡은 시민연대 서영일 선생님 지휘대로
팔도 흔들고 구호도 외치는데 어쩐지 힘이 없고 다들 뻘쭘합니다.
처음 해보는 집회라 그런지
아니면 둘레 눈을 의식해서인지
다들 기가 죽어있는 눈치입니다.
소주 한 잔씩 하고 시작하기로 했는데 아직 안 했나?
여수마을 풍물패도 신이 별로 안 납니다.
제 마음이 영 안타깝습니다.
같이 장단도 맞춰주고 소리도 질러주고 그래야 흥이 나는데.
어제 주민회의 때 설명해드릴 때는 다들 잘 할 것처럼 했는데.
어쨌든 결의대회는 시작하고
밀양 사는 시인 이응인 선생님이 한 말씀 해주기 위해 오시고
경남도민일보 기자도 오고
카메라는 안 가지고 왔지만 mbc기자도 오고
조금씩 분위기가 익어갔습니다.
동장님이 생각 밖으로 결의문을 결의에 가득 차 힘차게 외쳐서 좋았습니다.
저보고도 나와서 한 마디 하라는데
막상 앞에 서서 머리띠 맨 촌 할배 할매들 보니
목이 탁 메이는게
준비한 말은 하나도 생각 안 나고
말이 안 나오는게
무슨 말 했는지도 모르게 버벅거리다가 들어왔습니다.
이 바보 쪼다같으니!
근처 문방구 뛰어가 결의문 몇 장 복사해오니
결의대회 다 끝나가고
대표 몇 사람 한전 밀양지사장과 면담하러 들어갔습니다.
저보고도 같이 가자해서 들어가
우리 뜻을 본사에 전해줄 것을 요청하고
문서로 한 장 받을 동안
저는 학교 들어올 시간이라 먼저 나와 인사하고 학교 왔습니다.
전화로 언니한테 들으니
오며가며 버스 속에서, 또 점심 먹으며 분위기가 아주 좋았답니다.
차 안에서 할매들이 대학생들 하는 데모도 다 해보고, 출세했다며 막 웃고
건동아지매는 벌써 술이 취해서 다리에 힘 풀린 채 웃고 좋아하고 그랬답니다.
또
대표들이 지사장 면담하는 사이에
주민들이 자유롭게 앞에 나와 마이크 잡고 한 마디씩 했는데
먼산 성님도 앞에 나가서
여수마을 어르신들 모두 데모 체질인지 정말 잘하신다 한 마디 하고
종관이 아버지도 전기 다 반납할 각오하고 싸우자 한 마디 했답니다.
주민들 모두 호응이 좋았답니다.
한 집에 한 사람 나오면 많이 나온거라 예상했는데
할매들 깨밭 가는 것도 하루 빠자묵고 거의 다 나와서 여든 명이나 됐습니다.
정보과 형사도 여수마을에 이래 사람이 많았나 하고 놀라는 걸 봤습니다.
추운 날에 우짜는지 마음이 많이 쓰이더만 그래도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 다 뜻을 모아 행동으로 보여주니 뿌듯하다. 언니 니가 앞서는 것보다는 동장님이 나서서 결의문 읽는 모습도 훨씬 좋고. 이런 일로 마을 주민들끼리 갈라져서 서로 말도 안 하기도 한다는데 여수동 사람들은 이래 뭉치니 참 좋다. 한 발 떨어진 태도
나는 와 이래 자꾸 웃음이 나오노? 우리 여수동 할배 할매들 얼굴 몇사람 모르는데 와 여러 얼굴들이 다 떠오르노? 할매 할배들 속에 끼인 먼산 성님도 와 이래 귀엽고 그렇노? ㅎㅎㅎㅎㅎ 이래 평화롭게 시위를 하고 그 뜻이 받아들여지고 하면 세상 참 살기좋을낀데. 그거는 딴 세상가야 되는 일인강.
첫댓글 추운 날씨에 애 많이 쓰셨네. 차가운 맨 바닥에 앉았을 어르신들 감기 드실라. 먼 데 있단 핑계로 가보지도 못하고..... 욕봤어요.
추운 날에 우짜는지 마음이 많이 쓰이더만 그래도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 다 뜻을 모아 행동으로 보여주니 뿌듯하다. 언니 니가 앞서는 것보다는 동장님이 나서서 결의문 읽는 모습도 훨씬 좋고. 이런 일로 마을 주민들끼리 갈라져서 서로 말도 안 하기도 한다는데 여수동 사람들은 이래 뭉치니 참 좋다. 한 발 떨어진 태도
로 말하제. 미안. 그래도 우리 여수동 사람들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렇게 일을 나서서 하는 소눈 니도 자랑스럽고, 이렇게 일머리를 틀어주고 뒤에서 조용히 앞장서서 일하는 이상석샘도 참 고맙고 자랑스럽다.
우와! 처음에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다가 끝으로 갈수록 힘이 솟고 주먹이 불끈 지어지네요! 먼산 성님께서 여수 마을 어르신들 모두 데모 체질인지 정말 잘하신다 말씀하신 것, 정보과 형사들이 여수마을에 이래 사람이 많았나 놀랬다는 것. 읽으니 참 좋아요!
나는 와 이래 자꾸 웃음이 나오노? 우리 여수동 할배 할매들 얼굴 몇사람 모르는데 와 여러 얼굴들이 다 떠오르노? 할매 할배들 속에 끼인 먼산 성님도 와 이래 귀엽고 그렇노? ㅎㅎㅎㅎㅎ 이래 평화롭게 시위를 하고 그 뜻이 받아들여지고 하면 세상 참 살기좋을낀데. 그거는 딴 세상가야 되는 일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