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진단서를 떼러 갔다가 엑스레이 설비가 부족하여 못찍었던 나쁜 기억이 있었지만, 다시 발을 들이 밀었다.
엑스레이 기계가 새로 들어와서였는지, 엑스레이를 무사히 찍고...
윗층에서 대변검사를 하기 위해 올라갔다.
허나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설명을 듣고 화장실을 가는데... '장애인화장실'이라는 곳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문이 닫이질 않는다. 애석하다. 변기를 비롯 모든 곳에 두꺼운 먼지가 깔려있고, 화장지는 물론 휴지통도 없다.
문이 안닫히는 까닭으로 돌아가자니 여기까지온 시간이 너무 아깝다. 어떻게 꾸역 꾸역 밀어 넣는다. '안열리면 어쩌지? 아냐, 머리좀 잘 굴려서 천천히 해보자!' 결국 거꾸로 들어가고 어찌어찌 하니 간신히 문은 닫힌다. 황당한 사태를 여러번 당하다 보니 이래저래 요령이 생겼다.
묘기하듯이 휠체어를 비켜세우고 변기에 앉아 일을 마쳤다. 입에선 여러번 시*, *같은 하며 욕이 나왔지만 그래도 머 일은 잘 마쳤다.
그래 먼지 쌓이고 휴지 없고... 휴지통조차 없는 화장실... 생각해보니, 누구든 저 문 때문에 이용하기 힘들었을테고, 그러니 그렇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머, 당사자들이 외치지 않는 일에 선듯 나서서 관리하고 챙기는 사람은 흔하지 않은 까닭이다.
어쩄든 책임소재는 보건소에 있는 것이다. 담당자를 불러달라 하니, '이곳은 임대한 것이라... 이건물 담당자에게 말을 전할게요'란다. 어이 없음이다. '말을 전하는 것으론 안되고, 어떻게 고칠 것이며 언제까지 고칠지 내가 확인이 필요하다' 했더니, '그럼 연락처를 알아드릴테니 전화해보실래요?'란다. 일과 역할의 순서를 전혀 모르는 발언이다.
하여 "저는 '보건소의 화장실'을 온 것입니다. 보건소에서 임대든 자가든 화장실의 개보수를 관리하여야 하는 것이고, 혹 건물주가 들어주지 않을 때는 클레임을 걸든지 해야하는 것이지요. 민원자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것은 경우가 아닙니다." 라고 훈계한다.
이해를 했는지 건물관리소에 직접 전화를 건다. 그러더니 책임자가 올라올 것이니 둘이 말 해 보라는 것이다. ...
헌데 일이 또 그것이 아니다. 둘이서 말을 하여 내게 그 결과를 말해주면 될 것이지 내가 건물관리주에게 이러쿵 저러쿵 해서 될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하여 결국 보건소 책임자인 듯한 사람을 기어이 오게 만들어-자기가 무슨 직책을 맡고 있는지 말도 않는다, 약간 거만한 태도에 내 신경만 돋운다- 이래저래 하여 여차저차 하여 내가 민원을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니 그 숙고`이행 결과를 알려주십쇼 했다. 내가 그리 말하는데도 결국 관리사무소 직원을 올라오게 만들어 직접 말하란다. 그래? 이거 또 개념없네... 머 여튼 짜증내지 말자. 그래 직접 관리소 아가씨가 결국 올라와 3자 대면까지 하고 자근자근 말을 한다.
나는 그 보건소 책임자 머시기한테 과정을 통보 받길 원하는데 그 머시기는 자꾸 관리사무소 직원하고 직접 대화하란다. '이런 일에 내가 왜 너한테 보고까지 해야하니?' 머 이런 투다. 좋다. 일단 관리소 직원이 금요일까지 연락을 주겠단다. 머, 다 좋다.
약간 감정이 올랐다. 행정을 본다는 사람들 의식수준이 형평 없음에, 소위 자리좀 꿰차고 앉았다고 사람 우습게 훑어보는 그 표정에 감정이 오른다.
하지만 감정 가지고 끝내서야 쓰겠는가.
"저기 말입니다... 제가 휠체어 탄지 5년이 되었습니다. 그래 이래 저래 다니다 보니 참 힘든게 많네요... 생각해 보십시요. 여기 먼곳 까지 와서, 화장실을 못들어가 집에 돌아가거나, 아니면 급한 상황에서 실수하도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여기 보건소 아닙니까? 휠체어 타고 오시는 분들도 많을텐데.... 소위 장애인들이 사회생활을 못하는 것이 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안그렇겠어요? ^^" 진지하고 또 순하게 말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직접 한 번 보자면 가서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걸 장애인화장실이라고 만들어 났나... 자기네도 그런 생각이 드나보다. 뾰루퉁 시큰둥하던 머시기는 그제서야... '아.... 이렇구나~' '아, 이런분들은 못쓰겠구나~' 그런다...
'이런분들...'
머, 씁쓸히 웃으며 돌아왔다.
사실 내가 A형이라 좀 말을 못한다.
불편한게 있어도 자주 참는 편이다. 나쁜 습관인데 말이다.
그런데 세상을 살아가자니 도저히 말하지 않고서는 안되는 것들이 많다.
더구나 사람을 업수히 여기는 그런 것들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고, 참아서도 안되는 일이다.
소위 장애인편의시설... 거창한 그것... 그것을 무슨 대단한 시혜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없어도 그만 있으면 혹 좋은 그런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지는 아직 휠체어를 타보지 못한 까닭이다. 머, 다 좋다. 헌데, '이런 사람들' '장애인들'하며 나를 낮추어 부르고, 더군다나 꼭 '장애인'이라는 그 이름 만큼 나를 대접하고 내 존엄을 무시할 때는, 나는 꼭지가 도는 것이다.
흠...
다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경험이 없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 노력이 아직 부족해서 그렇다... 다 이해한다. ^^
요즘들어 세상이 더욱 각박하여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사람들 의식이 아직 덜 깨여 그런다 하지만... 결국 국민소득 2만불이니 3만불이니 배떼기가 불렀으면 그만큼 철도 들어야 하는 것이다. ...
그런데 철은 어떻게 드는 것인가?
세상에 부닥끼고 서로 더불어 깨지고 다치면서 그렇게 드는 것이다.
상처를 남기지 않을 그 선에서,
나는 또 많은 이들과 깨지고 다치면서... 그렇게 파스 붙이고 연고 발라가면서 자꾸 부닥껴야지, 가만히 있었다간 나의 생장점이 멈춰버릴지도 모른다.
첫댓글 휴~~정말 나까지 화가 나네요. 그렇게까지 그런줄 몰랐네요. 더군다나 공공기관에서...그것도 보건소에서...암튼 멀리보고 길게 생각해요. 한번해서 안되면 두번,세번....그러다보면 되겠죠. 같이 동참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빨리 다가올꺼예요. 그때까지 홧팅!!!^^